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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갈 때 다시 일으켜주는 당신들

당신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 정도로 삽니다

by 알쏭달쏭

살면서 이유도 없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내 경험에 따르자면 한 무리당 적어도 한 명은 날 좋아했다. 그게 서로 '맞는 사람'이라 칭해지는 것 같다.


요새 가장 큰 고민은 '육아'이다. '아이에게 어떻게 말을 해줘야 잘 훈육할 수 있을까?'라는 게 가장 큰 화두인데 동네언니 중 유치원교사를 했던 언니에게 이런 고민을 자주 말하게 된다.


"언니 제리가 요새 유치원에 다니기 싫다고 하는데, 첫 번째는 늦게 끝나서 이고, 두 번째는 영어가 너무 어려워서 하기 싫다이고, 세 번째는 친구들이 자기랑 잘 안 놀아준다고 하네. 고민이야."


"있잖아. 제리 같은 성격은 본인의 감정을 억눌리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게 해 줘야 될 것 같아. '그래도 괜찮다.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라는 걸 먼저 알려 주면 좋고, 또 다른 건 어찌할 수 없는 거지만 친구들이 안 놀아 줄 땐 '친구들이 제리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다른 놀이를 하고 싶었던 걸 수도 있어. 그리고 그럴 땐 꼭 같이 놀지 않고, 혼자 노는 방법도 있어.'라고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한번 말해보도록 할게. 언니 매번 너무 고마워. 진짜 "


이렇게 당사자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은 볼 수 있었고, 각자의 경험을 통한 조언을 잘해주었다. 그로 인해 나의 육아 방식도 많이 개선되었고, 요새 제리는 어떠한 일을 겪어도 개의치 않는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다.


건축가 언니랑 유치원교사 언니, 이렇게 가깝게 지내며 같이 헬스장도 다니는데 건축가 언니가 요새 운동을 할 의욕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자 유치원교사 언니가 그랬다.


" 우리 맘은 힘들어 뭉개져도 몸뚱이만이라도 살리자!"


최고의 명언이다. 마음이 무너질 땐 몸을 살려야 한다. 우리 셋은 다음날 헬스장에서 웃으며 만나게 되었다. 각자의 경험이 모두를 살린다.






육아를 하는 동안 행복한 적이 더 많았지만, 때론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호르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종종 불안함을 느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시름시름 시들어갔다. 그 어떤 의욕조차 느낄 수 없는 상태, 먹기 싫고, 잠에 들기도 싫고, 무언가 사고 싶지도 않은 상태가 되어갔다.


그러다 보니 이게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는데, 책을 읽어줄 수도 없고, 놀아줄 수도 없으며, 밥도 정성 들여하기 힘들었다. 같이 사는 남편도 이런 내 상태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더러 있었다.


이럴 때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이 바로 육아동지들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 맘 내가 다 안다."는 눈빛이었고, "나도 같은 걸 겪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육아를 온전히 겪어 낸 사람만 할 수 있는 이해였다.


내 나이 또래 엄마들은 고민이 많았다. 일과 육아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하고, 균형을 잡기 힘든 상황에서 어떤 선택이 후회가 적을지 스스로 묻는다.


대문자 T인 남편은

"공감이 무슨 힘이 된다는 거야? 해결책을 줘야지. '많이 힘들겠다'라고 하면 놀리는 거라는 생각이 듦"

이라고 말한다.


육아는 월급도 없고 휴가도 없이 오로지 '엄마라는 이름으로' 견뎌내야 한다. 대가가 없는 게 당연할지라도 "당신 정말 고생 많다. 당신이 애를 잘 돌봐줘서 애들이 잘 크고 있다."

라는 말 한마디가 엄청난 힘이 된다.


행복은 깊이가 아니라 빈도라고한다. 오늘도 조금, 내일도 조금이 모여 행복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힘이 들어 쓰러질 때, 육아동지들이 '그만하면 잘했다. 우쭈쭈.' 해주니까 다시 일어서게 된다. 그렇게 매일매일 일어서면 되겠지. 넘어지더라도 일어나는 게 중요하니까!








나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 나의 말 한마디가 위로와 응원이 되길 바란다. 당신들이 있었기에 나도 많은 걸 이겨내고 살게 되었고, 하루하루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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