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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길 붕어빵

- 오늘 한강은

by 명재신

인사동길 붕어빵

- 오늘 한강은


이른 내복을 껴입었는데

인사동길 은행나무는 홀딱 벗고 있었네


어라, 털어라, 다 털어라


천 원에 네 개 준다는 붕어빵집으로

은행잎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네

가진 거 없어 빈궁한 시인에게

지갑 안에 지폐 몽땅 털으라니

삼천 원어치 다 털어 붕어빵 사 들고


어디로 갈까나


시인협회로 가자니 너무 가볍고

회사 사무실로 가자니 조금 촌스럽고

집으로 가자니 퇴근 시간은 아직 멀고


혼자서

붕어빵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아직 따근한 체온의 붕어 위로

은행나무 이파리 하나 둘 내리고

또 하나 꺼내 물 때마다

비어가는 붕어빵 봉지 위로

노오란 가을이 우수수 떨어지고


혼자 먹기엔 너무 많은데

먹다 남은 거 어디 가져가기엔 이젠 너무 적고

은행나무 이파리 다 지도록

아직 창창한 가을볕 많이 남았는데,


털어라, 털어라, 마저 털어라


봉지 안에 식어가는 붕어빵

인사동길 은행나무 아래에서

은행잎 다 지도록

혼자 마저 털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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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