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틈새 Oct 22. 2023

혼자 살아도 동거인은 필요합니다

종국에는 나비가 되어

계약기간 종료가 아님에도 늘 고대했던  '이사'.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결혼과 연애는 내가 당장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사를 가더라도 혼자 살 집을 구해야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는 기필코 둘이 살 집을 계약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설레고 잠을 미루고 계획과 상상을 즐겼던 지난 시간이 있었다. 코로나에 걸려 심하게 아픈 이후로 [혼자 살기 대처법]을 생각해 봤다. 악플대처법도 아니고 무슨.

하지만 1인 가구에게 분명 필요한 부분이다. 집에 늦은 시간에 들어와도 아무도 없는 쓸쓸함이고 있고 배달기사가 도착해서 걸려오는 전화소리 외엔 언제나 적막함이 있다(심지어 음악을 틀고 유튜브를 틀어놔도 가시지 않는 그런 무드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 진통제 하나 없어 약국까지 찾아가야 하는 힘겨움이 있다. 혼자 살면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된다. 느끼지 않는다면 더 좋았을 것들 말이다.

어쨌든 짝이 없는 현재로서는 쓸쓸함과 적막함, 힘겨움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해 생각해 낸 것이 '동거인'이다. 아무 하고나 같이 살아도 괜찮은 안전한 세상은 아니지만 건전한 성인으로서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면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어도 동성에 한해서 1 주택 2 가구도 좋다고 생각한다.  열 평 미만의 원룸에도 살아봤지만 혼자 산다고 덜 필요한 게 아니더라. 여름이면 선풍기가 필요하고 겨울이면 난방기가 필요하다. 장마철엔 제습기가 필요하고 건조하면 가습기도 필요하다. 청소기도 있어야 되고 환경을 위해서라면 정수기도. 아마 이 글을 읽으면서 각자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혼자 살면 하나 있고 둘이 살면 두 개가 있고 그런가? 아니다. 혼자 쓰나 둘. 셋이 쓰나 하나씩만 있으면 되는 것들이다. 그러니 반드시 하나씩은 필수인데 작은 평수에 다 두고 살려니 크기를 접어가며 발끝을 세워서라도 서서 버텨야 하는 신문지 게임처럼 내 공간은 위태롭게 줄어들었다.

그런 이유에서 좀 더 넓은 곳으로 가고자 했다. 셰어(나눠 쓰기) 해도 제 기능을 잘 해내는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해도 나의 공간이 충분히 제공되는 집으로.


발품 파는 게 제일이지만 시간상 발품으로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부동산 어플로 원하는 지역과 금액을 설정해 사진으로 집 상태와 구조를 확인하며 리스트를 만들었다. 위치는 살고 있던 한남동과 멀지 않은 곳이었으면 했다. 나의 욕심 많은 조건들을 채울 수 있는 곳은 여간 가깝지 않았으나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동거인을 생각하며 최대한 좋은 컨디션의 집을 찾으려 노력했다.

부동산 중개인과 열한 번째 집을 보고서야 '이 집으로 하겠습니다.' 했다.

내가 세운 조건 중엔 테라스가 있었지만 이 집은 없었다. 조건의 100%를 채워야 했다면 아직 어플 탐색만 하고 있었을 거다. 나의 조건은 사실 무리수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포기할 감수도 있었다. 채광굿, 통풍굿, 중간층, 도배 깔끔, 창밖 시야 확보, 인근 산책로, 한강라인 그리고 테라스. 보증금과 월세금이 충분하다면야 불가능한 조건은 아니지만 월급의 반 이상이 집세로 들어가는 내게는 창업과 같은 도전정신이 필요했으며 이게 맞는 선택일까 하는 의심대신 나를 위한 투자에 표를 던진다.


모쪼록 서로의 안녕을 살펴줄 수 있는 하우스메이트를 만나고 싶다.

이전 08화 우당탕탕 이사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