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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연주 Feb 04. 2022

관장형 헬스장 입문기

30회에 30만 원 회원님 한정


어둑어둑한 불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이곳은 작은 규모의 관장형 헬스장.

헬스장 밑 1층은 대형 슈퍼마켓이 있는데 각종 행사 전단지가 벽지를 대신해 도배되어 있고, 오픈형 냉장고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와 슈퍼마켓의 특유의 신선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위에서 멀리서 들려오는 코요테의 순정,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노랫소리를 따라서, 내 발보다도 작은 위태위태한 계단을 올라가면, 숨겨진 비밀스러운 공간처럼 습기 가득한 이곳이 보인다.


이곳의 평균 연령은 젊게 잡으면 60대이고, 아침저녁 할 것 없이 신문을 들고 사이클을 타시는 아저씨와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고 계신 아주머니들이 계신다.

“흐엇, 흐엇,, 헥,, 헥,,”


이상한 굉음을 내면서 독특한 자세로 누워 천장으로 아령을 치켜올리시는 야수 스타일 할아버지의 운동을 보고 있자면, 지켜보는 자가 나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은밀한 시선이 오고 가는 이 헬스장에서 내 첫 생애 피티가 시작되었다.


리모델링 기념 특가
관장님 PT 30회에 30만 원에..

관장님의 말씀은 곧 법!


헬스장은 다소 때가 탄 듯, 누리끼리한 벽지에 붓으로 직접 그린듯한 8자 붉은 원형 무늬가 인쇄되어있다. 시선을 내려보니 바닥에는 구멍이 송송 난 미끄럼 방지 고무 패드가 깔려있고, 세월의 흔적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흡수한 기구는 사람의 살결이 닿는 모든 인조 가죽 부분이 헤져있다.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최소화된 조명 밑에서 공간 효율성을 최대화시켜 옹기종기 기구들이 모여있다.


입구 한켠에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붙어있는데,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처럼, 곳곳에 다양한 글씨체로 인쇄된 관장님의 말씀이 붙어있다. 진지한 궁서체 혹은 직접 마음을 담아 수기로 적으신 진심 어린 충고들..


“관장님 작업 중”

“대변 금지”

“샤워장에서 빨래 금지”

“슬리퍼는 남녀공용입니다”

“1일 운동 시 운동복 1회 제한”


관장님의 말씀은 우리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위치해있다.


하시고픈 말씀이 이리도 많으신데,



우리 헬스장 관장님은 사실 과묵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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