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죠?
연인과 함께 비상(飛上)한다면? 단테의『신곡』(3)
하늘 아래 직립 보행하는 인간이 은연중 갖고 있는 바람은 하늘을 날아보는 것일 것이다. 과학자는 비행기를 발명하고, 시인은 나비나 새를 노래한다.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보면 가상세계임을 뻔히 아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더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깨알 같은 친구들과 함께 비상한다면? 그처럼 신나고 행복한 일은 없으리라.
어려서는 팅커벨의 마법 가루로 피터팬이 날아오를 때 마음이 벅찼다. 영화 E.T. 에서 귀한 외계 친구를 실은 자전거가 추격당하다가 잡힐뻔한 아슬아슬한 순간, 두둥실 떠오르던 그때의 감격을 잊지 못한다. 보름달을 지나 친구들과 황혼의 붉은 해 앞에서 굴리던 동그란 바퀴들. <마법의 성> 노래도 이런 순간을 스케치하여 히트하지 않았나 싶다.
마법의 성을 지나 늪을 건너~~
이제 나의 손을 잡아보아요
우리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죠?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단테의『신곡』을 한번 주욱 읽고서 그런 장면이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마미치 도모노부의 『단테 신곡 강의』를 읽다가 내가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천계(天界)에서 위로 오를 때는 선과 미의 사다리를 올라가는데 그때 단테는 베아트리체에게 이끌려 둘이 함께 날아오른다. 그 얼마나 행복한 일이겠는가. *
<천국> 편에서는 여러 가지 천계가 등장하고,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점점 높은 단계의 하늘로 올라간다. 다시 찬찬히 읽으며 네 번째 태양천에서 다섯 번째 화성천으로 올라갈 때 그러한 일이 이루어졌을 만한 구절을 찾았다.
그런 다음 나의 눈은 바라볼 힘을
다시 얻었고, 나는 나의 여인과 함께
보다 높은 하늘로 옮겨졌음을 보았다.
내가 위로 올라갔음을 깨달은 것은,
평소보다 나에게 더욱 붉게 보였던
그 행성의 불붙은 웃음 때문이었다. ** <천국 14곡: 82~87>
‘보다 높은 하늘로 옮겨졌음, 위로 올라갔음을 깨달은 것’과 같은 대목에서 이마미치 교수는 두 사람이 두둥실 날아오른 행간의 모습을 포착한 듯하다. 이런 하늘과 하늘사이의 상승이라면 바로 무수한 별 아래 공간이다. 이 세상의 어느 창공에도 견줄 수 없는 색깔과 빛의 모음이 있는 곳, 지구상의 어느 들판 보다도 찬란한 공기가 있는 곳일 것이다. 연인과 함께 둥둥 떠있는 샤갈의 그림에서처럼 마을과 지붕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지지는 않지만 대신 신비한 우주공간이 배경일테다. 단테는 글 속에서 베아트리체와 함께 비상하며, 땅에서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지 않았을까?
사실 <천국> 편에서는 감히 두 사람의 사랑을 논하지 못하겠어서 외적인 모습만을 찾아 로맨틱한 영상을 그려 보았다. 천국을 순례하는 그들은 세상 연인들 모습과 사뭇 다르다. 베아트리체는 애인이자 영적인 멘토로 단테와 함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가며, 단계를 오를수록 더욱 경건한 성인들을 만난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인간의 역사, 철학, 신의 섭리등을 담고 있어서 내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선다.
그러고 보니『새로운 인생』은 만만하여 단테와 함께 그 사랑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했었다. 울며 짜는 그를 가엾이 여기기도 하며. 반면에『신곡』은 심오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로, 내 나름의 단순한 해석이나 소감만을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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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테 신곡 강의』 이마미치 도모노부 이영미 옮김, 교유서가 2022 (553 page)
**『신곡』단테 알리기에리 장편서사시, 귀스타프 도레 그림,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