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뜨거워

매일줄넘기 54일째

by 샤인진

선선한 아침 800개.

돌리고, 돌리고, 멈춘다.

숨 쉰다. 다리는 저절로 걸어진다.


아파트 화단에 열매 열린 나무가 있다. 실하게 열렸어.

따려면 당장이라도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열매에 손대지 않았다.

동네의 따뜻함이 전해진다.

결실이 얼마 남지 않았네. 빛나고 윤기 난다.

뿌리를 본다.

바람맞아 잎사귀 잃어 공허했을 가을.

얄궂은 벌레 공격으로 눈물 찔끔했을 봄.

단호한 태양빛으로 타는 고통이었을 여름.

영하의 추위에 죽을 고비를 넘겼을 겨울의 흔적이 보인다.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탱글하고 힘 있는 열매를 만듦이 대견하네.

작은 나무라 더 기특하더라.


탱글탱글 열매 맺은 대견한 작은 나무

줄넘기 54일째에 나무처럼 1년이 되는 날 어떤 열매가 열려 있을지 궁금하다.

아마 생각 이상일 것이다. 벌써부터 생각지 못한 수확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 기상, 좋아진 체력, 단단해지는 중심, 자신감의 가지들이 뻗어나가고 있다고 상상해 봤다. 실제로 뻗고 있다. 이 가지들이 열매를 맺는다면... 어느 가지에서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가지가 생겼으니 열릴 것이다.


좋은 씨앗(줄넘기)은 좋은 열매를, 더 나아가 결실, 수확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기특한 나무를 보며 '선순환의 나무를 만들자' 다짐한다.


들어와 잠깐 책을 펼쳤다. 책 구절이...


올바른 사상은 열매를 맺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래 이것이야 말로 노력할 가치가 있는 목표지.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2' 중에서


코가 찡하게 저리면서 뜨거웠다. 위로받는 기분이야. 눈 쪽으로 뜨거운 게 더 올라왔다. 톨스토이 님이 머리 쓰다듬어주 듯, 사람의 위로도 감사하지만 150년 전의 책에서 위로를 받으니 뭔가.. 더 더 거대한 감동이 몰려왔다.

다시 의지 솟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자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어' 그렇게 문장 하나에 의심의 씨앗이 말라버리더라.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저녁을 와구와구 열심히 먹고 주차장 가로등 밑에서 한번 더 돌리러 나왔다.

차들 사이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검은 물체. 누구냐 넌. 고양이다.

마지막 돌릴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 나도 모르게 숨겨진 힘이 나와 100개 더 돌렸다.


"야옹아" 불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오네... 진짜? 온다고???

"야옹" 가까이와 뒤태를 자랑한다.

"야옹(고생했으니 내 엉덩이를 볼 수 있는 영광을 주겠다옹)"


치명적 뒤태의 야옹이


치명적으로 몹시 귀엽다... 뒷모습만으로 마음 예쁜 고양이.

쓱 쓱 솜방망이 바닥에 스치며 사랑스러운 감동 주고 사라지더라.

오늘도 탱글탱글 기특한 나무와 150년 전 인생 선배님의 책, 우연히 만난 귀여운 녀석으로 행복게 하루를 마친다.

뭉클 감동 선물들. 감사해.


수, 토 연재
이전 12화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