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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gito Feb 21. 2024

이혼도 세습이 되는가요?

이혼가정이라는 편견

"아빠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거 같아"

고등학교시절 의 절친이 울면서 이야기했다

아빠의 외도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병신.. 야 난 중학교 때 이미 뗬다. 그거 별거 아냐"

나의 경험에나 나온 위로가

그 친구에게 힘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

나의 아빠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수없이 외도를 했으며

결국 내가 고등학교 올라갈 때 이혼을 했다


집에 안 오는 날이 더 많았지만

올 때면 항상 취해있었고

가족들을 들들 볶았다

사업이 잘 안 되는 것이 가족 탓인 것 마냥

식구들을 상대로 난과 폭력을 일삼았다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지옥에서 해방된 것은 나의 키가 아빠보다

더 커진 후이다


이혼하고 아빠가 짐을 빼가는 날

동생과 너무나도 기뻐했다

아마도 내 아들이 태어난 날보다 기뻤던 것 같다

참 아이러니하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 것보다

가족이 하나 사라진 것이 더 기쁘다니..


혹자는 "가족을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

아빠가 불쌍하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런 아빠를 안 만나봐서 그런 것이다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했기에 그것이 당연한 줄 안다

그러나 그 당연함이 아닌 가정도 있는 법이다


"오늘 아빠가 안 왔으면 좋겠다. 내일 시험인데.."

동생과 늘 하는 말이었다 


이혼을 하고, 아빠가 더 이상 안 와서 행복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적 불행이 급습했다


결국 대학도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

학비 싼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공부도 제법 했었지만

학비와 주거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나보다 수능점수가 낮았던 친구들이

서울라이프를 싸이월드에 올릴 때면

그냥 보기 싫었다


가족 관계는 결혼할 때 더욱 현실로 다가온다

전 여자 친구 부모님을 만났을 때

"부모님은 무슨 일 하세요?"

라고 묻는 게 너무나 싫었다


"이혼했는데요...

연락 안 하고 살아서 지금은 뭐 하고 사는지 몰라요"  

라고 말했을 때

당황하면서 떨떠름 한 표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너무 솔직히 말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여자 친구 부모님을 만날 때면 아빠가 더 원망스러웠다


이 인간.. 끝까지 나를 괴롭히네... 하면서


가끔 뉴스에 대한민국 이혼율이 계속 높아진다 라는

기사가 나오면 내심 흐뭇했다

내가 평범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지금 와이프는 장인어른이 암으로 일찍 돌아가셨다

그래서 좋았다

나에게 부모에 관해 물어볼 사람도 없고

이혼한 거나 돌아가신 거나, 없는 것은 마찬가기였으니

내가 부족해 보이지 않아 좋았다


이 것도 아이러니하다

가족의 부재가 장점이라니..


덕분에 결혼식 때 우리는 동시입장을 했다

양가 아버지들이 없으니

굳이 큰아버지나 삼촌이 대신 앉아 있을 필요도 없었고

신부를 데려다줄 아버지도 필요 없었다

주례 없는 결혼식을 했는데

부모님의 축사 대신 나와 와이프의 선서로 진행했다

(그 선서대로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삼촌을 대신 앉아있게 하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과

우리의 선서로, 나 스스로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자녀에게 발생했다

친할아버지든 외할아버지든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끔 길을 가다 보면 아이가 귀엽다며

사탕등을 주시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그럴 때면 우리 아들은 기겁을 한다

고 나이 든 남자에 대한 강한 두려움과

적개심이 생긴 것 같다

"아빠 나는 왜 할아버지가 없어?"

가끔 물어볼 때면, 무엇이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빠보다 다른 할머니가 더 좋대. 그래서 여기 안 와 "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쿨하게 말하고,

우리 아들도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이혼도 세습이 되는가?

가끔 아들을 심하게 혼낼 때면, 와이프가 한마디 한다

"어렸을 때 맞고 자라서 똑같이 하는 거야?"

남자 아이 둘을 키우다 보면, 성질이 더러워 질 수 밖에 없다

좋은 말로하면 듣지를 않는다

그래서 목소리는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아이가 잘 못 해서 혼내는 거와,

내 성장사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억울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프레임을 쓰고 바라본다

무언가 잘 못 하면... 부모가 이혼해서 그래


장모님도 결혼하기 전에 와이프한테

"이혼한 집이라 너하고도 쉽게 이혼하자고 할까 봐 걱정된다"

라고 했다고 한다


안 해도 되는 걱정과 시선들이 결국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나는 생각하기 싫은데

주위에서 계속 언급하면서 몰아간다

무엇인가 갈등의 틈이라도 보이길 기다리면서..

갈등의 틈을 타고 이혼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싶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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