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계절

by 선영언니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서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사계절을 온전히 느낀 것은 이번 몇 년간이었다. 노을 지는 하늘아래를 걸을 때와 별과 달이 있는 하늘을 바라볼 때. 바람에 실려온 꽃향을 맡고 구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내리쬐는 태양을 온몸으로 느끼고 차가운 눈밭을 뒹굴며 몇 해의 시간을 지나니 기억으로만 남을 이 순간을 글로 정리해야겠다 싶었다. 막상 기록하려니 내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느낌으로 기억되다 보니 찍어놓은 사진을 보며 기억을 더듬었다. 스쳐간 수많은 순간들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우리에게 또 나에게 참 많은 일이 있었구나 싶다.




예전엔 내가 가는 길 안의 사람들과의 관계로 가득했다면 지금은 나와 관계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아이로 인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 많은 사람들이 나의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아이를 통해서 평생 만나지 못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나게 되고 함께 하게 되었다. 아이를 생각하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 이것은 무엇일까. 아이의 삶과 내 삶이 함께 할 때 그 속에서 배우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태생부터 도시 여자인 나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 어려웠다. 하지만 함께한 사람들로 인해 조금은 기대도 되는구나를 깨달았고 나도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아이를 통해 일어난 나의 변화 일 것이다. 어떤 때는 정말 평생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생각들을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은 저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고 한 대 맞은 것 정도의 깨달음도 있었다. 그 후 이해하는 것을 배우고 지나가는 법도 배웠다. 한 사람인 아이를 키우며 사람을 배운다.

각자의 삶만 잘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하던 사람인 내가 아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살고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무엇일까. 정말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일까. 아이 아빠와 나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도 우리를 키우고 서로를 키우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에겐 남편도 아이도 너무나도 고마운 존재들.

어른들이 지나면 안다 지나면 알게 된다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나이가 든다는 것은 시간을 지나며 경험치를 올리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감정 또한 많고 깊어져 나이가 들면 자꾸 눈물이 나는 건가 보다. 한걸음 걷는 정도의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지나가고 나면 알게 될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내 생각 안에 갇혀 살뻔했던 나를 아이가 가르친다. 우리는 함께 자란다.

나보다도 큰 나의 스승. 앞으로도 잘 부탁해.


keyword
이전 29화전시. 우리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