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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25. 2021

내가 원하는 공간

사전 미팅

북촌의 많은 한옥은 얼핏 보면 죄다 비슷해 보이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전체적인 구조나 벽체(壁體)는 말할 것도 없고, 기와의 질감부터 시작해서 합각의 넓이나 높이, 용마루에 몇 겹으로 기와를 올렸느냐 까지 어느 것 하나 같은 집이 없다. 북촌 4경에 올라 조용히 바라보는 가회동의 아름다운 풍경이야말로 이런 다양함을 즐기기에 제격.     


한옥은 이러한 다양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큰 건축물이기에 건축 과정 내내 건축주와 건축가는 여러 차례 만남을 가지며 정말 많은 사항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건축가에 맡기고 '알아서 해달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건축가는 건축에 대한 전문가일 뿐 '우리 집'에 대한 전문가일 수는 없기에 그런 식의 일방적인 작업으로는 건축주의 필요를 충족시킬 거라 판단하긴 어렵다.


사실상 대수선에 준하는 규모의 공사를 앞둔 우리는 본격적인 디자인 미팅을 시작하기 전 두어 번의 사전 미팅을 통해 집에 대한 일종의 관념적인 내용을 건축가와 공유했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정확한 상(像)을 제시할 수는 없어도 평소 꿈꿔오던 집의 대략적인 인상을 전하는데 의의를 둔 것. 딴은 평소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많은 궁리를 하며 짜낸 생각 이건만, 돌아보자니 그 모호함에 괜스레 민망해진다.

O: 넣고 싶은 것, X: 넣기 싫은 것, Q: 그냥 궁금한 것

예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전시공간 같거나, 차가운 느낌의 집에는 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고- 내게는 소위 말하는 '호텔식 인테리어가' 그렇게 느껴진다-  빛과 바람이 잘 드는 필지를 고른 만큼 그로 인한 장점은 최대한 끌어내고 싶었다.


매우 긴 시간 동안, 그것도 두 번이나 미팅을 가져야 할 만큼 주고받을 이야기가 많았고, 모호한 주제였음에도 초인적인 인내심을 바탕으로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각각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내어준 건축사무소에 새삼 감사하다.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6.07. 설계예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08.07. 정든 집을 떠나 사택으로 이사

2021.08.18. 측량일, 사전 미팅(1)

2021.09.02. 사전 미팅(2)


북촌 4경(2021), Pentax MX/Yashic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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