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선선하다. 아침 줄넘기 1,000개.
줄을 돌리고, 돌리고, 멈춘다. 숨을 쉰다. 주위의 풍경을 보며 호흡을 고른다. 가쁜 숨으로 다리는 저절로 걷고 있다.
열매가 열린 나무를 만났다.(대추나무로 추측) 예쁘고 실하게 열렸구나. 아무도 손대지 않은 것 같다. 따려면 당장이라도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동네의 따뜻함을 느낀다.
여하튼 빛나고 윤기 나는 대추를 보니 나무의 1년의 결실 맺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 나무.. 생각해 보니 뿌리내린 곳이 그리 좋은 흙도 아니다. 바람맞아 잎사귀 잃어 공허를 맛봤을 테고, 얄궂은 벌레의 방해로 눈물 찔끔, 독단적인 태양의 열정으로 타는 고통, 영하의 추위에 죽을 고비도 넘겼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과 고통을 이겨내고 이 탱글하고 힘 있는 열매를 맺었을 것이다. 작은 나무라서 더 대견하게 다가온다.
탱글탱글 열매 맺은 대견한 작은 나무 아직 54일째, 충실히 꿈넘기 1년이 되는 날, 나에게 어떤 열매가 열려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지금도 생각지 못한 수확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기상의 가지, 좋아진 체력의 가지, 건강한 정신 가지, 자신감의 가지, 알찬 시간 보내기의 가지들이 생겨났다. 뻗고 있다. 이 가지들이 열매를 맺는다면... 어느 가지의 열매가 크게 열릴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가지가 생겼으니 열릴 것이다.
좋은 씨앗(줄넘기)은 좋은 열매를, 더 나아가 결실, 수확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선순환의 나무를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아침 꿈넘기를 마치고 들어와 잠깐 책을 펼쳤다. 책 구절이...
'올바른 사상은 열매를 맺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래 이것이야 말로 노력할 가치가 있는 목표지.'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2' 중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나.. 묵묵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잘하고 있는 것일까? 지치는 마음의 씨앗이 있었나 보다. 의지의 발로 그 씨앗이 나오지 못하게 밟고 있었나 보다.. 코가 찡하게 저리면서 뜨거움이 눈 쪽으로 올라왔다. 별거 아닐 수도 있는 문장이 크게 위로로 다가왔다.
톨스토이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조언해 주는 듯, 사람의 위로도 감사하지만 150년 전의 책에서 위로를 받으니 뭔가.. 거대한 감동이 몰려왔다. 다시 의지가 솟았고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자각이 들었다. 그래! 잘하고 있어! 그렇게 문장 하나에 의심의 씨앗이 말랐다.
저녁밥을 아주 열심히 먹고 집 앞 주차장 가로등 밑에서 줄을 넘는다. 주차장 차들 사이로 조용히 나를 지켜보고 있는 뭔가가.. 고양이다. 마지막 돌릴 때까지 어디에 가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는 존재가 있으니 나도 모르는 숨겨진 힘이 생겨 100개를 더 돌렸다.
헐떡이는 숨 고르며 자세를 쭈그려 "야옹아" 하며 불렀다. 기다렸다는 듯이 온다...... 진짜? 온다고?
"야옹(다 돌렸냐옹~~)" 하며 가까이와 뒤태를 자랑한다. "야옹(고생했으니 내 뒤태를 볼 수 있는 영광을 주겠다옹)"
치명적 뒤태의 야옹이
아.... 몹시 귀엽다....
뒷모습만으로도 마음이 예쁜 고양이라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랑스러운 감동 주고 사라지는 고양이...사랑스러운 감동 주고 더 저만치 사라진 고양이.
다음에 또 만나자 야옹이.
오늘도 탱글탱글 대견한 놈과 150년 전 인생 선배님의 책, 우연히 만난 귀여운 녀석으로 행복게 하루를 마쳤다.
마음 따뜻한 만남, 감동의 선물. 고마워 꿈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