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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gito Feb 19. 2024

불안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미저리 커플의 들러리

"너의 여자친구  다른 남자랑 손 잡고 지나갔다던데?"

사회 초년생 시절 내 대학친구가 이야기했다


사연은 이렇다

내가 막 취업했을 때, 후배가 나와 같은 학교

4학년 후배를 소개해줬다


우리는 소개받자마자 사귀게 되었고

어느덧 반년을 만났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연락에 대한 답장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취업준비 때문에 바쁜가 보다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가 있었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연락이 와서 다시 몇 번 만났던 것이다


나는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다음에 만났을 때 여자 친구는 먼저 고백을 했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연락이 왔는데, 계속 보다고 해서

한번 만났고, 지금 새로운 남자 친구가 있고

지금 남자 친구를 더 좋아하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고

나한테 말했다


나는 믿었다

그러나 둘은 계속 만났고

결국 여자 친구는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나는 알았다며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여자 친구는


"화나지도 않아? 왜 끝까지 착한 척해?"

 라고 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이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인들 한다고 상황이 변하니?

화낸다고 뭐가 달라지니?"

라고 말했다


그렇다

화를 낼 기운도 없었고

그리고 화를 참는 것이

나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 진흙탕 싸움에서 이긴 들

무엇을 얻었으랴


그리고 내가 그 녀에거 줄 수 있는

가장 큰 처벌은 대범함이었을것이다

그녀의 행동에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때

그녀는 죄책감과 비굴함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보통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은

같은 이유로 다시 헤어진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같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헤어진다


아마도 다시 만났다 하더라도

나랑 사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을

머리로 이해는 해도, 마음속에서는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이 미움의 끝은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이러한 부분까지도 이해해 준다는데

나는 그 정도까지의 사랑은 아니었나 보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로또 살 때는 항상 뭔가 될 거 같아서 안 되나 보다

로또는 사도 안 될 거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 때

사야 하나보다


나중에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뭐.. 그럴 줄 알았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다. 아니 별 관심도 없다


그렇게 나의 취업 후  첫 만남은

미저리 커플의 사랑싸움 속에 휘말려

쓴 맛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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