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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스타렉스를 타고 제주도를 누빈다

일출과 일몰, 별자리까지

by 제제


안녕? 나는 여기 1년 살고 있어.


청춘게스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스탭은 나이도, 유형도 다양했다. 1년 넘게 이곳에서 생활하며 바나나우유 카페에서 알바하는 동갑내기 터줏대감, 제주도가 고향이지만 제주도를 더 잘 알고 싶어 스탭살이를 하는 항해사, 사업에 실패하고 무작정 제주도에 온 어딘가 엉뚱한 형, 자아를 찾아 무작정 여행을 하고 있는 1학년 휴학생까지 말이다.





일주일에 한 두 명은 새로 들어오고, 떠나기를 반복했다. 한 달을 약속하더라도 원하던 곳이 아닌 경우도 있고,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기는 경우도 있어 짧게는 며칠만 지내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나에게 보내던 눈초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한 명이 사라지면 전체 스텝의 스케줄을 다 바꿔야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인공위성제주에서 하루종일 책 읽을 거야.


당번 스탭을 제외하고는 파티 전까지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스탭용 스타렉스를 타고 매일 같이 제주도 곳곳을 누볐다. 원래 청춘들을 2차 장소에 데려다 주기 위해 있는 스타렉스는, 오전시간에는 스탭들의 훌륭한 발이 되어 주었다. 스탭 중에 1종 면허가 있는 사람을 꼭 한 명씩 뽑는 이유이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이 모이다 보니 취향도 각양각색이었다. 여행 스타일도 모두 달라서 누군가의 여행 스타일을 공유해 볼 수 있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조용한 북카페 투어, 관광객스타일의 지역 축제 투어, 전문 스냅사진가 저리 가라 싶은 사진 투어 등 다양한 여행 스타일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하루는 스탭방에서 술을 먹다 말고 다 같이 별을 보러 떠났다.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 칠흑같이 어두운 제주도 천백고지로 떠나 길바닥에 누워 하늘을 봤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길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아기 노루도 만날 수 있었다. 새해에는 성산일출봉에 올라 일출을 보고 떡국을 먹었다. 일 년 중 단 하루만 오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우리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스타렉스를 타고 제주도를 누볐고, 밤에는 매일 술을 먹었다. 말 그대로 '청춘'시트콤 같은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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