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링턴, 한 한국전쟁 참전자의 장례식
자유민주주의에 한국전쟁은 공산주의 남하를 막은 큰 성과였지만
미국인에게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고, '가장 냉혹한 전쟁'이었다.
90대 미국 노병들의 얘기다.
KOREA라는 국가가 존재하는 지도 모른채 한국으로 향했고,
누구인지 모르는 한국민을 위해 싸웠다.
한국을 공산주의에 가장 치열하게 대항하는 국가라고 했던 맥아더 장군은
트루먼 대통령에게서 해임된 뒤 1951년 미 의회 고별연설에서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단지 사라질 뿐'이라고 했지만, 전쟁 영웅의 퇴장과 함께 한국전쟁을 잊혀졌다.
맥아더 장군의 곁에서 일한 한 노병은 "그는 늘 회의에 5분씩 늦는다. 정확하게 5분"이라고 했다.
군령에 엄격하고 작전에 냉철하지만 부하직원에게 5분의 여유를 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 청년들이 공산주의를 저지한 한국전쟁을 너무 모른다고 아쉬워 했다.
미국이 세계 1위인 배경에, 군인의 전쟁과 희생이 있음을 모른다고 했다.
이제 한국은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국가라고 알려줄 땐
자신이 과거 전쟁터에 선 보람이 있다며 기뻐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노병은 죽지 않고 이야기 속으로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70년이 훌쩍 지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노병의 입술에서 굳은 결기를 봤다.
노병은 사라져도 이야기는 남는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기록돼야 하고, 기억돼야 마땅하다.
아마도 누구나 이야기 속으로 사라지고 이야기는 모여 평행우주같은 거대한 다른 세상이 되고
감동의 원천이자, 시대의 거울이자, 다음 세대의 교본이 된다.
우리는 작은 일상의 이야기를 남기고, 소중한 이야기가 모여 '크던 작던' 우리를 우리에게 남긴다.
밀란 쿤데라는 '역사는 수정되지 않는다. 단지 잊혀질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역사는, 어떤 이야기는 잊혀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