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조선왕조실록 일식 不관측 기록 정리(2) 세조~광해군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던 일식 기록들에 대한 오해와 정리

by 별전문가윤담헌

1. 세조 9년 5월 1일 - 1463. 5. 18.


일식(日食)하였다.

己丑朔/日有食之。


14630518.png?type=w966

이 날 일식은 한반도 바로 앞에서 아슬아슬하게 종결되었다. 역시 구식제를 지냈다거나 하는 기록은 없다.

이 일식은 일몰 시점과 일식 시점이 겹치는 구간이 중국이다. 그렇다면 당시 명사(明史)에는 어떻게 기록되어 있을까?

%EB%AA%85%EC%82%AC%EC%B2%9C%EC%88%9C7%EB%85%84.png?type=w966

명사 천순 7년(1463)의 기록이다. 정말이지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적혀 있다. 조선이 대륙에 있었다면 명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을까.

세조실록은 세조 사후에 편찬된 역사서이다. 실시간으로 작성되는 기록물이 아니라, 기록되었던 사초와 외교문서 등을 갈무리하여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날 일식이 있었다는 기록은 명나라에서 왔을 일식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적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


2. 중종 38년 1월 1일- 1543. 2. 3.


일식이 있었다.

丙午朔/日有食之。


중종 시기는 천인감응론에 심취한 중종 자신과 사림들로 인해 숱한 천변 기록을 자세하게 관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날의 일식도 기록만 했을 뿐 구식제를 지냈다거나 한 기록의 흔적은 없다.

15430203.png?type=w966

위 그림에서처럼 한반도를 비켜 가고 북아메리카까지 관측할 수 있었던 일식이다. 중국 대륙의 경우 남동부 해안에 걸쳐서 일출 시점에 잠깐 볼 수 있었을 정도이나 거의 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명사(明史)를 살펴보자.

%EA%B0%80%EC%A0%9522%EB%85%84.png?type=w966

가정 22년(1543) 일식기록의 기록이다.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기록이 되어 있다. 그럼 명나라의 영역은 어디인가?

이것 또한 명나라에서 온 일식 추보 기록을 따라 적은 것에 불과하다.



3. 명종 5년 8월 1일 - 1550. 9. 10.


일식이 있는 날인데 짙은 구름이 끼어 보이지 않았다.

壬戌朔/日當食, 密雲不見。


15500910.png?type=w966

이 날 일식은 한반도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 당시 일관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구름이 잔뜩 끼어 일식이 보이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 있었다. 일식 추보의 실패를 날씨로 인한 관측의 실패로 둘러댄 것이다. 관측 자체가 실패한 기록이므로 그림자가 지나간 곳이 영역이라느니 하는 주장 자체도 뒷받침할 수 없는 기록이다.


4. 선조 33년 6월 1일 - 1600. 7. 10.


정원이 아뢰기를, "오늘 정사(政事)하라고 전교하셨는데 오늘 마침 지하(地下) 일식(日蝕)이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니, 내일 하라고 전교하였다.

政院啓曰: "今日政事爲之事, 傳敎矣, 今日地下日食, 何以爲之?" 傳曰: "明日爲之。"


이 일식 기사는 국역본에서 부제목을 '일식이 일어나서 정사를 연기하다'라고 되어 있어 마치 일식을 본 것처럼 오해할 수 있으나 실제 기록은 위와 같이 '지하 일식'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하일식이라고 기록한 것은 이 날 일식의 그림자가 지나간 곳이 '지하', 즉 조선 땅이 아니어서 관측할 수 없다는 말이기 때문에, 아래 그림에 해당하는 영역은 조선 땅이 아니다. 아메리카 조선을 주장하고 싶어 하다가 자충수에 빠진 꼴이다.

%EC%A7%80%ED%95%98%EC%9D%BC%EC%8B%9D.png?type=w966


5. 광해 9년 7월 1일 - 1617.8.1.


일식이 있었다.

丁巳七月初一日 朔癸亥日食。


16170801.png?type=w966

이 날 일식은 한반도에서 볼 수 없었고, 유럽과 시베리아 일대를 지나가고 중국 북부와 만주에서 종결되는 일식이었다. 역시 명사(明史)를 보자.


%EB%A7%8C%EB%A0%A545%EB%85%84.png?type=w966

명사 만력 45년 일식 기록 (출처 : https://ctext.org/wiki.pl?if=gb&chapter=798514&remap=gb)


조선이 대륙이면 명나라는 어디일까. 이렇게 단순히 '일식'이라고 표시하고 어떠한 액션도 없는 기록은 명사에서 따왔을 가능성이 높다.


6. 광해 14년 10월 1일 - 1622. 11.3.


일식이 있었다.

壬戌十月初一日 朔癸亥日食。


16221103.png?type=w966

간단하게 '일식'이라고만 기록되어 있다. 중국과 한반도, 일본등 동아시아를 제외한 동남아, 호주, 중동, 아프리카를 지나간 일식이다. 따라서 명사(明史)에도 일식 기록이 없다. 그런데 6번 선조 33년 때처럼, 지하 일식이어도 오늘 할 정사(政事)를 내일로 미루었는데, 이 날 일식이 있었거나 말거나 비변사에서 아뢴 일을 처리하는 광해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경도상 지하일식은 아니고 일식은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추보의 성공이 있었으므로 일식과 관련된 아무런 액션도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