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배우게 된 계기
지금 이 나이까지, 딱 한 가지 흥미를 잃지 않고 도전했던 것이 있다.
500원 동전을 넣고 치는 오락실 야구다. 유흥가 근처를 가게 될 일이 있으면, 미어캣처럼 레이더망을 돌려 오락실 야구 기계가 있을법한 지리학적 골목을 수색한다. 펀치 기계의 소리가 들려올 때쯤, 직감한다. 그리고 웃으며 달려간다.
끼익 소리가 나는 철망을 열고 들어가 손때가 가득한 너덜너덜하게 늘어난 시뻘건 목장갑을 낀다. 동전을 2개 넣고 언제 공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그 순간, 차디찬 알루미늄의 냉기가 흐르는 야구 배트를 여러 번 쥐었다 놓았다 하며 결국 헛스윙을 날린다.
내가 테니스를 배우게 된 이유는 나름 독특한데, 야구를 칠 수 있는 장소가 급격히 줄면서, 비슷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테니스가 뇌리를 스쳤고,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시작하게 된 사연이었던 것이다.
(테니스를 시작할 당시, 테니스는 비주류 운동이었음)
엄마 친구는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 1등이다.
내 인생의 르네상스는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면 바닷가가 보이는 동네에서 살았던 10살~12살로 기억한다.그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우리 엄마 역시 황금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 시절 엄마는 동네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에 있던 테니스장에서 테니스를 배우고 있었고, 엄마 친구는 아마추어 테니스 대회 1등을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그렇게 나는 엄마 친구의 우승의 영광을 선사해준 10년된 라켓과 가방을 빌려 영 앤 리치들의 세상에 입문했다. 강남에서 가장 비싼 테니스 아카데미로 달려갔고, 아침 9시 레슨을 시작했다.
테니스는 어려운 운동.
준비자세 시작.
하나! 라켓을 뒤로 빼고 동시에 왼손을 쭉 뻗어 공이 떨어지는 곳을 향합니다.
둘! 왼발을 앞으로, 공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라켓면을 덮으며 임팩트 후 팔로스루!
셋! 체중의 무게이동을 느끼며 라켓면을 끝까지 밀어줍니다.
모든 동작들이 유연하게 연결되어 움직이지 않고, 하나 하나 분절된 행동으로 로봇처럼 삐걱거리는 내 몸을 보며, 선수 출신 선생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묵묵히 코칭을 해주었다. (프로는..프로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한참을 가르치던 선생님은 물었다.
회원님 그런데..
테니스.. 왜 배우시는 거예요…?
그리고 나는 레슨을 주 1회에서 3회로 늘렸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계주 선수였다. 사실 달리기가 빠르지 않은데 이상하게 관상이 달리기를 잘할 것 같다는 같은 반 친구들의 공통된 피드백에서다. 관상학적으로 피지컬적으로 운동을 잘할 것처럼 생긴 타고 남은 가졌으나 애석하게도 신체 능력은 그러하지 못했다.
“선생님
제 목표는
40살에 테니스 잘 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에요!
지금부터 10년이면 되겠죠?”
“회원님이 테니스 대회 나가서 우승하시잖아요? 그럼 제가 회원님 우승 사진으로 제 프로필 바꿀게요.”
아들바보인 선생님은 절대 그럴 일 없다는 말을 상당히 진취적인 말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