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대답 좀 해 줘라 야옹아.
만 3살 둘째 딸 티커와 잠자리에 누워 대화를 나누었다.
"엄마, 내 마음속에서 강아지가 놀고 있어. 토끼, 호랑이 세 마리, 사자는 세명! 왜 이렇게 내 마음에 동물이 많아? "
티커는 수많은 동물들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티커 마음속에 동물이 그렇게 많아? 재미있게 놀고 있어?"
"응, 근데 동물 빼줘. 자꾸 안 나와. 내가 좋은가 봐."
동물들이 자신을 좋아해서 자꾸 안 나간다는데, 표정은 매우 신이 나있었다. 귀엽긴.
"그래 동물 빼줄게. 어이! 토끼, 호랑이, 사자 다 나와라!"
"얼른 나와."
도대체 동물들이 왜 딸아이 마음속에 들어가서 놀고 있는 걸까. 이 순수한 상상력에 절로 웃음이 났다.
애들을 키워보니 얼굴은 비슷한데 성향이 정말 다르다. 첫째는 지성형, 둘째는 감성형이다.
티커는 어릴 적부터 동물 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다.
"야옹, 나는 아기 고양이예요 야옹." 하며 하루 종일 야옹 거리고, 무슨 질문을 해도 '야옹'으로 대답했다.
"티커 오늘 장어 먹고 싶어? 아님 칼국수 먹고 싶어?"
"야옹."
'야옹'으로 대답하면 일단 귀여워서 한 번은 봐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지금 정해야 하니까 뭐 먹고 싶은지 대답해 줄래?"
"야옹."
티커가 야옹이가 된 날은 그냥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 결국 엄마, 아빠가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은 오리가 되었다. 하루 종일 "꽥꽥"거리며 오리처럼 뒤뚱뒤뚱 걷는다.
"티커야 지금 어린이집 시간 늦었으니까 조금 빨리 걸어볼까? "
"꽥꽥. 나는 오리입니다. 꽥꽥."
귀엽다고 영상 찍는 것도 한두 번이지, 급한 시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꽥꽥거린다. 결국 티커를 들쳐 안고 빠른 걸음으로 걷는 수밖에 없다.
"꽥꽥 "
안겨서도 계속 오리 소리를 내며 가는 티커를 보며 속으로 웃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성형인 첫째는 '왜 지금 늦으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면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감성형 둘째는 그저 그 순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논리보다 감성에 충실한 둘째 딸 덕분에, 엄마의 일상은 늘 유쾌한 난관에 봉착한다.
이것이 바로, 야옹이와 오리, 그리고 마음속 동물원과 함께 사는 우리 둘째 딸 티커와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