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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작세 Jun 09. 2022

잔소리에 대한 수박 겉핥기 식 고찰

1. 양말 좀 거꾸로 벗어 놓지 마. 

2. 양말이나 옷을 벗으면 빨래 바구니에 넣어야지.

3. 공부는 다하고 노는 거야? 숙제는 다 하고 게임하는 거야?

4. 밖에 있다가 들어왔으면 씻고 다른 것을 해야지.

5. 고3인데 벌써 자?

6. 인라인 스케이트는 안전한 곳에서 타라.

7. 치약을 밑에서부터 짜면 안 되니?

8. 친구사이에 돈거래는 절대 하지 마라.

9. 술좀 작작 마셔.

10. 집에 일찍 일찍 들어오면 안 돼?

11. 책상 정리 좀 해라.

12. 밥 먹으면서 핸드폰 좀 보지 마.

13. 너는 왜 다리를 떠는 거니? 들어오던 복도 나가겠다.

14. 담배 좀 끊어.

15. 나는 너만 할 때 더 힘든 것도 이겨냈었어. 너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16. 누나 좀 봐라. 너도 누나처럼 하면 안 되니?

17. 일찍 일어나야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더 먹는다니까.

18. 이 닦을 때는 세게 닦지 말고 살살 닦아라.


위의 내용 중 잔소리가 아닌 것을 골라보세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듣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다르므로 정답은 없겠죠.

저는 저의 기준에서 골라보겠습니다.


잔소리 – 다음 국어사전                                                        

(1)(기본의미) 듣기 싫게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거나 꾸중하며 말함. 또는 그 말


사전적 의미로 본다면, 

'듣기 싫게'와 '필요 이상' 이 중요하네요.

참견하거나 꾸중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잔소리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네요.


문제는,

나는 듣기 싫지 않게 필요한 만큼 했는데,

듣는 사람이 듣기 싫거나 필요 이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견해 차이가 가장 큰 문제겠습니다.

가장 잔소리에 민감한 관계가 첫째는 부모 자식의 관계, 둘째는 부부관계, 셋째는 회사에서의 관계일 것입니다.


오로지 제 관점으로 판단해보겠습니다.(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기에 각자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1,2,6,8,14,18 은 잔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생활에서 함께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이거나 듣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것이니까요.

양말을 본인이 빨아야 하는 것이 옳지만, 가족이기에 엄마가 대신 빨아주는데 이 정도의 협조는 해야죠.

6,8,14,18은 안전, 건강에 관한 것이니 꼭 지켜야만 하는 것이고요.


@ 공부. 인생에서 중요하지만, 어차피 공부를 다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숙제할 시간 충분히 계산해서 놀고 있을 수도 있고, 공부나 숙제를 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스스로 감당해야겠죠. 

물론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가 끼치거나 자식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것을 제거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번은 잔소리로 간주하겠습니다.^^


@ 밖에서 들어와서 씻는 것이 먼저냐는

냄새가 가장 큰 문제가 되겠지요. 씻지 않는 발로 침대에 가서 드러눕는다면 더 그러하고요.

그렇지만, 가족인데 이 정도의 냄새는 참아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침대가 더러워지는 것보다 하루 종일 일하고 피로한 사람이 더 중요하므로 이건 잔소리입니다.

뭐, 듣는 사람이 기분 나빠하지 않고 그 자체를 즐긴다면(?) 잔소리가 아닌 푸념쯤 될 수도 있겠네요.


@ 치약을 어디서부터 짜느냐는, 아래에서부터 짜는 사람이 약간만 희생하면 해결될 문제이고

만약 아무 곳에서나 짜는 것에 의한 피해를 입고 싶지 않다면, 치약을 따로 사용하면 건강에도 좋고 깔끔하게 해결될 수 있기에 잔소리로 판단합니다.

물론, 스스로 알아서 하면 좋겠지만, 모든 내용이 스스로 알아서 한다면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것이니 이런 경우는 패스. 


@ 술 좀 작작 마셔. 아... 이건 너무 어렵습니다.

배우자나 자녀의 건강에 직결된 문제이고, 술 값에 들어가는 경제적 손실도 고려해야 하고, 술 마시느라 가족에게 소홀히 한 죄도 물어야 하니 잔소리가 아닌 꼭 해야 할 말인 것 같기는 한데,

술을 마시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비싼 술 집에 가서 먹지 않는 한 술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싼 놀이도 찾기 쉽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술 마시고 들어온 날은 미안해서 더 잘해줄 수도 있으니 잔소리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아이고 모르겠습니다.

저는 사실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을 못하거든요.

그냥 이것은 듣는 사람이 피의자(?)의 입장에서 들어야만 하는 것일 수가 있어서 필요 이상의 말이 아니며,

꾸중하는 것도 아닌 일종의 당부의 말이므로 잔소리가 아닌 것으로 판결하겠습니다. 땅땅땅. 

물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술을 마셔야 하는 정당성이 있고, 그리 자주 마시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듣는다면 필요 이상으로 꾸중을 듣는다 여길 수 있으므로 이런 경우는 잔소리.^^


@ 집에 일찍 일찍 들어오면 안 돼? 

권유형이지만 강요이기도 한 말이네요. 자주 늦게 들어왔기에 한 말이겠죠. 

일찍 들어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면, 아예 이런 말 자체를 하지 않겠지요.

별 이유 없이 자주 늦게 들어온 경우에 들을 수 있는 말이긴 한데, 

듣는 사람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자칫 잔소리로 여겨질 수 있겠습니다.

상대방이 잔소리로 여긴다면, 들어오든지 말든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잠을 자버리면 어떨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가족이 다 들어오지 않았는데 잠이 들리 만무한 분들도 계실 것이기에, 어렵습니다.

제가 문제를 제기해 놓고 횡설수설하고 있네요.^^


@ 책상 정리 좀 해라. 

요건 잔소리 분명합니다. 책상을 쓰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정리할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밥 먹으면서 핸드폰 좀 보지 마.

만약 폰을 보느라 밥을 더디 먹거나 반찬을 질질 흘린다면 마땅히 들어야 할 말입니다.

밥을 제대로 먹고 반찬도 흘리지 않지만, 꼭 지금 봐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잔소리로 들으면 안 되겠어요.

듣는 사람 입장에서 당장 봐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 잔소리라 여길 수 있겠습니다.^^


@ 왜 다리를 떠는 거니? 들어오던 복도 나가겠다.

백 퍼센트 잔소리입니다. 

다리 떤 다고 복 나갈 일도 없고, 다리를 떠는 것은 오히려 불안을 감소시켜 주고 열량도 소모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좋습니다. 

물론, 바닥이 울릴 정도로, 탁자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떨면 안 되겠지만...


@ 담배 좀 끊어.

건강을 생각해서 하는 말인 것은 확실합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끊는 것이 쉽지 않죠. 오죽하면 금연 교실 및 금연 치료를 하겠습니까.

끊으려고 한다면 못 끊을 것도 아니지만, 여러 번의 시도에도 끊지 못했다면 

끊어라는 것보다, 조금 적게 피우기를 바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지만, 저도 가끔 너무 힘들 때는 담배를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니까

도움이 되는 면도 있을 듯합니다.

어차피 끊지 못할 것인데, 계속 끊으라고 한다면 잔소리로 들릴 수 있겠어요.


@ 나는 너만 할 때 더 힘든 것도 이겨냈었어. 너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

    누나 좀 봐라. 너도 누나처럼 하면 안 되니?

잔소리죠?^^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잔소리입니다.

잘한 것에 대해 칭찬할 때도 비교하면서 하면 안 되니까요.

어쩔 수 없이 비교해야만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는 담배보다 더 해롭습니다.


@ 일찍 일어나야지.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더 먹는다니까.

다 아시다시피, 일찍 일어나는 벌레는 일찍 잡아 먹힙니다.

아침형, 저녁형, 밤형, 낮형 등 사람마다 생체리듬이 다릅니다.

저는 저녁형, 밤형 인간입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려고 해도 안됩니다. 

나이 먹으면 잠이 적어져서 일찍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그 기대가 무참히 깨지더라고요.

학교에, 회사에 늦지 않을 정도만 일어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피곤하다 보면 늦을 정도로 자고 있을 때도 있겠죠. 이땐 깨워야죠. 

하지만, 이때 외에 다른 시간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교육을 한다면 잔소리로 들릴 수 있겠습니다.


오죽하면 잔소리를 하겠습니까마는...

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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