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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Mar 13. 2021

[번역활동 1년째]번역으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가짜결혼

<The Incredible Honeymoon>을 번역하며 2편

출판번역을 하다 보면 종종 딜레마에 부딪힌다. 어색하더라도 원문의 의미에 충실해야 할지, 원문에서 살짝 벗어나더라도 한국인 독자가 읽기 쉽도록 번역해야 할지. 나는 후자를 추구하고 있으나(독자는 한국인이니까), 의역하다 보면 원문의 의미가 왜곡될까 봐 두렵다. 그런데도 의역을 포기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출판번역은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내용의 흐름이 이어져야 하는데, 단어를 그대로 옮기다 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학의 경우, 주로 등장인물이 내용을 전개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생각과 감정에 이입해야 한다. 최대한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구어체를 구사해야 하고, 시대물인 경우 '내가 그 시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번역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에드워드나 캐서린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연기를 해 보는데... 막상 하다 보면 어색하기 그지없다. 비록 나와 나이 때가 비슷... 아니 살짝 어리지만, 말하는 걸 보면 나보다 어른스럽기 때문이다. 아마, 사회적 나이 때문인 듯싶다. 난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달려가는 중인데, 아직 어른이 되었다는 느낌이 안 든다. 아직, 부모님 밑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이게 다 취업해도 먹고살기 힘든 현실 때문...). 하지만 영국인들은 만 18세가 되면 독립을 한다. 게다가 이 작품의 시대는 20세기이니, 10대 후반이면 이미 어른 대접을 받고 있을 것이다(그러니 벌써 결혼, 독립 얘기를 하지)




이렇게 작품의 시대상을 파악했겠다, 생각하고 번역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저번에 했던 'races'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래서 영국의 육상과 경마에 대해 조사하였다. 둘 다, 19-20세기 영국인들이 즐긴 스포츠였기 때문에 어떤 게 맞는지 더 헷갈렸다. 이런 경우 저자나 편집자에게 묻는 게 가장 정확하겠지만 아쉽게도 저자는 이미 수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이다. 주위에 아는 편집자나 영국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더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옥스퍼드 영영사전에 따르면, 'race'는 '사람이나 동물 사이에서 속도를 겨루는 대회'를 의미한다. 즉, 누가 빠른지 경주하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단어는 'for horse'. '특정한 날, 같은 장소에 여러 말이 겨루는 경기'였다. '경마'라고 번역하려다가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말을 가지고 하는 경기가 경마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 승마도 있어.' 그러자 기껏 풀어놓았던 실타래가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맞지? 이제 경마냐, 승마냐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나는 경마를 택했다.


먼저, 두산백과에 따르면 경마는 'horse racing', 승마는 'horse riding'으로 나온다. 경마는 말의 속도를 겨루지만, 승마는 말을 잘 움직여 코스를 얼마나 잘 통과하는가를 겨룬다. 네이버 영영사전에 따르면, 'races'는 말들 간의 '속도'를 겨루는 일련의 대회로 나온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경마의 도박적 성향 때문에 부정적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은 비록 다른 나라이지만 경마의 룰이 갑자기 바뀌지 않은 이상 영국에서의 인식도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번역의 탄생>에서 똑같은 의미일 경우, 영어는 다른 말을, 한국어는 같은 말을 사용한다고 나온다. 이 기본적이고 간단한 원칙을 왜 이리 뒤늦게 알았나... 진작 알았으면 고생 안 했을 텐데)


이렇게 조사한 바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번역문을 고쳤다.


“입에 담는 것도 지긋지긋하지만, 말해줄게요. 앨리스 고모만 마음에 들어요. 병약하면서 사랑스러우신 분이죠. 아버지는 브리지(19세기 영국에서 유행한 카드 게임-옮긴이)와 경마 대회에, 루 고모는 경마뿐 아니라 골프에도 빠져 있어요. 에니드 고모는 정치 얘기로 싸움만 붙이고요. 다 꼴 보기 싫어요.

(아버지와 루 고모가 같이 경마에 빠져 있다는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뿐 아니라'를 추가했다).



그녀는 그에게 뭘 기대했던 걸까?


"Of course I don't, " she answered, resentfully, "I shouldn't go about caring about any one who didn't care for me—and if any one cared for me and I cared for him, of course we should run away with each other at once."

"I see, " said Mr. Basingstoke, slowly and distinctly. "Then if there isn't any one else I suggest that you run away with me."

It was fully half a minute before she spoke. Then she said: "I don't blame you. I deserve it for asking you to meet me and coming out like this. But I thought you were different."

"Deserve what?"

"To be insulted and humiliated. To be made a jest of."


'I don't blame you'를 사전에 검색하면, '너를 나무라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자책하지 말라고 할 때 쓰는 용어다. 즉, 캐서린은 에드워드의 청혼을 받고, '널 나무라지 않겠어'라고 한 뒤, deserve이하를 보면 네가 나보고 만나자고, 이렇게 나올 만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만난 건 네 덕분이야. 널 만나서 반가워. 이런 뜻인가? 단서는 뒷 문장에 있다.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대명사와 시제. 어떤 시제를 쓰느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는 번역가 선생님의 말씀을 명심하고 다시 번역했다. 뒷 문장은 '넌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는 뜻이다. 뭐와 달랐던 것일까? 그 전 두 사람의 화제를 보자. 에드워드가 캐서린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고 묻자, 캐서린은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고, 내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같이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하고, 캐서린은 밑줄 친 대로 답한다. 캐서린에게 마음에 둔 이가 있냐며 청혼하는 에드워드의 모습. 누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아버지에게 캐서린과 결혼하겠다고 청한 그 남자의 모습이다. 즉, 캐서린은 '이럴 줄 알았어. 네가 이리 나올 만해. 너도 그 남자와 다르지 않구나.'라고 말하며 화를 내는 것이다.


밑줄 친 문장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가득하다는 것은 다음 문장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에드워드가 무엇을 deserve 하냐고 묻자, 캐서린이 'insulted', 'humiliated', 'a jest of' 당할 만하다고 한다. 모욕당하고, 망신당하고, 조롱당할 만하다고 답하는 것이다. 캐서린은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하며 에드워드를 거부하고 있다(여담으로, 캐서린이 그 남자를 싫어하는 이유는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캐서린의 심정을 파악한 뒤, 아래와 같이 번역했다.


“당연히 없죠. 저를 사랑하지 않은 사람에겐 함부로 관심 가질 수 없어요. 저를 사랑해줘야, 그 남자를 사랑할 거고, 그럼 당연히 보자마자 같이 떠나겠죠.” 그녀가 화를 내며 답했다.

“알겠소.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같이 여행을 떠나지 않겠소?” 에드워드가 천천히, 또렷하게 말했다.

그녀는 말하기 전 잠깐 숨을 골랐다. 잠시 후, 그녀가 말했다. “당신에게 뭐라 하지 않겠어요. 만나자고 해 놓고 이런 식으로 나올 만하니까요. 그래... 그자고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런 식이라니?”

“절 무시하고 망신 줬잖아요. 이렇게 조롱하면서.”



관사 하나로 알 수 있는 남자의 정체


"I couldn't, " she said, earnestly, "marry any one I wasn't very fond of. And one can't be fond of a person one's only seen twice."

"Can't you?" he said, a little sadly.

"No, " she answered. "I think it's very fine of you to offer me this—just to get me out of a bother. And I'm sorry I thought you were being horrid. I'll tell you something. I've always thought that even if I cared very much for some one I should be almost afraid to marry him unless I knew him very, very well. Girls do make such frightful mistakes. You ought to see a man every day for a year, and then, perhaps, you'd know if you could really bear to live with him all your life."


캐서린에게 거절당한 에드워드는 그녀에게 정말 사랑하고 있다고 답하며, 그녀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같이 가자고 말한다. 에드워드의 진심을 알게 된 그녀. 하지만 그녀는 다시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말한다. 그녀와 에드워드는 한두 번밖에 못 만난 사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기 전, 그에게 고마움도 표한다. 'a bother'에게서 벗어나게 해 줘서 고맙다고. 'a bother'은 누구인가? 그녀가 에드워드를 누구와 비교하고 있었는지 떠올렸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에게 청혼했던 남자다. 그녀는 그에게 아버지가 염두에 둔 남자(이하 '그자')에게서 벗어나게 해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 이미 한번 언급된 사람인데 왜 'the'가 아니라 'a'인가? 사전에 따르면, 'a'에는 ~와 같은 사람이라는 비유의 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bother'은 동사로도, 명사로도 쓰인다. 'bother'이 명사로 쓰일 때는 '성가심'이란 뜻인데, 영국에서는 성가신 일, 사람이라는 뜻으로 'a bother'을 통째로 사용한다. 즉, 그자는 성가심 같은 존재 즉 짜증 나는 존재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캐서린은 그자를 'a bother'고 지칭하였다.


그러면 뒷 문장의 'a man'은 누구를 가리킬까? 이번에도 그자일까? 전체 맥락을 보자. 캐서린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남자를 잘 알지 않는 이상 그 남자와 결혼하는 것은 두렵다고 한 뒤, 뜬금없이 'Girls'들은 'such frightful mistakes'를 저지른다고 한다. 여기서 'Girls'는 누구인가? 사전에 따르면, 'girl'은 여자 아이뿐 아니라 미혼 여성이나 처녀에게도 쓰는 말이다. 즉, 'Girls'에는 캐서린 자신도 포함된다. 캐서린은 두려운 걸까? 무슨 실수를? 왜 뜬금없이 실수를 언급할까? 'such'에 단서가 있다.


'such'는 앞에서 언급한 말을 다시 쓸 때 쓰는 말이다. 앞에서 언급한 '실수'는 바로? 결혼이다. 나 같은 미혼 여성은 결혼이라는 실수를 저지를까 봐 두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에드워드에게 만일 내가 그런 실수를 저지르면, 넌 'a man'을 1년 동안 매일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하다. 그녀가 결혼을 하는데 왜 에드워드가 'a man'을 매일 봐야 하는가? 캐서린의 마음속을 들여다보자. 여기서 'a man'은 그자가 아니다. 'a'는 처음 그 대상을 언급할 때 쓰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a'는 '결혼할 때 만날 남자'로, 에드워드가 여자일 때 결혼하게 될 남자를 의미한다. 캐서린은 에드워드에게 '네가 미혼 여성이라고 생각해 봐.'라고 하며,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아래와 같이 번역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어요. 한두 번밖에 못 본 사람을 사랑할 순 없으니까요.”

“그렇단 말이오?” 그는 조금 섭섭해하며 말했다.

“네. 그 짜증 나는 자에게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고 나서 주신 건 고마워요. 당신을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미안해요. 근데 하나 말할 게 있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정말, 정말 잘 알지 않는 이상, 절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누누이 다짐해 왔어요. 근데 사실, 저 같은 여자들은 결혼이라는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죠. 생각해봐요. 결혼하면 1년 동안 매일 상대를 봐야 할걸요. 그럼, 평생 그렇게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제대로 알게 될 거예요.” 그녀가 대답했다.

('man'은 중성적인 의미인 '상대'라고 번역했다. 실제로 'man'은 남자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캐서린은 남자라고 생각하며 'man'이라고 말했겠지만. '생각해봐요'는 가정하라는 뜻에 더 힘 실어주기 위해 내가 추가한 단어인데..이렇게 번역가가 임의로 단어를 만들어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녀는 누나인가, 여동생인가?


"Come, then, " he said. "Come on any terms. I'll take you as a sister if I'm not to take you as a wife."

"Do you mean it? Really?" she said. "Oh, why shouldn't I? I believe you would take me—and I should be perfectly free then. I've got a little money of my own that my godmother left me. I was twenty-one the other day. I don't get it, of course. My father says it costs that to keep me. But if I were to run away he would have to give it to me, wouldn't he? And then I could pay you back what you spent on me. Oh, I wish I could. Will you really take me?"

(...)

He took her hand. "I swear by God, " he said, "that everything shall be as you choose. Only come now—come away from these people. You're twenty-one. You're your own mistress. Let me help you to get free from all this stuffy, stupid tyranny."


캐서린은 결혼하긴 싫지만 그와 같이 떠나고는 싶다고 의사를 표현한다. 그러자, 에드워드는 캐서린에게 희한한 제안을 한다. 내 아내가 아니라 'sister'가 되는 건 어떠냐고 묻는다. 여기서 질문. 'sister' 에드워드에게 누나인가? 여동생인가? 에드워드의 정확한 나이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남자가 두 사람이 남매가 아니라 연인이라고 눈치채는 대목(뒤에 나온다)으로 보아, 두 사람의 나이차는 별로 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이게 다 한두 살 가지고 나이 서열을 두는 우리나라 문화 탓이다. 영어권 국가였으면 그냥 sister라고 부르면 되는걸).


단어 한 두 개가 의미를 좌지우지한다. 앞 단락에서는 관사가, 이번에는 시제가 그 역할을 한다. 밑줄 친 문장에 따르면, 그녀는 'the other day', 즉 며칠 전까지 스물한 살이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그녀에게 '당신은 스물한 살이다'라고 말한다. 뒷부분에 단서가 있다. 8장을 보면(내가 번역하는 부분은 5장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을 기사, 캐서린을 공주라고 생각하며 보호의 대상으로 여긴다. 내 생각에,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나이를 칼처럼 계산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누나를 보호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이 볼 때는 나보다 나이 많은 누나를 보호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우리나라 독자를 배려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그녀는 며칠 전까지 스물한 살이었다고, 즉 지금은 스물한 살이 아니라고 하지만 에드워드는 넌 지금도 스물한 살이라고 말한다. 그런 뒤, 넌 자유의 몸이다. 네가 포악한 가족들에게 벗어나도록 돕겠다고 한다. 여기서도 캐서린을 보호, 즉 도와줘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캐서린을 여동생으로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캐서린의 나이를 낮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번역문은 아래와 같다.


“자, 그럼. 이렇게 합시다. 아내가 아니라 동생으로 대우하면 어떻겠소?” 그가 말했다.

“네? 진심이에요? 아, 왜 못하겠어요?  당신이 절 데려가 준다면,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걸요. 대모님이 남겨 주신 돈이 좀 있어요. 전 며칠 전까지 스물한 살이었죠. 당연히 그 돈은 아직 못 받았답니다. 아버지는 결혼식 날을 위한 지참금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딸이 달아나면 아버지께서 그 돈을 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면, 당신이 제게 쓴 만큼 갚을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 저랑 같이 떠날 거죠?” 그녀가 말했다.

(생략)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선택한 일을 모두 이루어 주겠다고 하나님께 맹세했소. 이제 내 곁에 오기만 하면, 그자들 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오. 당신은 아직 스물한 이오. 당신은 자유의 몸이오. 그자들의 고루하고 어리석은 횡포 속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소.” 그가 말했다.

(에드워드의 의도를 살려서 '스물한 살' 앞에 '아직'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이들은 남매일까? 연인일까? 픽사베이에 '남매'라고 검색하면 어린아이들만 나온다(출처: 픽사베이)



갑자기 그가 그녀를 거부하는 이유


"Do you mean it? Really?" she said. "Oh, why shouldn't I? I believe you would take me—and I should be perfectly free then. I've got a little money of my own that my godmother left me. I was twenty-one the other day. I don't get it, of course. My father says it costs that to keep me. But if I were to run away he would have to give it to me, wouldn't he? And then I could pay you back what you spent on me. Oh, I wish I could. Will you really take me?"

But he had had time to think. "No, " he said, "on reflection, I don't think I will."


캐서린의 에드워드의 제안을 듣고 뭐라고 답했을까? 캐서린은 에드워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에드워드가 문제다. 갑자기 에드워드가 그리 하기 어렵다 하며 캐서린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왜 에드워드는 마음이 바뀌었을까? 단서는 밑줄 친 문장에 있다.


캐서린은 대모님이 물려준 돈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나이를 언급하며 'I don't get it'이라고 답한다. 여기서 it은 무엇일까? 뒷 문장을 보았다. 캐서린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는 'it'을 보고 캐서린을 keep 할 때 쓸 돈이라고 했다. 아버지가 뭘 하고 있었더라? 아버지는 결혼식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전에 따르면, keep은 영국에서 '~을 위해 ~을 남겨두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즉, 아버지는 '너를 위해 대모님이 남겨주신 돈'이라고 당부하며, 그 돈을 아버지가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식 때문에 아버지는 그 돈을 그녀의 지참금으로 남겨두었고 그녀는 그 돈을 아직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캐서린은 '대모님이 돈을 주셔도 아버지 때문에 쓰지 못하고 있다'라고 하며 원망을 내비치고 있었다.


근데 뒷 문장이 이상하다. 아버지가 돈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달아난다면 아버지가 그 돈을 줄 거라고 말한다. 딸이 자신이 요구한 결혼을 거부했는데 쉽게 준다?

더구나 아버지는 캐서린이 고모들에게 학대당해도 방치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캐서린을 딸로서 사랑하지도 않았고, 캐서린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런데 왜 캐서린은 자신이 달아나면 아버지가 그 돈을 준다고 하는 걸까?


캐서린의 나이 스물한 살이 단서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당시 영국의 성년은 17~18세다. 당시 영국에는 '그랜드투어'라는 17~18세기 영국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한 유럽여행이 있었는데, 주로 성년을 앞둔 17~18세에 떠난다. 즉, 그랜드투어는 교육을 마치고 여행을 떠나는 일종의 성년식이었던 셈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원래는 상류층의 전유물이었으나 철도의 발달로 1840년 이후에는 상류층이 아닌 사람들도 하기 시작했다. 캐서린은 스물한 살로, 이미 성년이 지난 나이었다. 아마 그랜드투어를 떠나겠다고 하며 아버지를 속이려 한 게 아닐까 추측한다. 사랑의 도피가 아니라 성년 된 기념으로 그랜드투어를 떠나겠다고 하면 아버지가 그녀에게 여행비로 대모님의 돈을 줄 것이라 생각하면서.


그러나 소설 발간 시기는 1916년이고, 저자는 1858년 출생으로, 1870~80년대에 성인이 되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1840년대 이후 그랜드투어가 모든 계층에게 보편화되면서 그랜드투어의 의미가 퇴색되던 시기였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현실성 없는 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겨우 그런 걸로 아버지를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캐서린의 제안을 거부한 것 같다.


번역문은 아래와 같다.


“자, 그럼. 이렇게 합시다. 아내가 아니라 동생으로 대우하면 어떻겠소?” 그가 말했다.

“네? 진심이에요? 아, 왜 못하겠어요? 당신 동생이 되어서 떠날 수 있다면,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는 걸요. 대모님이 남겨 주신 돈이 좀 있어요. 전 며칠 전까지 스물한 살이었죠. 당연히 그 돈은 아직 못 받았답니다. 아버지는 결혼식 날을 위한 지참금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래도 딸이 달아나면 아버지께서 그 돈을 주시지 않을까요? 그러면, 당신이 제게 쓴 만큼 갚을 수 있을 거예요. 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정말 같이 떠날 거죠?” 그녀가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하지도 않고, “아니. 돌이켜보니, 그리하긴 어려울 듯싶소.”라고 말했다.


(keep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결혼식 날'이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에드워드는 그녀와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갑자기, 불빛이 보이면서 캐서린이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이다. 그자들이 나를 찾고 있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면서. 원래 에드워드도 그녀를 거부할 생각이 없었고, 캐서린이 벌벌 떠는 모습이 보호 감정을 일으킨 게 아닐까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들의 모습이 나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생각했는데 속속히 파고들면 내가 모르는 문화가 엿보인다. 그 문화를 찾기 위해 조사도 하고, 의역도 했는데 너무 내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게 아닐까, 의미가 왜곡된 건 아닐까 우려되기도 한다. 아, 영국에서 살거나 영국인 친구가 있으면 좋을 텐데... 왜 난 빅토리아 시대에 관심이 없었던 것인지 후회되기도 한다. 그나마, 요즈음은 정보화 시대이니 검색만 하면 모르는 정보가 쑥쑥 나와준다는 점만으로도 다행인 걸까. 만일 이 책 한 권을 통째로 번역할 기회가 온다면, 영국 문화 전반에 대해 같이 조사를 해보고 싶다. 코로나 끝나면 영국 여행도 하고. 제발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참고자료>

네이버 영어사전/영영사전

https://en.dict.naver.com/#/main

https://dict.naver.com/enendict/#/main

네이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368726&cid=59926&categoryId=59926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293563&cid=40942&categoryId=40314

옥스퍼드 영영사전

https://www.oxfordlearnersdictionaries.com/


* 네이버 블로그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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