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사귀 생김새는 나리 종류 보다 호스타나 새우란처럼 보인다. 이름이 뻐꾹나리인 것은 뻐꾸기의 목둘레 무늬를 닮았고, 꽃모양은 나리꽃과 닮았기 때문이라 한다. 8월 말에 꽃 한 송이를 보았는데 시월 말에 여러 송이가 피어 있다. 먼저 핀 꽃은 지고 새 꽃이 피었겠다. 보통 나리꽃들은 여름꽃이다. 뻐꾹나리의 개화시기도 7월이라 한다. 나리꽃은 꽃이 피면 장마가 시작되고, 꽃이 지고 씨가 맺히면 장마가 끝난다고 여긴다. 기상정보가 없을 시절에 식물의 생태를 보고 기후를 예측했을 것이다. 정원에 뻐꾹나리 꽃이 늦은 이유가 있다. 봄에 옮겨 심을 때 뿌리는 작았고 잎사귀는 조금 달린 약한 개체를 심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 이렇게 약한 식물체는 살아남는데 힘을 다하기 때문에 당년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 어쩌다 꽃이 피더라도 약하게 피었다가 열매까지는 맺지 못한다. 이에 반해 뻐꾹나리는 생존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할 것이다. 계절까지 거스르며 힘을 다해 꽃을 만들어내는 집념이 보인다. 뻐꾹나리를 살필수록 개성이 뚜렷한 꽃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꽃은 대부분 진다. 화려한 꽃들은 여름 꽃들이 많다. 이 꽃이 화려하다고 보기에는 작고 소담한 반면, 소박 하다기엔 오밀조밀한 모양새나 색감이 원색적이다. 지역에 따라, 매년 기후의 차이에 따라 개화시기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국 특산종으로 남부지방에 사는 희귀 멸종위기 식물이라 한다.
나만의 개성 있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것 하나 이상을 포기해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하나를 위해 전부를 걸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추구하는 삶이 이 꽃처럼 시류나 트렌드를 거슬러 독창적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