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섬이야기(72)

-풍선(風船)_한국전쟁(3/4)

by 명재신

풍선(風船)_한국전쟁(3/4)



샛바람이 터져 나오면서 '짠짠구/작은 파도'가 함께 시작되었다.


어둔 밤바다에서 대책 없이 난바다에 노출이 된 기선과 풍선 세척은 그래도 망망대해로 나아가고 있었다.


"형님 낼 아침에 나는 없을 것이요"


어창에서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는 판국에 동생은 살며시 조타실로 넘어와서 그랬다.


"뭔 소리여"


김소장은 어창으로 상황을 살피러 건너가고 없는 틈을 타서 동생은 뭔가 일을 벌일 태세였다. 하지만 여기서 군경들과 무슨 일을 벌일 상황은 아니었다. 저들은 잘 훈련이 된 군경이었고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일 일으키지 말어라 여기서 뭔 사단이 벌어지다간 다 죽는 거여"


나는 동생의 성정을 잘 알고 있었다. 뭔가 수가 틀리면 뭔일이든지 벌이려드는 동생이 걱정스러웠지만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배를 저들이 원하는 곳까지 어쩌든지 안전하게 내려주고 쑥섬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었다. 전쟁이 일어났으니 나라에서는 어떤 명목으로든 우리같은 젊은이들을 징병을 해 나갈 것이니 동생이 저러다가 저들에게 찍히면 쥐도 새도 모르게 여기서 수장이 되든지 아니면 저들에게 잡혀서 바로 전선으로 끌려갈 것이 뻔 했다.


나는 적어도 동생을 쑥섬 작은 어머니에게 안전하게 데려다 주어야 했다.


그것은 큰형이 사이판 군도에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서 시작된 집안의 울음소리를 지금까지 듣고 살아온 지난 몇 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동생은 작은 아버지를 닮아서 영민하고 재주가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성격이 불같아서 수가 틀리면 어쩌든지 강짜를 놓아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켜 버리는 아이였기에 어찌 말릴 수도 없었다.


"모두가 죽을 것인디 그대로 대마도까정 저 기선을 따라 가겄다고라?"


대섬을 지난 지 한참이 지났으니 이제는 선단은 정말 대마도를 향하고 있을 터였다.


"이노무 짠짠구 뒤에 더 큰 '나울/큰 파도'가 올 것인디 그전에 배를 돌려야제라"


자정이 넘어서자 동생으로부터 기척이 끊겼다. 기선의 끌줄을 동생은 시나브로 살펴 주어야했는데 종적이 묘연해져 버렸다.


배가 사량도 권을 벗어나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김소장은 어창에서 군경 가족들을 달래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그중에는 자신의 가족들도 있으려니 싶었다.


그중에는 뱃멀미로 아예 바닥에 누워 버린 노인들과 아이들이 안쓰러웠지만 이 '짠짠구'에는 대책이 없었다.


'짠짠구'는 파고가 높지는 않지만 짧게 반복이 되는 파도여서 우리가 타고 다니는 풍선인 경우에는 더 심하게 배가 좌우로 흔들려서 어지간하면 쉬었다가 샛바람과 '짠짠구'가 가라앉으면 배질을 해 가곤 했는데 대책 없이 난바다로 배를 내몰라고 총구를 앞세운 김소장으로 해서 기선은 마지못해 사량도로 향하지 못하고 난바다로 배를 몰고 있는 중이었다.


"배를 돌려야제라 어쩌든지"


동생은 그 말을 남기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서 얼마를 지나고서였다.


사량도 윗섬과 아랫섬을 경계로 썰물이 급하게 선단을 향해 흘러들고 있었다. 기선이 매단 세 척의 풍선은 속력이 더욱 떨어지면서 급기야는 '짠짠구'가 '나울'로 바뀌고 있었다.


동생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서 두어 시간이 지나자 기선이 조금씩 방향을 왼쪽으로 돌고 있었다. 그걸 알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밤하늘에 별자리를 보고서 배를 운항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었다. 망망대해에서 배를 몰 때는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것이 별자리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북극성을 왼쪽 뒤로 두고 따라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북극성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기선이 방향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난바다에서 무리하게 대마도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모두가 물귀신이 된다는 것을 아마도 기선 선장이 말을 해서 설득을 시켰던지 아니면 기름이 다 떨어져 가서 도중에 멈춰 서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보여주었던지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소장은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기선에서는 아무런 기별도 통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김소장 또한 어창 속에서 잠시 쪽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기척이 없었다.


그 사이에 기선은 방향을 돌려서 다시 대섬을 향하고 있었다.


"저 순경들 이곳 해안 지리를 통 몰르고 있제라?"


문득 동생의 그 말이 생각이 난 것은 김소장이 잠을 깨서 조타실로 건너오고서였다.


"벌써 대마도가 보이네?"


김소장은 어렴풋이 보이는 대섬을 대마도 근처의 섬이라고 말하는 것으로부터 문득 기선의 방향을 돌린 것은 기선 선장이 아니라 동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그때였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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