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속을래요?
다이어트에 관한 상품은 정말 쉬지 않고 나오는 것 같다. 성분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말도 많다. 약리 기전이나 작용 방식을 잘 모르는 소비자로선 그저 브랜드나 TV 쇼닥터가 좋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하고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서 효과가 있는 것들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별다른 효과 없이 돈만 날리고 만다. 작년부터 꾸준히 인기 있는 레몬밤 추출분말은 어떨까?
처음 레몬밤을 들으면 당장 생각나는 건 레몬이다. 레몬과 아구아 밤 따위가 연상돼서 레몬 칵테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레몬밤은 허브의 일종이다. 민트의 일종인데 아구아 밤에 쓰이는 건 아니고 모히토에 들어간다. 또는 스테이크에 얹어 나오기도 하고 유럽이나 태국에서는 다양한 요리에 식재료로 쓰인다. 아무튼 흔한 허브라는 말이다.
이렇게 흔한 식물이 갑자기 뜬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레몬밤에 함유된 로즈마린산 때문이다. 레몬밤은 로즈마린산 외에도 타닌, 플라보노이드, 시트로넬랄, 유제놀, 폴리페놀, 비타민, 망간, 구리, 아연 등 각종 미네랄이 들어있지만 사람들은 유독 레몬밤 추출분말, 그중에서도 로즈마린산에 반응했다. 살 빠진다는 말 한마디에 말이다.
레몬밤은 사실 해외에서는 이미 유명한 허브이다. 우울증, 불안,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 더불어 항염과 항바이러스, 항히스타민 기능까지 있어서 아토피 치료나 심신 안정에 주로 사용된다. 특히 앞서 언급한 로즈마린산은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물질인데, 레몬밤이 다른 허브과 식물보다 로즈마린산을 20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그 효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일어났다.
결론 먼저 이야기하면, 도움이 된다. 문제는 얼마나, 어떻게이다. 이쯤에서 솔직히 이야기하자. 당신이 기대하는 건 로즈마린산만 먹어도 알아서 살이 빠지는 효과일 것이다. 근데 이건 스스로 생각해도 좀 양심 리스인 사고방식 아닌가... 실제로 이런 효과가 있다면 피땀 흘려가며 다이어트하고 몸매를 가꾸는 사람들은 전부 바보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로즈마린산은 어떻게 다이어트를 도와준다는 것일까?
국내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로즈마린산 12주 복용 시 내장지방과 복부 지방 감소에 효과적이었다는 보고가 있다. CNU클리닉, 연세대학교, 인제대 백병원에서 1차, 2차, 3차 실험을 하였고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피험자들은 실험에 따라 식이 및 운동요법 없이 혹은 식이 및 운동 요법을 병행하며 실험에 참가했다.
특히 3차 시험 때는 병행하며 12주간 50명이 로즈마린산을 섭취해는데, control 그룹에 비해 약 20%가량 내장지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1차와 2차 시험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얻었지만 가장 큰 폭의 변화를 보인 게 3차 시험인 점을 감안하면 레몬밤 추출분말만 먹는 것보다 운동하고 식단 조절하며 보조로 섭취할 때 뚜렷한 효과를 보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너무 당연한 결과인 게 12주 동안 운동하고 식단 조절하면 굳이 로즈마린산을 섭취하지 않아도 살은 빠진다. 단지 로즈마린산을 먹으면서 살을 빼면 조금 더 빠진다는 게 핵심이다. 반대로 로즈마린산만 먹고 운동도 안 하고 식단 조절도 안 하면 살이 빠질까? 알겠지만 절대 안 빠진다. 조금 덜 찔 뿐이다. 당신의 식습관이 술, 고칼로리 음식, 야식으로 점철된 가시밭길이라면 거기에 로즈마린산 좀 먹는다고 마법처럼 아랫배가 홀쭉해지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기대도 하지 말자.
우리는 모두 답을 알고 있다. 다이어트의 정답은 레몬밤 추출분말, 로즈마린산이 아니다. 그저 꾸준히 운동하고 음식 조절을 하는 것이다.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 관리하는 사람의 반의반도 안 하면서 로즈마린산 먹었는데 아무 효과 없다고, 상술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평생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가르시니아도 마찬가지다). 이제 환상에서 깨어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