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억할 안는 느낌.
비누는 아주 더디게 회복 중이다.
대부분은 자고, 밥은 조금씩 정상식을 먹는데 간혹 아주 많이 먹으려 하면 그것 역시 걱정이 된다.
다행히도 기운을 차려 일주일을 미뤘던 미용날이 되었다.
아직 체력이 완전하지 못해 부분 미용을 하기로 했고, 뜨끈하게 목욕을 하고 오니 한결 기분이 좋아 보인다.
큰 병이 아니지만 한참을 아프고 나더니 비누의 전반적인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으로 보여 마음이 불안해진다.
어쩔 수 없는 사람 노인과 같은 현상이다.
노인은 한번 아프고 나면 이전의 반정도밖에 건강 회복이 되지 않고, 그것이 반복되며 결국 태초 이전으로 돌아간다.
움직이지 않으니 다리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 서있을 때 부들부들 떨리고, 무엇보다 눈의 상태가 더 나빠진 것 같다.
시야가 많이 좁아졌는지 곁에 누군가 있는데도 혼자 있다고 생각되면 불안한 목소리로 크게 짖다가 인기척을 느끼면 냉큼 안아달라고 한다.
비누의 영원한 1순위인 큰아이를 보면 시도 때도 없이 안아달라고 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음, 시크한 우리 비누는 몸에 치대는 걸 싫어하는데 웬일이지? 아기가 됐나? “
큰 아이는 친구집에 가면 강아지들이 안아달라고 하고 안겨있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고 한다.
“비누가 안아달라니 너무 좋아!”
살이 빠진 비누는 3.3킬로가 되었다.
큰 아이 3.2Kg 작은 아이는 3.4Kg 그렇게 태어났다.
비누를 안고 있으면 갓 태어난 아이들을 안았을 때의 소중하고 조심스러웠던 오래 전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온전히 몸을 맡기고 의지하려는 비누가 나는 왠지 아기처럼 느껴진다.
비누는 안는 느낌이 좋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걸까?
안기지 않던 비누가 가족들 모두에게 순순히 몸을 맡기는 건
어쩌면 우리가 부드럽고 따뜻한 비누의 온기와 기분 좋은 비누의 향기를 기억하길 바라는 걸까?
이 시간이 흐르고 한참 후에..
우린 모두 아주 오랫동안 비누의 향기와 촉감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아주 아주 한참 후에도..
우리와 비누의 가슴을 이어주었던 예쁜 금실 하나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비누야,
서로 체온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고
우리 그렇게 살기로 하자.
비누야, 넌 언제나 최고야!
그런데 비누야,
밤잠을 설치고 걱정을 하며 솔직히 좀 힘들더라.
우리 비누 이제 아프지 말자. 착하지~~
저는 천천히 회복하고 있어요.
곧 좋아질 거예요~^^
여러분, 날이 추우니 건강조심하세요~
비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