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는 윤별경 Nov 22. 2024

동구밖 과수원길.

"학교 안 가나?"


오빠의 호통소리에 놀라서

일어났다.

밖을 보니 어스름하니

아침이 오는듯했다.

엄마옆에서 숙제를 하다가

스르륵 잠이든 모양이다.


엄마는 국민학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8살 딸내미가

숙제하다 잠이 들어서

애처로우셨는지 이불을 덮여

자게 내버려 두신 모양이다


숙제 덜 했는데, 큰일이다 싶어

엄마에게 깨우지 않았다고 울며

빨간 학교가방을 정리해서

학교해 뛰어나갔다.


뛰다가, 힘이 들어 걷다 보니

다리에 다다랐고

10분 정도 걸어가면

학교가 있기에 늦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리건너편으로 걸어오는

친구 미경이를 만났다.


미경인 가방 메고 있는 나

"니 지금 어디가노?"

"니는 학교 안 가나? 아침인데!"

"뭐라노? 지금 저녁인데!"

놀란  오늘이 몇 월 며칠인지

물었고, 오빠의 장난에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집으로 투덜투덜 돌아오는 길

사과밭으로 걸어오는데,

그 집의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에 발길을 멈추었다.

사과밭주인 딸. 나보다 7살 많은

중학교 2학년 영란언니

피아노 치는 소리였다.

한참을 기대어 서서

피아노소리 듣고 있었다.




이른 아침 엄마가 한 번씩

깨울 때가 있었다.

시장에 갔다 오라고 한다.

겨우 잠에서 깨어보니

쌀쌀한 날씨라 추웠다.


옷을 켜켜이 입고는,

"어제저녁에 사 오라고 하면 되지?

이따가 학교도 가야 되는데"

힘껏 짜증을 내며 투덜거린다.


"두부는 아침에 사야 된다.

금방 해놓는 거라 젤 맛있다.

두부 한모하고

오뎅100원 치 사나.

오다가 방앗간 가서 참기름

300원 치 하고 알았제?

빨리 가라. 두부 다 팔린다."



잠이 덜 깬 나는 신발을

질질 끌며 걸어간다.

아침 공기 마시며 사과밭길을

걸어가다 보면 시장이 보인다.


두부집에 들어가면

뿌연 김서림이

안까지 후끈거린다.

고소한 두부냄새가 군침을

돋게 만들었다.

두부 1모, 오뎅100원어치

사서 조금 더 걸어가면

방앗간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엄마가 참기름

300원치 사오라 해서"

"니 왔나? 오야!"


소주병에 담아 둔 참기름을

박카스병에 따로 담아서 주신다.


가난한 우리 집은 소주병에 든

참기름은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고소한 냄새의 참기름

따뜻한 두부와

맛있는 오뎅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뎅 한개 슬쩍 먹으면서

걸어오다 보

사과 밭길로 오게 된다.


고3이 된 영란 언니는

교복을 입고 자가용을 타고

다른 시에 있는 학교를 가는 걸

보게 되었다.


"나도 부잣집에 태어났으면

저 언니야처럼 살낀데.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니!

내가 돈마이 벌어서

부자 되거나, 아니면

부잣집으로 시집가야다."


중얼거리다 걸어오면

착이다.

부엌에 있는 엄마에게 던져주고

세수를 하고 있으면 엄마가

소리를 지른다.


"또 오뎅 먹었나?

도시락 반찬 넣어줄라캤더만

얼마 되지도 않겄다."




태어나보니 시골의

가난한 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듬직한 아버지가 계셨고,

따스한 사랑을 주신 엄마가 계셨고,

막내에게 난을 치는 오빠가

있었고, 막내를 예뻐한 언니들이

있었기에 따함과 웃음이 있었다.


어른이 되어

영란언니처럼

부자가 되지 못하였고,

부잣집에 시집을 가지 못했다.

가난이 주는 고통과 절망감을

겪어보았기에, 어떠한 방법으로

헤쳐나가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보듬어가며 살아야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큰일이 생기면 부모님과 

오빠와 함 해 나갔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엄마의 

의견과 함께 헤쳐나가던

나였지만, 지금은 남편과 함께

나의 가정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제는 내가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나의 아들에게

지독히도 힘들었던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여유를 부려주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내가 참 좋다.





감기조심하시고, 따뜻하게

지내시기를 바래요. 

사랑합니당~~♡"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