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밤
그 밖의 나 작가님의 <아욱꽃: 봄 몸 잠>을 읽고
엄밀히 세보면
혜경에게 그는 두세 번째 남자
은식에게 그녀는 서너 번째 여자지만
흰 웨딩드레스 금방 벗은 것처럼
수줍고 풋풋하니
어느 독자는
'세상에 태어나 처음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 같아요'
어둑신한 집 안
쌀항아리와 늙은 호박을 지나
두 평 즈음 작은방에서
달빛과 전구빛은 따스하고
기타 선율에 나직한 목소리 실리니
맘 설레는 비밀 장소되어
솔로몬의 장막이 부럽지 않다
은식의 굳은살 덮인 거친 손
마른 몸
까슬까슬한 머리와 몽땅한 눈썹
부드럽게 쓸어 주었을 때
손은 황옥을 물린 황금 노리개 같고
몸은 아로새긴 상아에 청옥을 입힌 듯하구나
했던 술람미 여인의 자랑
혜경의 야위고 처진 가슴에
입을 맞추었을 때
네 두 유방은 백합화 가운데서 꼴을 먹는 쌍태 노루새끼 같구나
했던 솔로몬의 마음
그가 왼손으로 내 머리에 베개하고
오른손으로 나를 안는구나
서로 손깍지를 낀 채 잠이 든 모습
나의 사랑하는 자야 너는 어여쁘고 화창하다
우리의 침상은 푸르고
했던 아가서의 풍경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는
은식은
온몸의 근육이 잔뜩 긴장했으나
배려의 알몸이 전해오는
이불 안은 너무도 따스하고
아침 새들의 재잘거림 정겨워
혜경의 얼었던 몸 녹기 시작하다
그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 몸이 충분히 준비가 되었음을.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미치도록 나 자신을 알고 싶었다.
아찔하게 밟혔던 꽃봉오리
오롯이 피어나려는 새벽
나의 누이 나의 신부야 네 사랑은 포도주에 지나고
네 기름의 향기는 각양 향품보다 승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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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글씨는 구약성서 아가서에서 인용한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