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대수선, 수선, 기타 등등
한옥을 다듬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지만 어떤 공사이건 그 시작이 측량임은 같다. 보통 민간 업체에 측량을 의뢰하게 되는데, 이 작업을 거치고 나면 대지 및 건물의 경계나 주변 건물과의 배치 상태를 알게 되고, 캐드 형식으로 제공되는 해당 자료를 설계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참고로 신축이나 대수선 등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측량 결과가 필요하다).
우리 집은 서울도시한옥답게 옆 집과 어깨를 아주 가깝게 맞대고 있는 데다, 지형적인 특성상 건물이 석축 위에 올라 있어 기사님이 접근하는데 어려움이 매우 컸다. 심지어 북촌 한옥에 으레 설치되어있기 마련인 빗물받이마저 처마의 길이를 측정하는데 방해가 되어, ‘금방 끝나겠지' 했던 예상과는 달리 한나절 내내 측량이 이뤄졌다.
그래도 다행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가장 걱정했던 건 우리 집이 나라 땅(도로)을 무단으로 쓰고 있거나, 옆집 땅을 왕창 침범하는 상황이었는데, 도로를 침범하는 부분은 없었고, 오히려 옆집이 우리 집 대지를 쓰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측량 시간이 너무 길어지고, 불가피하게 집 안 까지 기사님들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발생했음에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신 집주인 어르신께 참 죄송하고 감사했던 하루. 집은 정말 혼자만의 힘으로 지을 수 있는 게 아님을 다시 한번 실감하며, 이렇게 또 작은 언덕을 하나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