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건강검진 결과 병이 발견되어 수술한 후 의사로 부터 운동을 꼭 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다.그러나 ‘내일부터 해야지!’하며 미루기만 하다 근육량이 점점 빠져 가늘어지는 팔다리와 자꾸만 떨어지는 체력으로 이러다 진짜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은 위기감에 정신을 차리기로 했다.
사실 나는 운동을 못해서 학교 다닐 때도 체육시간이 싫었고 다들 만점 받는 체력장도 매달리기와 오래 달리기를 못해 피 같은 1점을 깎아먹기도 했다. 걷기와 숨쉬기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운동이 수영인데 수영장 물이 똥물이라는 소문을 듣고 수영도 일치감치 때려치웠다. 그리고 골프는 듣자 하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요가는 저혈압이라 어지러워 못하고, 헬스는 진짜 재미없고 필라테스는 동작이 너무 어렵고 도대체 마땅한 운동을 찾을 수 없었다.
고심 끝에 나는 라인댄스를 선택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적은 비용으로 부담 없이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댄스는 아주 조금 자신이 있어 냉큼 등록했다. 초등학교 때 운동회를 하면 학년별로 단체 매스게임을 했는데 그때 율동을 잘한다고 뽑혀서 구령대에서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선 경험도 있고 중학교 때는 잠깐 무용을 배운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다행히 몸치는 아니다.
라인댄스도 여러 명이 라인에 맞춰 몇 가지 스탭과 동작을 반복적으로 함께 한다는 점이 매스게임과 닮았다. 라인댄스를 한 시간 동안 추면 만보를 걸은 것과 같은 운동효과가 있고 관절과 하체근육 강화는 물론 균형감각도 좋아진다고 한다. 또, 올드팝과 적당한 템포의 음악이 기분을 업 시켜 주니 중년 여성들의 정신 건강에도 좋아 보였다.
첫 시간 우리 동네 인기 강좌답게 댄스교실은 북적거렸다. 라인댄스가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방송에 나와 그런지 대부분 나보다는 연령대가 높으신 어머님들이 많았고 내 또래는 대여섯 명쯤이었다. 나는 속으로 ‘내가 그래도 여기 어르신들보다는 잘하겠지...’하며 자만했다. 연예인처럼 예쁜 강사님이 라인댄스 스텝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는데 별로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음악이 나오자 스텝을 밟는 내 팔다리는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자꾸 엇갈리며 박자를 놓쳤다. 반대로 어르신들은 흔들림 없이 살랑살랑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았다.
아뿔싸! 어르신들은 이미 오래 배우셔서 숙련된 댄서들이었다. 나는 그나마 맨 뒷줄에 선걸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빙글빙글 턴을 하더니 내가 맨 앞줄이 되었다. ‘오! 우째 이런 일이...’ 나는 당황하여 더 허둥거렸고 그분들에게 큰 웃음을 주고 말았다.
몸치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내가 심한 착각에 빠져 있었다는 걸 실감하고 매우 겸손하게 수업에 임했다. 경쾌한 음악 때문인지 기분도 좋아지고 오랜만에 땀을 흘리며 운동을 하니 몸도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화려한 의상과 또각또각 구두를 신고 멋지게 춤을 추는 강사님이 내 눈에는 걸 그룹보다 멋져 보였다. 스포츠는 장비발이다. 집에 와서 나는 당장 찰랑찰랑 댄스복과 댄스화를 주문했다. 다음 시간에 또 시트콤을 찍을 수 없다는 생각에 동영상을 보며 열심히 스탭도 복습했다. 아...! 나는 옛날 운동회 때 율동 실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