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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24. 2021

너! 내 동료가 돼라!

물론 아주 간혹 별 도움 없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혼자서 뚝딱 해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한옥을 크게 고치는 데에는 보통 건축사무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파트 인테리어 업체만 하겠냐만 한옥을 다루는 건축사무소도 꽤나 많은데, 이 중에서 한 곳을 고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참고한 자료가 '오늘의 집'에 실린 한옥 사례와, 서울시에서 발표한 우수 한옥 리스트. 자료를 들여다보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있으면 설계자와 시공자를 확인하고(같은 경우도 있지만, 다른 경우도 많다), 해당 건축사무실의 홈페이지를 탐독하고, 괜찮겠다 싶으면 연락을 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여러 건축사무소에 대한 역시 아주 주관적이고 지엽적이며 표면적인 인상(가나다순).

1. 가온건축

EBS의 프로그램 "건축탐구- 집"에 출연하여 좋은 인상을 심어준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가 운영하는 사무소다. 서울도시한옥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의 결과물에는 은평에 위치한 수오재 정도가 일부 부합하며, 그나마도 앞선 건축사무소와 비교하자면 조금 생소하지 않나 싶다. 규제가 심한 북촌보다는 다른 지역의 작업에서 더 빛날 건축사무소라 생각한다.

2. 구가도시건축

'한옥 건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축사무소가 아닐까 한다. 관련 서적에서도 구가도시건축이 지은 집이라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홈페이지에 제시된 결과물도 굉장히 많아, 이곳이 짓는 집이 어떤 느낌인지 알기 쉽다. 결과물이 꽤나 단정하게 정형화되어있다는 인상을 받은 곳.

3. 북촌 HRC

서울시가 지원하는 한옥 지원 사업에 가장 먼저 참여하고, 가장 많은 공사에 참여한 사무소라는 부분이 놀랍다. 왜인지 다른 곳 보다 결과물이 좀 더 고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4. 선한공간연구소
설계 중심의 건축사무소. 2017년 설립된 젊은 곳으로 2019년부터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데, 홈페이지의 작례도 꽤나 볼만하지만 SNS의 보다 친밀한 사진들도 재미있다. 한옥 설계 이외에 아파트 내부 공사 작업 결과도 약간의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그 역시 상당히 훌륭. 단아한 인상이랄까.

5. 참우리건축

궁궐을 지은 장인들이 시공한다는 소개가 멋진 곳으로, 건축가부터 제재소까지 정보를 공개해 놓고 있어 괜스레 믿음이 간다. 그 유명한 '지우헌'이 이곳 작품인데, '행복작당'에서 직접 돌아보니, 큰 규모의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오밀조밀한 살림집의 매력을 잃지 않는 게 놀라웠다.

6. 한옥협동조합

전문가+일반인이라는 다소 모호한 소개를 하고 있는 곳이다. 한옥교실을 10기까지 운영했던 점이 흥미롭다. 홈페이지에서 많은 결과물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확인되는 범위 내에서는 준수해 보인다.

7. 황두진건축사사무소
역시 서울우수한옥을 여러 채 지어낸 곳이다. 설계는 황두진건축사무소에서 담당하더라도 시공은 북촌 HRC에서 주로 담당한 것으로 보아, 시공은 하지 않는 곳이려나? 꾸밈이 적고 직선적인 느낌의 결과물.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는 편이다 보니, 마력이니 토크니 하는 데에 별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지금 새 차를 골라야 한다면 그저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차량을 선택할 듯싶은데, 건축사무소를 고르는 과정도 결국은 어느 정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한 가지 기준이 추가된 것이 있다면 대표 건축가와 충분히 소통이 가능한 곳일 것 정도. 그렇게 어찌 보면 단순한 이유로 선택한 최종적으로 선택한 곳이 바로 엄현정 건축가의 선한공간연구소.

밝지만 외향적이지는 않은, 단아하면서도 따듯하고, 일종의 배려심 같은 것 마저 느껴지는 결과물이 좋았고, 이메일과 유선통화를 여러 차례 나눠본 결과, 템포가 크게 어긋나지 않아, 분명 공사 기간 내내 불행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