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27일
예전에 나는 청소를 한 번도 하지 않았었다.
아빠가 일주일에 한 번씩, 아침마다 집안 대청소를 해주셨다.
아빠가
"청소 다 했다"
하시면, 나는 고생하셨다는 말만 하고는 슬쩍 방문을 닫고 들어갔던 사람이었다.
일 특성상 자는 시간이 뒤죽박죽이었고,
새벽녘에 잠이 들었을 때 아빠의 청소 소리에 잠에서 깨어
혼자 구시렁댄 적도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철없는 행동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빠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는 일하니까, 딸한테 집 청소나 빨래 같은 집안일 좀 시켜."
엄마는 말했다.
"쟤도 방에서 일하는 건데, 내가 하면 되지. 뭘 시켜. 괜찮아."
아빠는 엄마의 말씀이 못마땅하셨다고 한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는
내가 빨래도 널고, 개고 청소도 하면서
집안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집안일을 혼자 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걸 엄마 혼자 퇴근하고 나서 다 하셨다니...'
나중에 엄마한테 왜 그때 집안일을 안 시켰냐고 물으니,
퇴근하고 자기가 하면 된다고 똑같이 말씀하셨다.
엄마한테 무척 죄송했고, 이제부턴 내가 할 테니
퇴근하고 와서 밥 먹고 푹 쉬기만 하라고 했다.
오늘 혼자 집을 청소했을 때,
'아빠 계실 때 내가 한 번이라도 청소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속상한 마음이 밀려들어왔다.
청소를 다 마친 후에는,
나 혼잣말로
"청소 다 했다!" 하고 말한 뒤,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빠의
"딸 고생했다."는 소리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은 채 걸레를 빨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