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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1

by 우아한 우화


-남편이 오늘 9홀만 돌자고 하여 어제 이것저것 준비를 해두고 자기는 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으므로 아침에 일어나서 갈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는데 다행히 조금 괜찮았다.

내가 골프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를 아침에 깨닫게 되었는데, 바로 준비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겁다.

이런 핑계를 대는 걸 보니 별로 치고 싶은 마음이 없었나 보다.



아침부터 차는 엄청 막히고, 그래서 요즘 운전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환경이 중요한 이유를 요새 새삼스럽게 느끼며 살고 있다.

여기저기 공사 중에 도로 상태도 엉망인 데다 차는 엄청 막히고….

하… 내 상태도 별로 안 좋아지고 있나 보다.

여하튼, 골프도 엉망으로 셀 수 없이 많이 쳐서 기분이 안 좋다.

키가 크면 뭐하나, 하나 쓸모가 없다.

버낸시가 기다리고 있어 결국은 샤워도 못하고 클럽 스페셜만 한잔 후다닥 마시고 왔는데 길이 또 막힌다.

막힐 시간이 아닌데 왜 자꾸 막히지?

(클럽 스페셜에 과일이 들어가는데 직원이 노푸룻?이라고 했었나 보다. 난 노푸드라고 알아듣고 음식은 됐다고 했더니 과일만 빼고 나왔다. 난 케냐 사람들의 영어는 더 못 알아듣겠다. 어렵다.)


-샤워하고 집 앞 마트에 갔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가는 것 같다.

충분히 뭔가를 산 것 같은데도 하루이틀 지나면 부족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배고프다고 난리니 뭐라도 사놔야 한다.

그런데 힘이 하나도 없다.

먼저 자바에 가서 허한 속을 달래고 대충 장을 봤다.

마트에서 레베카 엄마와 마주쳤는데 어색했다.

서로 영어를 잘 못하니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아닌가? 내 성격 탓인가?


-분명 뭔가를 먹고 왔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입이 궁금했다.

밖에서 먹는 음식이 그렇다.

순간 배는 부른데 뭔가 허한 느낌.

세일할 때 사둔 ‘도시락’ 컵라면 하나를 또 먹었다.

그리고 바로 누워 유투부를 보다 졸았다.


-오늘따라 자존감이 바닥을 친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다음 주 여선교회에서 말린디에 가기로 했는데 예약한 숙소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한다.

사기당했다.

지난번 시골에서 망고를 가져오던 현지인들도 아는 사람에게 망고 300개를 주문했는데 첫 번째는 잘 왔는데 두 번째는 100개가 덜 왔다고 한다.

현지인도 사기당하는 마당에 외국인은 밥이다.


-김&달걀프라이, 비프저크버거, 비프데리야끼, 강된장&차요태잎과 양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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