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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연주 May 06. 2022

쇼펜하우어와 장기하의 상관관계

난 네가 하나도 부럽지가 않어

1700년대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거침없는 책의 서문을 읽고 있노라면, 요즘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당당하기만 하다. 자신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전에 본인이 써놓은 논문을 읽고 와라라고 서문에 써놓을 정도로 친절한 철학자는 아닌 듯하였다.


뾰족뾰족한 수염을 기른 다소 고약한 심보를 가진 스크루지 아저씨처럼 생긴..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관통하는 것은 “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명제다.

이 명제는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데, 석가모니가 본인에게 주어진 편안한 왕자의 삶을 등지고 나와 오랜 기간 수행을 거친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이 세상은 고통이다 라는 진리를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었다는 사례와 관통하는 듯하다.


왜 이들은 인생, 삶이 고통이라 단언했을까? 인생이 고통이라면 그 고통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라는 허무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맞는 매와 모르고 맞는 매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강도의 느낌이 다른 것처럼 우리의 인생이 각박하고, 어려움으로만 가득한 것처럼 느껴질 때,

사실 인생은 고통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면 과연 어떻게 변모할 지, 고민해 봐야 하는 순간이다.


“그대 세계를 잃는다 해도 슬퍼하지 말라, 세계는 본래 무無이니.
그대 세계를 얻는다 해도 기뻐하지 말라, 세계는 본래 무이니.
고통도 기쁨도 곧 사라지니 이들은 모두 무이다.”


위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우리의 인생의 다이내믹한 사건 사고들에 일희일비할 필요도, 나의 고통, 행복의 순간들에 대해서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 인생은 고통과 권태를 오락가락하는 시계추다. 인간은 이성이 아닌 욕망의 존재이고, 인간의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과 같다고 했다.

즉,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되는 상태가 행복이고 늦게 충족되거나 충족되지 않은 상태가 고통이라는 것인데, 욕망이 신속하게 충족이 되어도 사람들은 곧 다시 권태로움에 빠지게 된다. 맛있는 케이크를 한입 먹고 나면 두입 세입 먹을 때 체감되는 행복의 수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생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부러워할 만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반면에, 비참한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인생이란 결국 평생을 지고 다녀야 할 무거운 짐이다.


인간이란 본디,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특히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다. imposter라는 용어가 요즘 화두가  정도로, 특정 인물 혹은 내가 되고자 하는 사람의 가면을 쓰고 나의 진정한 모습을 숨기고, 인생을 사는 사람도 허다하다. (필자 역시, 완벽주의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지닌 자라는 프레이밍을 가지고 사는 임포스터이다.)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과, 햇살은 이렇게 아름답고 거리의 사람들은 웃으며 지내는 이 상황에, 왜 나에게만 이런 고통과 시련이 찾아오는 것일까 생각하면서도

불필요하다 생각하는 감정의 깊이를 심연에 숨기고 그렇게 마지못해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인생의 민낯이다.


이에, 장기하의 노래를 듣고 있자면, 그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너무나 심플하고 센세이셔널할 수밖에 없다.


장기하-부럽지가 않어

야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난 괜찮아

왜냐면 나는 부럽지가 않어/한 개도 부럽지가 않어

네가 가진 게 많겠니/내가 가진 게 많겠니/

난 잘 모르겠지만/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해보자고/

근데 입장을 한번 바꿔서/우리가 생각을 해보자고/나는 과연 네 덕분에 행복할까

내가 더 많이 가져서 만족할까/아니지, 세상에는 천만원을 가진 놈도 있지

난 그놈을 부러워하는 거야/짜증나는 거야

누가 더 짜증날까/널까 날까 몰라 나는

근데 세상에는 말이야/부러움이란 거를 모르는 놈도 있거든

그게 누구냐면 바로 나야


우리들의 인생은 사실 대단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는 것.

인간이란 본디 고통을 감내하며 살며 그 안에서 본인만의 행복을 찾아가 살아가나, 거대한 우주 속 하나의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죽음에 대해 나와는 먼 현상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생의 존재로 살다 다시 무로 돌아가는 사이클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인생이

항상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다.

단, 인간의 삶의 발현된 형태는 다를지언정, 그 속으로 파헤쳐 들어가보면 인생 자체가 고통스런 삶을 견뎌내고 있는 증거임을 받아들이자.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 필요도 없을뿐더러, 겸허하게 인생을 받아들이면 된다.

정의 내릴 수 없는 우리들의 강력한 집착과 욕망을 덜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튼튼한 자존감을 가슴속에 품고 마음속의 평안을 가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인생을 한 발자국 뒤에 서서 관망하면서 살아보면, 나에게 닥친 시련과 고통쯤은 가뿐하게 즈려밟고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초월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 함께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명제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보자.


“난 네가 하나도 부럽지 않아.

이미 초월 했거든! “





영감을 받은 책: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박찬국 저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 이동용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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