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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Mar 08. 2021

[번역활동 1년째]번역으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신혼여행

<The incredible honeymoon>을 번역하며 1편

오늘, 2021년 3월 8일은 브런치 작가가 된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0명이던 구독자는 한 달 만에 35명으로 늘었고, 예전에는 10개 미만의 하트를 받았지만 요즘은 20~30개를 받는다. 가장 최근의 글은 40개가 넘는 하트를 받았다. 갑자기 필력이 좋아진 것도, 통찰력이 넓어진 것도 아니다. 순전히 내 글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누가 구독할까, 누가 공감을 눌러줄까 보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렇게 기다리다가 알람이 오면 그때 뜨는 브런치 문양이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준다는 생각에 더 기운찼던 탓일까. 한 번 약속을 지키지 못해도 봐주겠지 하면서, 계속 원서를 읽어 내려갔다. 원래 이틀 만에 읽기로 계획했으나, 어려운 용어가 많고 문맥 파악을 하느라 원서를 완독 하는 데 4일이나 걸렸다. 약속했던 주말에 글을 올리지 못해서 죄송스럽다. 앞으로는 최대한 현실적으로 계획을 짠 뒤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겠다. 이번에도 번역량이 많아 똑같은 책(의 일부 장면)을 번역한 뒤 1편과 2편으로 나누어서 소감을 게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읽은 책은 에디스 네스빗이라는 영국 문학가가 집필한 <The incredible honeymoon>이다. <기찻길의 아이들>, <보물을 찾는 아이들>, <황금 심장을 가진 공주>가 그녀의 대표작으로 비록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판타지 소설로 유명한 작가로, J.K. 롤링, C.S. 루이스 같은 여러 판타지 소설 작가들이 그녀의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이 책은 위의 작품들과 차이점이 있다. 주인공이 어린아이도 아니고, 판타지적인 요소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리는 여전히 모험을 주제로 삼고 있으며, 그 속에서 빅토리아 시대 때 야기된 문제를 은밀히 비판하며 사회상을 드러낸다(기계화의 문제점, 농경으로의 회귀,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역할 등).


내가 번역한 장면은 에드워드와 캐서린이 가짜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한 장면이다. 왜 두 사람은 가짜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을까? 그 장면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아래와 같다.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는 상속받은 돈으로 개 한 마리(찰스)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그중, 어떤 소년을 만나고 그 소년의 비행기를 찾던 중, 후원으로 들어가고 여자 주인공 캐서린을 만난다. 캐서린에게 반한 에드워드는 캐서린에게 말을 걸고 캐서린은 툴툴대면서 에드워드의 말을 받아준다. 즐겁게 이야기하다가,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캐서린은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는다. 혼자 기다리던 에드워드는 개 찰스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에 가기 위해 찰스를 태워 줄 마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앞을 캐서린과 루 고모가 지나갔고, 그들은 찰스를 태우고 떠난다. 이때 손수건을 흘리는데, 에드워드는 이게 누구 손수건 일지 궁금해한다. 그러자 묘안 하나를 떠올린다. 손수건을 돌려준다는 핑계로 캐서린을 다시 만나는 것이었다. 그날 밤, 에드워드는 손수건을 가지고 밤에 후원으로 와서 서성거리다가 캐서린을 만난다.


다음 줄거리는 번역하면서 알아보자.




브리지는 브리지로, 해럴드는 해럴드로 불러야 한다

아래 대목을 보자.


"It's a horrid thing to say, " she answered, "but I don't. The only one I care for's Aunt Alice—she's an invalid and a darling. Father thinks about nothing but bridge and races, and Aunt Loo's all golf and horses, and Aunt Enid's a social reformer. I hate them all. And I've never been anywhere or seen anything. I'm not allowed to write to any one. And they don't have any one here at all, and I'm not to see a single soul till I've come to my senses, as they call it.


캐서린은 악랄한 고모들의 핍박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아버지가 정한 결혼 상대를 그녀가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고모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자, 에드워드는 아버지나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녀는 앨리스 고모만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싫다고 답한 뒤, 다시 험담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bridge'와 'races'를, 루 고모는 'golf'와 'horses'를 'think about'하고, 에니드 고모는 'social reformer'라고 알려준다.


bridge, races, golf, horses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게임이다! 이들은 이것들을 'think about'한다고 했다. 'think about'이 단순히 '~에 대해 생각하다'일까? 캐서린은 아버지 가족을 비아냥대는 중이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앨리스 고모와 매우 반대되는 인물들이다. 아버지는 고모들의 학대를 수수방관한다. 그중 가장 악랄한 고모는 에니드 고모이다(그래서 'social reformer'도 반어법이라고 생각했다. 에니드 고모에 대해서는 이 구절 외에 자세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녀가 진짜 사회의 문제에 항변하는 개혁가인지, 아니면 지나치게 참견하는 모습을 비아냥 대기 위해 'social reformer'에 빗댄 것인지 모른다. reformer의 원래 뜻을 살려 전자라고 받아들였다). 루 고모도 'think about'하느라 그녀를 학대하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한다. 왜 이들은 캐서린을 방치할까? 바로 'think about'하느라 그렇다. 네이버 사전에 '생각하다'를 검색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지다'라는 의미가 나온다. '관심이 많아서' 그렇다. 그런데 딸과 조카의 상태에도 관심이 없을 정도로 관심을 기울인다면? 중독이다! 하지만, '중독되었다'라고 대놓고 명시하려면, 'think about'대신 'addict'라는 용어를 썼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순화하기 위해, '~에 빠져 있다'라고 표현했다.


아버지와 루 고모는 무엇에 빠져 있을까? 아버지는 'bridge'와 'races'에, 루 고모는 'golf'와 'horses'에 빠져 있다. 루 고모는 골프와 경마에 빠져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아버지가 문제다. bridge? 다리? '다리'위에서 '달리기'하는 것을 보는 데 빠져 있나?라고 생각했다. 'bridge'와 'race'를 같이 검색하면 다리 위에서 달리는 경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리 위에서 하는 경주'라고 번역하려 했는데... 아뿔싸!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초반 영국이다. '다리 위에서 하는 경주' 모습은 21세기 사진이다. 더 자세히 검색했다. 그러자, 'bridge'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bridge'에는 카드 게임의 일종인 '브리지'를 가리키기도 한다. 지식백과에 따르면, 브리지(bridge)는 ‘비리치(Biritch)’라는 영국의 휘스트게임(whist)에서 유래했다. 즉, 'bridge'는 20세기 초 영국에서 유행한 카드 게임 '브리지'를 의미했다.


그래서 밑줄 친 문장을 아래와 같이 번역했다.


"앨리스 고모만 좋아요. 병약하면서 사랑스러우신 분거든요. 아버지는 브리지(20세기 초 영국에서 유행한 카드 게임-옮긴이)경마 대회에, 루 고모는 골프경마에 빠져 있어요. 에니드 고모는 정치 얘기로 싸움만 붙이고요. 다 꼴보기 싫어요."


브리지라는 게임은 한국인 독자에게 생소한 용어이다. 원래는 역주를 붙인 것이 티가 안 날 정도로 문장에 자연스레 녹아내려야 하는데, 20세기 여성이 '20세기 초 영국에서 유행한 카드 게임'이라고 설명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역주를 달아주었다. 'races'의 경우도, '달리기'로 번역하려다가, 영영사전에 '말을 두고 경쟁하는 게임'이라고 나온 것을 발견했다. '루 고모와 아버지가 같이 경마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상상하며 'bridge'와 'races'를 '브리지', '경마 대회'로, 'golf', 'horses'를 '골프'와 '경마'로 번역했다(그런데 작가는 왜 똑같은 의미를 표현하는 데 왜 다른 단어를 썼을까? 신선함 때문일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건지... 더 알아보고 싶다).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단어가 또 나온다. 바로 'Family Herald'이다. 아래 단락을 보자.


"I don't care, " she said, desperately. "I'll tell you the whole silly story and you can laugh, if you like. I shan't be offended. Last autumn father brought a man to lunch, quite a nice man—sensible, middle-aged, very well off—and next day he told me the man had proposed for me, and I'd better take him. He'd accepted for me."

"Good heavens!" said Edward, "I thought it was only in the Family Herald that such fathers existed."


캐서린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그녀에게 남자를 소개해주었다. 그 남자가 네게 청혼했으니, 어서 받아들이라면서. 그 남자가 똑똑하고 부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혼을 거부했다(단순히 결혼이라는 게 두려워서 그렇다는데... 내가 볼 땐 아무리 멋져도 중년 남자와 혼인하기 싫은 게 아닐까 싶다. 20세기 초반이었으니까 당시의 중년은 30대였을텐데... 아무리 30대라고 해도 21살인 캐서린하고는 너무 나이 차가 난다!). 에드워드는 캐서린의 말을 듣고, 한탄하면서 그녀의 아버지를 'Family Herald에서 나올 법한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여기서, 'Family Herald'는 무엇일까?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1842년에 조지 빅스라는 사람에 의해 첫 발간되었고 1843년에 재발간되어 1940년까지 발간된 가정잡지이다. 그런데 위키피디아의 내용을 그대로 해석해서 역주를 달아주면, 왜 에드워드가 'Family Herald'를 언급했는지 알 수 있을까? 'Family Herald'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구글을 샅샅이 뒤지던 중, 캐나다에서도 'Family Herald'가 발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68년에 폐간된 잡지인데, 20세기 초 영국인들이 캐나다의 잡지를 읽을 리 없으니 이름만 같은 잡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대로 검색하기 위해 'Victoria'라는 단어를 추가로 입력했다. 그러자, 호주의 뉴캐슬 대학교에서 영국의 'Family Herald'를 설명한 글을 기재했었다. 그 글을 보면, 'Family Herald'가 어떤 내용의 기사나 글을 기재했는지 알 수 있었다.


뉴캐슬 대학교에서 기재한 글에 따르면, 패밀리 럴드는 빅토리아 시대의 남성과 여성의 역할과 사회적 요구가 무엇이었는지, 그러한 역할과 요구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다루었다. 추측컨대, 패밀리 럴드에는 부모가 정해준 결혼 상대를 거부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나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역주를 붙여 번역했다.


“맙소사! 그런 아버지들은 패밀리 헤럴드(1843년부터 1940년까지 영국에서 발간한 가정잡지. 빅토리아 시대의 가족과 여성을 소재로 삼았다-옮긴이)에나 있는 줄 알았거늘.” 에드워드가 말했다.



Fence를 울타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캐서린의 말에 따르면, 루 고모는 에드워드를 피하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그 이유를 묻자, 캐서린은 아래와 같이 대답한다.


She sat down again with the air of definite decision. "Very well, " she said, "if you will have it, she thought you were the piano-tuner. Why don't you laugh?"


캐서린은 에드워드에게 피아노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한다. 피아노가 있었으면 고모가 에드워드를 피아노 조율사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그러자, 에드워드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한다. 캐서린은 피아노 조율사가 'fence'라고 가리키며, 루 고모가 에드워드를 피아노 조율사, 즉 'fence'로 생각한다고 답한다.  


"The piano-tuner is a fence, " she said, "and she thinks you're it."


''fence'는 울타리 아닌가? 왜 사람한테 울타리라고 할까?'라고 의문이 들어서, 사전을 검색했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fence'에는 장물아비라는 뜻도 있었다. 유일하게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장물아비, 즉 훔친 물품을 매매하는 사람이라고 번역할 뻔했는데... 만일, 'fence'가 장물아비라면, 뒤에 '절도'나 '알선'에 관한 내용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절도의 'ㅈ'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머리를 싸매던 중, 위에서 정성껏 설명했던 루 고모의 관심사가 떠오르는 것 아닌가. 루 고모는 'horses' 즉, 경마에 빠져 있었다. 사전에 'fence'를 다시 검색했다. 그러자 경마에서 장애물을 가리킬 때 '펜스', 즉 'fenc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왜 캐서린이 fence라고 말했을까? 싶었는데, 루 고모가 툭하면 에드워드를 fence라고 부른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캐서린도 자연스레 장애물을 'fence'라고 부른 것이었을 수도 있다. 장애물이라고 하니 너무 사물 같아서 좀더 사람답게 표현하기 위해 '눈엣가시'로 번역했다). 이렇게 알아낸 사실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번역했다.


“고모에게 피아노 조율사는 눈엣가시거든요. 당신을 렇게 취급하죠.” 그녀가 말했다.


'펜스'라고 그대로 번역할까 망설이다가, 이미 역주를 두 번이나 쓴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어려운 용어를 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눈엣가시라고 번역했다.


요 펜스가 아닙니다(출처:픽사베이)



받아들였다면서 왜 다시 거절해?

쉬울 듯하면서 어려운 단어를 계속 접한 탓일까. 단어에 집착하게 되었다. 단어 하나하나를 번역하려다 보니, 문장만 보았다. 그러자 또 실수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아래의 대목에서.


 "I don't care, " she said, desperately. "I'll tell you the whole silly story and you can laugh, if you like. I shan't be offended. Last autumn father brought a man to lunch, quite a nice man—sensible, middle-aged, very well off—and next day he told me the man had proposed for me, and I'd better take him. He'd accepted for me."


"Good heavens!" said Edward, "I thought it was only in the Family Herald that such fathers existed."


캐서린에 에드워드에게 이모가 당신을 피아노 조율사라고 생각하니, 에드워드는 무슨 말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한다. 그러자 캐서린은 상황을 설명해준다. 에드워드가 패밀리 해럴드를 언급했던 그 결혼 상황이었다. 밑줄 친 문장을 보면 'he'가 두 번 나온다. 첫 번째 he가 아버지인 것은 잘 알겠다. 아버지가 캐서린에게 '그 남자가 네게 청혼했어'라고 말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나타낸 구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번째 'he'는 아버지인지, 캐서린과 결혼할 남자인지 헷갈렸다. 앞 문장의 'him'이 결혼할 남자일 테니, 두 번째 'he'를 후자라고 생각했다. 'had better'은 '~하는 게 좋을 것이다'라는 뜻으로, '내가 그를 받아들이는 게 좋겠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버지가 내게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했고, 내가 좋다고 하니, 그 남자가 내 청혼을 수락했다'라고 번역했다.


그런데 에드워드가 패밀리 해럴드를 언급하며 당황한 후, 캐서린이 이렇게 대답한다.


"Laugh as much as you like, " said she; "it's true, for all that. You see, I'd refused several before that. It's rather important for me to marry well—my father's not rich, and—"


밑줄 친 문장을 읽어보았다. 캐서린은 이미 수차례 거절했다. 그러면서 딸의 결혼을 중요하게 여기는 아버지의 심정도 헤아린다. 아버지는 부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부유한 그 남자와 대비시킨다. 방금 좋다고 말해 놓고 이미 거절했다고? 이상하지 않은가? 캐서린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리지 않은 이상, 자신이 했던 말을 바로 번복할 리가 없다. 그러자 내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 알기 위해 애매한 단어들을 모아 다시 검색했다. 그러자, 'had better'을 네이버 사전이 아니라 검색창에 입력한 후, 'had better'가 '~려 무나'로 번역된다는 것을 알았다. 즉, 누군가에게 부탁, 제안(을 가장한 강요)을 할 때 쓰는 말이었다. 두 번째 'he'는 결혼할 남자가 아니라 아버지였다. 'he'는 주어, 'told'는 동사, 'me'는 간접 목적어, 'the man had proposed for me, and I'd better take him'을 직접 목적어라고 생각한 뒤 다시 번역했다.


"다음날, 아버지께서 그 남자가 청혼했으니 받아들이라고 하시는 것 있죠. 그래 놓고 아버지는 딸을 위한답시고 멋대로 받아들였어요.”


캐서린이 청혼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아버지가 캐서린에게 청혼을 받아들이라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딸의 허락도 없이 그 남자와 결혼을 논의해버렸다. 이 사태를 보고 에드워드는 패밀리 헤럴드에 나올 법한 아버지라고 비난했다.




캐서린은 아버지에게 결혼을 거부하기 위해, 피아노 조율사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피아노 조율사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그녀가 만든 가공의 인물이다. 기성세대에 맞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강하게 주장하는 캐서린. 그녀를 돕기 위해 가짜 결혼을 제안하는 에드워드. 이들은 20대 초반이다. 그들을 보며, 사회적 입맛에 맞추기 위해 자의 타의 반으로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청년들이 떠올랐다. 나도 그런 청년들도 비슷한 나이 때이다. 그러나 나는 취업 준비 대신 번역 공부와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 다행히 부모님은 내 꿈을 존중해 주었지만, 가끔 불안해진다. 공동체주의가 강한 한국은 조금이라도 다른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배척한다. 작가와 번역가에게는 나이가 없지만, 회사는 나이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나중에 후회하는 건 아닐지 두렵다. 하지만 30~40대가 되었을 때 과연 직장을 때려치우고 내 꿈을 찾아 나아갈 수 있을까? 그때는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법 아닌가. 우왕좌왕하며 이것저것 건드리는 것보다 내 신념, 즉 좋은 외서 발굴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끝까지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 커플에게 쉽게 동조했는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역할과 시대에 맞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관철시키는 200년 전 청년들에게. 그러니, 남은 분량도 열심히 번역해보자(아직 안 끝났다).



<참고자료>

네이버 영어사전

https://en.dict.naver.com

네이버 지식백과-브리지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68724&cid=59926&categoryId=59926

20

위키피디아-Family Herald

https://en.wikipedia.org/wiki/Family_Herald

뉴캐슬대학교 기고문-패밀리 헤럴드

https://uoncc.wordpress.com/2014/09/25/the-family-herald/


*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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