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맞이 한 이별
가루 안녕
가루는 딸이 고3 때, 이쁜 고양이 한 마리 더 데려오자며 조르다, 조르다 기어코 데려온 녀석이다.
다치고 버려진 길고양이를 병원에서 데려다 치료하고 무료 분양한다며 이뻐서 데려오고 싶다 했다.
콩콩이 혼자 심심하다면서. 뒤치다꺼리는 당연히 내 몫이었으니 난 콩콩이만 잘 키우자 했고,
아빠는 “하나나 둘이나”라고 하면서 기어코 데려오게 했다.
휴!! 이뻐하기만 하는 사람들이라 둘이 잘 통했다.
그렇게 우리집에 와서 12년을 같이 살았다.
그러니 당연히 식구일 밖에.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고 8kg을 육박하며 튼튼하게 잘 자랐다.
덩치로 콩콩이를 누르려 했지만 작은 콩콩이는 절대로 밀리지 않았다.
콩콩이를 덮치다 암팡지게 잘 싸우는 콩콩이에게 당하고, 그러면서 또 덮치려 하고, 그렇게 둘이 쫓고 쫓기며 잘 놀기도 했다. 항상 잘 때는 콩콩이 옆에 찰싹 붙어서 자기도 했다.
콩콩이가 떠나고, 가루는 혼자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콩콩이보다 더 개냥이가 되어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런 가루의 행동이 이상해지고, 별나라로 갈 준비를 한 지 내일이면 2주가 된다.
이젠 고개도 못 들고, 밥도 잘 먹지 않고, 누워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숨을 몰아쉬며 움직이지 않아서 병원에 데려 갔더니 노환이라 했다.
덩치 큰 냥이들은 제일 먼저 심장 기능이 떨어져서 숨을 몰아쉬는 것이란다.
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단다. 그저 기력 회복제 영양주사 3대와 기력 회복 영양제를 받아 들고 왔다.
그렇게 병원에 다녀온 후로 점점 더 먹지 않았지만, 숨은 몰아쉬는데 눈은 말똥말똥 했다.
기본 덩치도 있고 주사와 영양제 때문이겠지.
먹는 거라곤 좋아하는 캔 국물만 몇 번 할짝거리고, 가끔 입만 적시는 정도의 물도 할짝거리다가 그것마저 안 먹은 지 4일.
점점 눈에서도 총기가 빠져나간다.
코에 영양제를 조금씩 발라주면 핥아먹을 거라고 해서 발라 줬더니, 하루 정도는 핥았을까?! 털어 버려서 입천장에 발라줬더니 다 뱉어내서 다시 코에 발라 주니 닦을 힘도 없는지 그대로 있다.
억지로 먹이니 숨만 더 헐떡거려서 더 받아 온 영양제는 1/10도 못 먹이고 그만 두었다.
저렇게 거부하는데 굳이 억지로 먹이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식탐이 많던 녀석인데 정말 아무것도 입에 넣지를 않는다.
기력이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화장실도 못 간다. 가끔 가깟으로 움직여서 자리 이동하고 다시 털썩 몸을 누인다. 조금 남은 생명의 기운이 소진되기만 기다리는 것 같다.
며칠 사이에 더 앙상해진 몸으로 겨우 숨만 몰아쉰다.
콩콩이는 병원 다녀오고 다음 날까지 버티다가 하연이 보고, 밤에 별나라 갔는데,
가루는 몸에 남아 있는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다 보여주고 있다.
맘이 너무 아파서 몇 번을 옆에 누워 쓸어주었지만, 가루는 미동도 없다.
그냥 받아들여야 되나보다.
가고 싶다고? 그래~
너 원하는 대로, 너 편한 대로 있다가 가렴.
산다는 건 세월을 보내며, 새로운 또 다른 삶으로 다가가는 거 아닌가?!
아옹다옹 살아서 뭐하나 싶다.
인간의 삶도 허무하지만, 하늘 소망이 있으면 그래도 그 삶은 축복이고 감사인데,
영혼이 없다는 동물들은 말해 뭐하나?! 싶다.
2022.1.1.
12시 넘어서 송년 예배드리고 나와 보니 가루가 원래 자리로 떠듬떠듬 휘청휘청 힘겨운 걸음을 옮기길래 아빠가 방석이랑 옮겨 편히 눕혔다고 했다.
그렇게 가루는 떠날 준비가 다 되었나 보다.
새벽 1:30 넘어서 까지 보고 잤는데, 6:50쯤 깨어 보니 방석에서 나와 바닥에 편하게 누워있다.
천천히 준비한 여행을 새벽에 혼자! 그렇게 떠났다.
안에 있는 것들을 미리 다 쏟아내서 깨끗하게 누워있다.
콩콩이 처럼 마지막 숨을 세차게 몰아쉰 것 같진 않다. 얌전히 누워있는 걸 보면,
천천히 생명의 기운을 다 뱉어내고 조용히 숨이 잦아들었나 보다.
마지막 모습을 못 봐서 속상하다.
그래도 식구들은 다 보고 갔다.
힘들어하던 16일 동안, 자주 보고 예뻐했던 아줌마들도 와서 마지막 인사 했으니,
이젠 기억 속에 남겠지.
잘생긴 외모와 우람한 덩치 때문에 든든했었고, 더 예쁨을 받았다.
괜히 야단도 쳤었고, 첫 정인 콩콩이 보다 덜 예뻐하긴 했지만,
우리 같이 살아 온 시간이 12년, 참 길다.
밤에 아빠가 식사하고 있으면 저도 밥 달라고, 먹었으니 이제 이불 펴라고, 그리고 같이 가서 자자고 눈 마주치며 같이 갈 때까지 앞에 앉아 야옹, 야옹거리던 네 모습을 기억할게.
작은 내 품보다 그래도 넓은 아빠 품을 더 좋아해서 포옥 잘 안기던 너를 아빠는 너무 예뻐해서 자랑삼았었지.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 거리가 되어주고 사랑거리가 되어줘서 고마워! 가루야!
네가 천천히 준비해서, 나도 천천히 맘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가루야!
가루 이젠 안녕, 안녕!
이렇게 콩콩이 15년, 가루 12년 같이 살았던 두 녀석을 2년 사이에 떠나보냈다.
이렇게 헤어지는 건 익숙해지지 않아 너무 힘들다.
이젠 그만, 그만 할란다. 휴~
가루는 새해를 자기 없이 새로 시작하라나 보다. 여보는 가루 떠난 걸 보고 다시 자더니 일어나자마자 헛헛한 마음으로 새해맞이 대청소를 한다.
두 녀석을 보낸지 만 3년이 지났다.
그 사이 딸도 자기 가정을 만들어 잘 살고 있다. 그러니 집안이 더 허전하고 헛헛하긴 하다.
내가 냥이 이뻐하는 걸 아는 딸은 계속 다른 냥이들 사진 보내며 다시 키우라고 하지만 아니, 이젠 그만 할란다.
멀리 떠나 보내는 일은 너무 힘들어서 이젠 더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사진으로 예쁜 녀석들 보는 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