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갑자기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가을 탄다고 우스갯소리로 넘기지만 한 번 빠진 우울감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방치하지 말고 빠르게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가을철 우울증은 다른 우울증에 비해 비교적 원인과 치료 방법이 명확하므로 만약 당신이 다소 우울한 상태라면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해소하도록 노력하자.
가을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분명 날씨도 좋아지고 단풍은 예쁜데 괜히 기분이 다운되는가 하면 몸이 축축 처지고 의욕도 떨어지는 것이다. 처음엔 가을 타나 보다 생각하고 넘기다가도 비슷한 현상이 지속되면 슬슬 불안함이 앞선다. 생활 패턴에 문제가 있나? 하는 일이 나랑 안 맞나? 보양식을 챙겨 먹어 볼까? 정신과 상담을... 실제로 가을부터 시작되는 이런 계절성 정서장애, 계절성 우울증은 겨울철에 최고조에 달했다가 봄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통계적으로 봄철 자살률 증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통적인 패턴으로 나타나는데, 춥고 어두운 겨울 동안 우울증을 앓다가 날이 풀리면서 박탈감, 허망함, 비참함 등이 몰려와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굉장히 무겁고 비참한 이야기지만 이는 당신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울증에서 이어진 자살률 증가를 반대로 생각하면 당신의 우울증은 당신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단순한 계절 변화로 인해 발생한다는 걸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대부분의 감정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일어나는데, 햇볕은 호르몬 조절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행복과 우울에 관여하는 호르몬은 햇볕과 한 몸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이다.
행복 호르몬.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어딘지 동화 같은 느낌의 호르몬이다. 행복 호르몬의 원래 이름은 세로토닌인데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 분비되는 호르몬이라 저런 별명이 붙었다. 수많은 연구에서 세로토닌이 증가하면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고 감소하면 우울감을 느낀다는 게 입증된 만큼 우울증의 치료는 세로토닌 수치를 얼마나 잘 조절하는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철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도 마찬가지.
가을은 봄, 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드는 시기다. 세로토닌이 일조량과 관계된 호르몬인 점을 감안하면 줄어든 일조량은 곧장 세로토닌 감소로 나타나고, 당신은 당연히 기분이 센치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가을철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은 알고 보면 매우 단순한 원인에서 시작된다.
답은 간단하다. 일조량을 늘리면 된다. 하지만 이게 쉽다면 가을철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은 없었을 거다. 전문가들은 겨울철에도 하루에 20분 이상 햇볕을 쬐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하루 20분의 햇볕은 거의 나체 상태로 일광욕을 하는 걸 말한다. 날씨도 추운데 햇빛 받겠다고 온몸으로 칼바람을 맞아가며 20분간 버텨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매일. 실제로 이런 짓을 했다간 우울증이 낫기 전에 다른 병으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가을철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라이트 테라피
첫 번째는 라이트 테라피다. 실제로 자연광과 유사한 빛을 내는 조명을 설치하여 매일 쬐는 방법이다. 이는 계절성 우울증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비타민D와 세로토닌 분비량을 증가시켜 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심지어 비만이나 폭식증, 학습장애, 불면 증에도 효과가 있다. 햇빛을 충분히 받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2. 운동하기
운동을 하면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이 풍부해진다. 트립토판은 몸속에서 화학 작용을 거쳐 세로토닌으로 변화되는데, 하루 20~30 분 정도의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충분한 양의 트립토판이 생성된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힘들어도 땀이 날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습관을 들이면 더 좋고.
3. 멜라토닌 처방받기
우울증은 불면증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불면증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리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우울증으로 인해 불면증이 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어쨌든 잘 자는 건 우울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데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면제나 수면 유도제는 효과는 강력하나 부작용이 심해 섣불리 시도해서는 안 되지만 멜라토닌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그럼에도 국내에선 멜라토닌이 약으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의사와 상담 후 처방받아야 한다. 멜라토닌은 원래 뇌에서 빛의 양을 감지하여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수면 호르몬이다. 우리가 해가 뜨면 잠이 깨고 밤이 오면 졸린 이유도 멜라토닌 양이 일주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울증, 불면증 환자는 정상적으로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경구로 복용하여 수면 패턴을 정상으로 돌리는 방법을 사용한다.
4. 잘 먹기
잘 먹는 건 항상 중요하다. 육체적, 정신적 변화가 있을 땐 더욱 그렇다. 가을철 우울증을 앓고 있다면 세로토닌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흔히 세로토닌이 많다고 알려진 닭고기는 실제로 크게 효과가 없고 땅콩, 호두, 캐슈너트, 호박씨, 통밀 등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