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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디스 홍 Sep 07. 2023

친절한 병원의 비밀

병원 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특히 엄청나게 아픈 주사를 맞거나 고슴도치 가시 같은 침을 잔뜩 맞는 건 정말 질색이지요. 그런데 요즘 즐거운 마음으로 자주 가는 병원이 생겼습니다.


몇 년 전부터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더니 오십도 되기 전에 오십견이 오고 툭하면 허리도 아프고 족저근막염까지 겹쳐와 온 동네 정형외과를 순례하며 몸에 좋다는 영양제를 꿀떡꿀떡 밥보다 많이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손가락에도 관절염이 생겼는지 왼쪽 새끼손가락이 아파 지인이 소개해준 한의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지인이 소개해준 K한의원은 여느 병원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있습니다. 간호사뿐 아니라 의사와 병원 관계자 모두 상냥한 미소와 친절한 말투로 환자를 응대하는데 이제껏 다녀 본 병원 중에서 최고입니다. 일반 병원처럼 VIP환자에게만 특별히 친절한 것이 아니라 정말 찾아오는 모든 환자에게 공평한 친절이었습니다. 가끔 어리광을 부리는 환자들의 투정과 엄살도 잘 받아주는데 전혀 가식적인 친절이 아닌 진심으로 공감하며 우러나오는 말투였습니다.


이 친절함에는 마취효과와 같이 통증을 감소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내가 맞는 침은 새끼손가락에 놓기 때문에 엄청난 통증이 오는데 다른 병원 같으면 침을 맞고 질겁하여 다시는 병원에 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오늘 또 K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분명히 무지 아픈데 의사가 다정한 말로 “손가락이라 많이 아프시지요...”라고 하면 통증이 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 들고 간호사가 “어머! 고생하셨어용.” 콧소리를 내며 상냥하게 물리치료를 해주면 침 맞은 통증이 금세 잊혀집니다. 심지어 나는 친절한 그녀들에게 지갑을 열어 팁을 듬뿍 주고 싶은 마음까지 듭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도 약해져서 그럴 수 도 있지만 그녀들의 친절은 매우 특별합니다.


병도 전염되지만 감정도 전염됩니다. 발랄하고 유쾌한 사람과 있으면 기분이 저절로 밝아지고 부정적이고 우울한 사람과 있으면 어쩐지 불쾌하고 힘이 빠집니다. 그래서 누군가 다정하게 웃으며 친절하게 말해주면 내 마음도 금방 환해져서 나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환한 미소로 부드럽게 말을 하게 됩니다.


지금은 저마다 자기가 옳다고 큰소리를 내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세상입니다. 층간 소음이나 운전 중 보복행위로 살인을 하고 대낮에 묻지 마 범죄로 사람들이 죽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정말 공포스럽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어떻게 이토록 강팍하고 점점 무정하게 변해 가는지 놀랍고 두렵습니다.


적어도 미움과 분노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희는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고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에베소서 4장 31,32절)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 (잠언 16장 24절)


친절한 병원에서 친절한 진료를 받고 몸의 통증도 마음의 울적함도 치료되는 것을 볼 때 위의 성경 말씀처럼 친절한 행위와 선한 말은 마음을 감동시킬 뿐 아니라 몸의 병도 치료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뉴스에서 아파서 길에 쓰러진 사람을 지나가던 버스 기사님이 차를 멈추고 도와주었다는 소식이나 또, 심폐소생술로 정신을 잃은 사람을 살렸다는 미담이나 지하철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발이 빠진 어린아이를 승객들이 힘을 합쳐 끌어냈다는 이런 기사를 볼 때 우리는 마음이 참 기쁘고 흐뭇합니다. 아직도 착한 사람들이 있어서 살만하다는 말을 하게 되지요.


아무리 말세이고 강력 범죄들이 날마다 늘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친절한 말과 선한 행위로 주변을 환기시키고 추운 겨울 모닥불처럼 온기를 퍼트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친절과 선행은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친절과 작은 선행으로도 우리는 어두운 밤을 아름답게 밝히는 반딧불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먼저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따뜻한 눈빛과 친절한 미소로 가족과 이웃에게 먼저 마음을 전해 보세요. 분열과 분노로 냉랭한 사회가 조금씩 변해가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 모든 그림은 이순구의 웃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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