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4인 가족인데요, 그중에서 가장 요즘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은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둘째 딸입니다. 신랑도, 저도, 첫째 딸도 브랜드나 유행에 민감하지 않아 마음 편히 살아왔는데 둘째가 커가며 토론을 벌이게 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주로 주제는 다음과 같아요.
“엄마, 친구들은 최소한 아이폰 16, 못해도 아이폰 15를 쓰고 있는데 왜 나만 아이폰 13 미니를 써야 돼? “
“애들은 다 노스페이스 눕시나 아이더 숏패딩 입는데 사줘. “
“엄마, 애들은 다 애플워치랑 에어팟 있어. 나도 가지고 싶어.”
사실 이렇게 확 질러버리듯이 말하는 건 5학년때였고요. 지금은 조금 더 세련되게, 논리적으로 안타까움을 담아 말합니다.
사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기에 ‘이번에도 또야?’라는 생각이 들고 머리가 지끈해져서 대화를 피할 때도 자주 있어요. 그런데 우리 둘째는 저와 달리 물건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크고, 토론을 즐기기에 울며 겨자 먹기처럼 억지로 토론에 제가 참여하게 돼요. 예전엔 뭐 이것저것 가져와 나름대로 논리르 펼쳤는데 요즘은 그냥 살짝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만 말합니다.
“그렇구나. 그런데 엄마는 못 사주겠네. 너무 비싸거든. “
그래도 추운 겨울에 패딩은 있어야 하니 올 가을에 미리 아이더 패딩 한 개를 사줬습니다. 작년에 따뜻한 아디다스 패딩을 사줬지만, 요즘 여자애들은 아디다스 패딩은 안 입는다며 꿋꿋하게 그냥 다니는 둘째의 고집에 제가 졌어요. 올해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롱패딩을 사주고 싶었지만, 부 해 보이지 않는 숏패딩을 원하는 둘째의 의견을 존중하여 경량패딩을 사줬습니다, 엄청 추운 날 오버핏 맨투맨티에 경량패딩을 입고 나갔다 오더니 자기가 아무래도 잘 못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본인이 선택한 거니 책임지고 입고 다니겠다고 하네요.
꾸준히 저의 물건 사는 기준을 유지했더니 이제는 인정하고 그냥 자기가 돈을 최대한 모아 사기로 마음을 먹더라고요. 현재 가지고 싶은 물건들 - 아이폰, 에어팟, 애플워치 등- 의 가격을 모두 더해 봤더니 280만 원이라며 고민하길래 그중에서 샀을 때 가장 만족도기 높은 것부터 우선 사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빚 다 갚으면 가족이 모두 함께 수고한 것이니 각자에게 50만 원씩 줄 예정이라고도 말해 줬어요.
저희 집은 크리스마스에 딸들에게 선물대신 5만 원씩을 용돈으로 주는데 보통 때 같으면 바로 에이블리에서 옷을 사거나, 올리브영이나 다이소에 간다고 나갔을 텐데 이번엔 각오를 제대로 했는지 모으더라고요. 저축해서 투자하는 경지까지는 아직 못 갔지만, 그래도 가장 사고 싶은 것을 위해 매일 소소하게 간식 사던 습관을 끊어낼 줄 알다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덤으로 밥을 더 잘 먹어서 이뻐요.
딸이 사춘기에 들어섰지만, 저와 신랑의 경제관념을 인정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1. 아빠, 엄마가 같은 경제관을 가지고 말하고 실천했어요. 엄마는 안 사주지만 아빠는 사주고 그런 거 없고, 돈 번다고 아빠, 엄마만 아이폰 17프로 사고 그러지 않아요. 저는 3년 전에 중고로 산 갤럭시 점프를 사용 중인데 가족이 제발 바꾸라고 성화입니다. 사진을 찍으면 화질이 별로여서 저도 신학기 시작 전에 중고 갤럭시 S24로 바꿀까 해요.
2. 우리 집에 빚이 얼마가 있고, 이렇게 절약해서 현재 얼마만 남았는지 꾸준히 공유했어요. 3억 가까이 되던 빚이 어느새 1,200만 원 정도 남은 것을 듣더니 둘째가 절약의 가치를 진심으로 깨닫는 게 보이더라고요. 빚을 다 갚고 나서도 펑펑 쓰는 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투자해서 부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거라고 했더니 그럴 거라고 인정해 줬어요.
계획에 없고, 분에 넘치는 소비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경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너무 심하게 절약해서 아이의 학교생활이 문제가 되면 안 되겠지만, 사실 친구들은 성품이나 태도를 보고 사귀지 애플워치가 있냐 없냐로 사귀지는 않아요.
그런데 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직 돈을 벌지 않는 초등학생이 최신 아이폰, 몇십만 원짜리 패딩, 애플워치, 에어팟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이 믿어지지 않아요. 이런 아이들도 있고, 제 딸처럼 아이폰 하나 정도만 가진 아이도 있고 그러겠죠? 갤럭시의 나라인 한국의 10대들은 애플 시리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애플제품의 디자인 때문일까요? 이유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