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의 비용

잠시 멈춰도 무너지지 않기를

by 나무를만지는



며칠을 앓아누워 지냈다. 열이 가시지 않고 몸이 가라앉는 동안, 창밖 겨울빛도 희미해졌다. 예전 같으면 하루쯤 쉬고 일어나면 금세 움직였을 텐데, 이제는 회복도 계절처럼 더딘 속도로 찾아오는 느낌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 가 링거와 주사를 맞았다. 팔에 스며드는 따뜻한 기운이 잠시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뿌연 안갯속을 걷는 것 같았다. 오늘도 작업실 문은 열지 못했다.


그 며칠 사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상한 불안이 자꾸 고개를 들었다. 이제 막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경제적으로도 서서히 안정이라는 걸 느끼기 시작했는데… 이 멈춤 때문에 다시 흔들릴까 두려웠다.


나무를 다루지 못하고, 운동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손이 멈추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계산이 계속되었다. 며칠의 공백이 한 달의 수입을 뒤흔들지 않을까, 그렇게 이어지는 파도가 결국 가족을 지켜주는 경제적 울타리에 금을 내지 않을까. 가장이라는 이름 뒤에 따라붙는 무게가 하루 종일 내 등에 얹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 있던 어느 새벽, 불안이 잠시 잦아드는 순간이 있었다. 겨울 새벽에 길게 뿜어낸 숨이 하얗게 흩어지듯, 이 시간도 결국 지나갈 거라는 작은 확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억지로 버티는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차분히 모으는 일일지도 몰랐다.


아직 두통은 남아 있지만, 마음은 조금 차분해졌다. 작업대 위에 놓여 있는 미완의 나무 조각들이 나를 기다려 줄 것처럼. 계절이 천천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듯 나도 천천히 다시 돌아갈 것이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가족을 지켜주는 건 하루의 수입만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힘을 잃지 않는 마음이라는 걸 요 며칠 깊이 배웠으니까.


나는 다시 걸어갈 것이다.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틀림없이.

겨울을 견딘 나무처럼, 다시 봄을 향해.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