- 오늘 한강은
내게도 남은 흥이 있다면
- 오늘 한강은
내게도 남은 흥이 있다면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조금 더 간
청춘예찬 홍대 공연장에 찾아 들어가
무대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더래도
앉은 자리에서 굳은 어깨라도 들썩이며
왼발 뒤꿈치를 들었다 놨다
기왕이면 오른쪽 다리까지 합세해서
저 밴드들 장단에 호응하리라
어쩌다 음이라도 이탈하여
된바람같이 삑사리가 나더래도
우리 생애 어긋난 일들 수두룩
단풍 다 지고 무릎 시린 가로수
휘파람 소리로 함께 올려, 올려
실없는 계절을 뜨겁게 넘어가리라
나, 아직 남아 있는 흥이 있다면
끝간데 없이 오르려는 보컬들 도와
함께 소리를 질러, 질러
한 옥타브를 더 넘을 수 있게
천정이 열리도록 함성, 함성
밤하늘이 뚫리도록 양손 올려, 올려
만사시름 모두 던져 박수, 박수
자리에서 일어나 흔들, 흔들
간만에 땀 한번 흠뻑 흘리며
이렇게 사는 거제 사는 거 뭐 있냐며
다 파하고 남은 정신 잘 챙겨
보컬들 밴드맴버들
어디가서 함께 생맥이라도 하라고
손이라도 잡아주고 나오리
아직 내게 남은 흥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