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원 한 명이 핸드폰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며 내게 다가왔다.
“블라인드에, 대놓고 저를 험담하고 조롱하는 사람이 있어요.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밤에 잠도 못 자겠어요.”
그가 보여준 글에는 회사의 인원 감축에 대한 불만이 담겨 있었다. 특히 인사부는 왜 인원 감축이 없는지에 대한 날 선 비판과 함께, 해당 팀장을 콕 집어 저격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팀장이 일이 많네 적네, 잘하네 못하네... 익명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누군가는 글을 올려 모함하였고, 또 누군가는 동조하며 조롱하였다.
그 글을 읽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익명 커뮤니티는 때로는 용기 없는 비방의 온상이 된다.
사무실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인사하던 동료가, 이름 없는 공간에서 조롱하고 험담하는, 동료라고 말할 수 없는 저급 인간이 되는 장소...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대가로, 자신의 불만을 해소한다.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그 직원에게,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당신이 지금처럼 고통받아 힘들어하는 것이다. 오히려 이 글을 쓴 이가 무색할 정도로 이 부정적 에너지를 떨쳐버리고 밝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본 몇백 명의 사람들은 글에 나온 당신의 이미지가 아닌, 매일 마주치고 대하는 살아 숨시고, 움직이는 당신의 이미지가 진짜임을 안다. 그러니 그 글에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블라인드라는 공간은 직장인들의 솔직한 속내를 공유하는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타인을 해치는 무기가 될 때, 그것은 더 이상 ‘커뮤니티’가 아니다.
그저 어두운 감정의 배설구일 뿐이다.
그 배설물은 없어지지 않고 기록으로 남는다. 농담이라고 던진 말에 누군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 이 단순한 진실을 잊은 채, 우리는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웃는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누군가는 밤잠을 설치고, 자존감이 무너지고, 삶의 의욕을 잃게 하기도 한다.
익명이 아닌 사내에서도 부정적인 언어를 일상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기도 전에 그건 실패할 거라고, 안될 거라고 이유를 백가지를 대며, 에너지를 빼앗는 사람들, 변화의 시기마다 부정의 기운으로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려는 변화를 밀어내려는 사람들. 그들의 말은 공기처럼 퍼져, 조직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말의 힘을 믿는다. 말의 무게를 믿는다.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에너지다.
긍정의 말은 사람을 일으키고, 부정의 말은 사람을 무너뜨린다. 우리는 직장인이기 이전에 ‘직업인’이어야 한다. 직업인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익명이라도, 이름을 밝히더라도, 말의 무게를 알고, 그 말이 닿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
말은 곧 나의 인격이다.
그리고 그 말은, 결국 나를 증명한다. 내 이름이 보이든 안보여지든 어떤 공간에서도…
내 이름을 걸고 말 할 수 없는 내용은 익명에서도 하면 안된다는것을 명심하자!
블라인드에서 남을 모함하는 사람은 결국, 본인의 글이 본인 영혼의 기록으로 남아 아주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꼬리표처럼 졸졸 붙어서 말이다~ 에잇!
오늘도 찾아와 글로 공감하여 주시는 글벗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비안 연재>
일 5:00 AM : 나의 성장일지
월 5:00 AM : 직장인 vs 직업인
수 5:00 AM : 시아버지 작사, 며느리 작곡
사진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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