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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Jun 24. 2024

남천을 닮은 사람

식물 파는 가게주인이 되고 싶다


화훼시장에 갔다가 예쁘게 생긴 남천을 보았다.


“저 남천 갖고 싶다”

“뭐라고? 남친이 갖고 싶다고? “

“남천이라고. 남천! 저 나무 이름이 남천이야 “

“저 나무도 파는 거야? 길 가다 보면 비슷한 거 많던데 저걸 사고 싶다고? 왜? “


남천은 그렇다.

외모가 수수하다. 흔하게 생긴 가느다란 줄기에 달려 팔랑거리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잎을 가지고 있다.

잎이 초록일 때, 빨갛게 물들 때, 하얀 잔꽃이 필 때, 초록색의 열매가 빨갛게 익을 때 모두 다른 느낌이다.

사계절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며 빨갛게 물들고 열매가 잔뜩 열려도

화려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며 자랑함이 없다.

그러니 관심이 없는 사람은 저 나무는 왜 키우는 거냐고 말한다.


봄, 여름, 가을에 화훼시장으로 간다.

집안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에 한계가 있으니 꽃과 식물을 사기 위함이 아니고, 다양하고 새로운 식물을 보기 위해 꽃시장으로 간다.

식물원이나 식물 카페는 가지 않는다.

전문가의 솜씨로 보기에 좋게 꾸며져 있으며 상태가 안 좋은 식물은 재빠르게 빼내고, 보기 좋은 식물을 배치해 둔다. 사람들을 위해서..

보기에 좋지만 내 눈엔 뭔가 부자연스럽고, 식물들이 불편하게 보여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꽃시장에 가면 다양하고 많은 꽃과 식물을 볼 수 있고, 비슷한 마음을 갖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는 식물이야기로 쉽게 대화가 시작되곤 한다.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흙탕물이 튀고 신발도 더러워져서 다녀오면 차가 안팎으로 지저분해지고,

옷자락 어딘가에 벌레와 풀이 붙어있거나 흙이 묻어있기도 하다.

그러니 마음이 없다면 쉽게 찾게 되는 장소는 아니다.

운이 좋으면 씨앗이 따라오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언제나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식물구경을 실컷 하게 된다.


때때로 카메라를 포기하면 더 아름다운 사진이 내 마음에 찍힌다.

자신이 파는 것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상인은 단연 식물가게 주인일 거란 생각이 든다.

상인들은 예쁜 식물에 관심 없는 사람처럼 귀찮은 듯 투박한 말씨로 가격을 얘기해 준다.

“삼천 원. 그건 오천 원..” 사든지 말든지..

어쩌면 아까워서 팔기 싫은 사람처럼도 보인다.

식물가게 주인은 긴팔 옷과 모자를 쓰고 장갑을 끼고 있어도 그을린 피부에

흙이 묻은 손으로 화분을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고,  물도 주고, 시든 잎들을 떼어주며 항상 아주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다가 식물을 쓰다듬으며 무심하게 마른 잎을 떼어내곤 말한다.

“이거 봐요. 얼마나 이뻐~”

하고 말하면 단순히 팔기 위함이 아닌 식물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단번에 전해진다.


부담 없이 넓은 화원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보면 툭 하고 남천이 나타난다.

화려한 꽃을 받쳐주는 초록배경으로 보이기도 한다.

멈추어 서서 보고 있으면 주인이 말을 한다.

“남천 참~~~ 이쁘지”

꽃다발을 만들 때 초록의 소재가 들어가면 꽃이 더 돋보이듯

식물 가게에서도 알록달록 화려한 꽃들은 수수한 남천이 있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나는 남천이 그래서 좋다.


지난가을 사촌언니들과 소풍 중 우연히 청와대마당을 들어가게 되었다.

나비바늘꽃이 화려하게 피어 사람들의 눈을 이끌고 있었다.

나비바늘꽃은 화려하고 예쁘며 뒷배경으로 북악산과 한눈에 청와대임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심어져 있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건너에 소나무 아래에 빨간 열매가 열리고 잎 끝이 물들기 시작하는 남천이 보였다.

“어머! 남천이다”

비뚤게 꽂혀있는 이름표는 누구의 것인가 싶었다.

관광객이 많은 청와대의 뜰에서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사진도 찍지 않는 그저 그런 나무로 보이고 있었다.

내 눈에 수수하고 소박한 남천이 예뻐 사진을 찍었다.


책욕심 만큼이나 많은 식물들에 대한 욕심이 있다

남천을 언젠가 꼭 키우고 싶다고 해마다 말한다.

가을이면 빨갛게 단풍이 드는 남천이 갖고 싶지만 지금 내가 사는 집은 남천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

올해도 가을이 오면 화훼시장으로  빨갛게 물든 남천 구경을 갈 것이다.

해마다 조금씩 소원은 변하고 있다.

사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괴롭다는 것은 몸소 체험하여 잘 안다.

하지만 욕심 없는 남천을 닮는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엄마와 살던 집같은 마당있는 집에 살게 될것 같지도 않으니 언젠가..


나는 남천을 닮은 식물 파는 가게주인이 되고 싶다.


청와대에서도 맨홀앞 소나무 아래에서 주변을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오늘은 남천이 내가 좋아하는 예쁜 나무라는 것뿐이기 때문에 식물에 대하여는 생략한다.

아무리 몇 년간의 사진을 들춰보아도 꽃시장과 남천의 사진이 없다.

먼지가 풀풀 나는 꽃시장으로 구경을 가고, 수수한 남천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꾸면서  사진은 청와대 안의 남천인 것이 오늘의 웃김의 포인트가 되겠다.




* 행복한 월요일이 시작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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