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크리스마스

2023년 12월 25일

by 로벨리아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렸을 적 평촌에 살았을 때 엄마와 아빠가 크리스마스날 크게 싸우셨던 기억이다.

뭐 때문에 싸우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엄청 크게 싸우셔서 성인이 된 지금도 그날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매년 크리스마스 날이 오면 자연스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도 그럴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그냥


‘엄마와 행복하게 보내자 ‘는 생각만 들었다.


원래 우리 가족은 기념일 같은 걸 챙기지 않았었는데, 아빠가 돌아가신 후


“각자의 생일, 크리스마스, 새해는 소소하게 라도 챙기자”


고 엄마가 먼저 말씀하셨다.



의외였다.


나는 사실 남들이 가족 생일 챙기는 모습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었다.

우리 집은 그런 걸 잘 챙기지 않는 편이라


‘그래 우리 집은 그냥 이런가 보다 ‘하고 넘긴 지 오래였기에


그저 부러워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먼저, 뜻밖의 말을 해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마트에서 사 오셨고, 저녁엔 엄마가 좋아하는 피자를 함께 먹었다.


아빠는 연말이면 항상 지방으로 캠핑을 가셨기에,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익숙했다.



다만, 피자를 먹던 중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왜냐하면 피자는 아빠, 엄마, 나 셋이 유일하게 함께 앉아서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보통 엄마는 출근하시고, 아빠와 나 둘이서 같이 피자를 먹었던 적이 많았기에,

그래서 더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금요일은 피자 1+1 행사가 있는 날이라, 가끔 내가 피자를 주문하면 아빠가 항상 테이크아웃으로 가져오셨다. 그리고는


“딸, 맛있게 잘 먹을게!”


퇴근하고 온 엄마에게는


“딸이 피자 쏜대서 내가 테이크아웃해 왔어. 맛있게 먹어. “


하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아빠가 피자를 좋아하셨던 이유 중 하나는, 평소엔 함께 밥을 먹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피자를 먹을 때만큼은 꼭 같이 앉아서 얼굴을 마주하고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엄마는 울음이 터진 나를 보며 엄마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지셨고,


“앞으로는 행복하게만 살자.”


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아빠와의 추억을 조금은 덜 울컥하게 꺼내보고,

엄마와는 더 많이 웃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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