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돌아가신 날 밤, 엄마는 나에게
“같이 자면 안 될까?”
하며 방으로 찾아와 베개를 들고 오셨고, 나는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와 같이 자본 적은 정말 몇 년 만이었다. 예전에 지방 대회를 나갈 때나 엄마와 같이 잤었는데, 집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내 방은 원래 방과 베란다가 따로 있었는데, 그 둘을 하나로 터서 만든 방이라 우리 집에서 가장 추운 방이다. 추위에 약한 엄마가 잘 주무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막상 둘이 같이 한 방에 있으니 사람의 온기 때문인지 평소보다 훨씬 따뜻하게 느껴졌다.
첫날밤, 우리는 아빠 이야기를 하며 밤을 지새웠고, 엄마는 새벽녘에야 잠깐 눈을 붙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빠의 마지막 모습을 발견한 사람은 나였기에, 그 장면이 자꾸 떠올라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아빠 밥을 지으려고 밥솥에 안쳐 놓았던 쌀과 족발을 버리고, 엄마는 아빠의 침구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전문 유품 정리 업체를 통해 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직접 하기로 했다.
당시 일기장들을 보면 정리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업체보다는 우리 손으로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면서 아빠를 추억하고 그 시간을 마음속에 오래 담아 둘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빠의 장례를 치르고...
2주가 지난 어느 날 밤, 엄마와 방에 같이 누워있는데 엄마가 갑자기 말했다.
“이건 무슨 소리야?”
그러고는 내게 소리를 들어보라고 하셨다.
'위이 이이이 잉'
이 방 앞에 있는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가끔 하늘을 지나는 헬기나 비행기 소리가 엄마에겐 낯설게 들렸던 것일까.
나는 평소에 유튜브를 틀어 놓고 자는 편이었고,
이런 소리들 역시 늘 듣던 익숙한 소음이라 대수롭지 않게 느꼈는데...
하지만 엄마가 지내시던 안방은 방음이 잘되어 있었던지라 이런 소리들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말씀하신 거긴 하지만, 처음에 이 방에서 지내실 때 소리 때문에 엄청 힘드셨다고 한다.
한 달이 지나, 가족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고, 일기에 빠지지 않고 기록해야 했던 것은
‘그날의 식단’이었다.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어서,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해 먹어야 하는지도 잊기 일쑤여서 일기를 통해 기록해 두고 체크하고 싶었다. 이러한 기록들이 서서히 쌓이면서, 1년 뒤엔 “우리 1년 전에 뭐 먹고살았지?” 하고 웃으며 엄마와 이야기했던 적도 있었다.
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했던 나는 스티커를 붙이며 일기를 썼고, 초창기 가족 일기를 보니 ‘그날 했던 일’, ‘그날 먹은 음식이 맛있었다’라는 문구가 많았던 거 같다.
아무래도 개인 일기 외에는 처음 써 보는 가족 일기다 보니, 어색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엄마와 고양이와 함께 지낸 소소한 일상들을 잔뜩 기록하느라 일기장 한 칸 한 칸이 깨알 같은 글씨로 빽빽하게 채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