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2024년 01월 19일

by 로벨리아

오늘은 엄마 회사 회식날.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처음으로 집에 밤늦게 혼자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어디 놀러 가시거나 늦게 들어오실 때, 혼자 집을 지키는 날이면

무척 신이 났었는데 오늘은 왠지 낯설고, 살짝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엄마가 혼자 먹으라고 소분해 주신 삼겹살을 구우니,

노릇노릇한 냄새와 함께 무서웠던 마음이 조금은 풀렸다.


아빠가 사주셨던 고기 굽는 철판을 꺼냈다.

아빠는 이 철판을 정말 아끼셨다.

흠집이 날까 봐, 코팅이 벗겨질까 봐 설거지도 본인이 하겠다고 하실 정도였다.


예전에 아빠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을 때, 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혹여나 그릇에 흠집이 갈까 봐 아빠는 옆에서 내가 설거지하는 걸 지켜보셨다.

조심스럽게 씻어내자 아빠의 '합격 도장'을 받았고, 그 이후로는 내가 철판 설거지를 맡게 되었다.


이 고기 굽는 철판을 볼 때마다 아빠 생각이 난다.


'아빠, 오늘도 조심히 잘 사용할게요. 감사합니다.'


삼겹살을 철판 위에 올려 굽기 시작했다.

삼겹살 하면 또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아빠가 돌아가신 그해 여름의 일이다.

그때 아빠가 마트에서 삼겹살을 사 오셨는데, 맛있다며 또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빠에게 "잔뜩 사자"며 돈을 드린 적이 있었다.

아빠는 오랜만에 보는 개구쟁이 얼굴로, 잔뜩 산 고기를 손에 들고 오셨다.

아빠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그동안 소원해졌던 사이도 조금은 가까워졌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혼자 앉은 식탁. 수저와 젓가락 한 쌍.


그렁그렁 눈물이 맺힐 뻔했지만, 계속 울면 아빠도 속상해하실 것 같아서 오늘은 씩씩하게 혼밥을 먹기로 했다.


'다음에 울고 싶을 때 펑펑 울자. 오늘은 맛있게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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