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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Dec 15. 2024

비누야, 약 먹자~

비누의 쏘울푸드. 닭곰탕


아름다운 건강 성적표를 받고도 비누는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 병원을 다녀온 후 잠깐 좋이 보였으나 밥을 먹지 않았다.

노년이 될수록 먹지 못하면 점점 약해지고, 모든 것이 악화되는 것은 사람이나 강아지나 매한가지다.


꼬박 이틀 동안 밥을 먹지 않으니 애가 탔다.  

사료 알을 한알씩 손으로 주니 딱 한알씩만 먹고 , 스스로 밥그릇 앞으로 가진 않았다. 그렇게 한알씩 떠먹여 겨우 한 끼를 먹였고, 저녁엔 밥을 달라고 했다. 먹겠다고 하니 다행이다 싶어 주었지만 허겁지겁 먹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역시 며칠을 굶다가 먹은 탓인지 배탈이 났다.


똥과의 전쟁 선포!

배변 패드와 미끄러질까 봐 깔아 둔 카펫 위가 난장판이 되었다. 산더미 빨래를 뒤로 하고 또 병원을 다녀왔다.

평소의 피부약처럼 호박고구마 조금에 약을 개어 수가락으로 떠 먹이니 입에 넣어던 약을 뱉는다.

냄새를 맡아보니 약에서 피부과 약과는 다른 달달한 향이 났다.

싫어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첫 약을 먹어줬고, 증상이 일단 멈추었으니 다행이다.

저녁에 두 번째 약을 먹이려니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앙 다문 입으로 강력하게 거부한다.

비누는 이럴 경우 주사기로 억지로 먹이면 결국 토해내는 못된 성질머리를 가졌다.

“비누야, 왜? 너 약 먹어야 돼. 속 썩일래? “


약과의 전쟁 선포!

(최근 선포 트라우마가 생겼는데..)

처음에 먹은 약으로 증세가 호전되었지만 계속 약을 먹어야 했다.

꿀에 섞어도, 딸기잼에 섞어도 어떻게 해도 먹지 않는다. 결국 다 버려지고 3일 치 약이 달랑 한 봉지 남았다.

억지로 먹여봐야 소용이 없으니 일단 상태를 보며 그냥 둔다.

“고약한 녀석.”


그날 가족들의 식사 메뉴는 된장찌개였다. “혹시?”

티스푼 하나만큼의 밥에 티스푼 하나만큼의 된장찌개 국물을 넣어 비비고, 마지막 남은 한 봉지의 약을 털어 넣어 섞었다.

한 숟갈을 떠서 입 앞에 “똑똑! 문 열어주세요. “

의심하더니 곧이어 밥알을 입에 넣는다.

마지막 약이 섞인 된장찌개 밥을 다 먹었다. 약 먹이기 성공.

“비누야, 너 된장찌개 좋아했니?”

‘짭짤하고 양념이 강한 된장찌개는 강아지들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인데 조금은 괜찮을 거야.’

약을 먹은 비누가 편하게 밤잠을 잤다.


반려견이 젊을 땐 먹는 것에 대한 엄격한 제한을 둔다. 물론 반려견을 위한 일이다.

나이가 드니 “이젠 조금씩은 먹어도 돼요.”라고 수의사 선생님은 말한다.

이젠 늙은 몸을 포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한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움을 주는 것인지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 날 다시 3일 치의 약을 타오고, 마트에서 닭가슴살을 사 왔다.

먹으면 안 된다는 마늘을 두 알 넣고 소금도 약간 넣어 감칠맛을 주어 비누를 위한 닭곰탕을 끓였다.

티스푼 하나의 밥과 닭곰탕 국물을 넣어 밥알을 으깨고, 조금 식은 후 닭살을 밥알처럼 썰어 넣고 약을 털어 넣었다.

비누가 아주 맛나게 잘 먹는다.

설사를 멈추고, 비누는 어젯밤도 잘 잤다.


태어나서 우리 집에 오기 전 엄마와 함께 살 때 그 주인은 닭고기를 삶아주었다고 한다. 의사 선생님은 질색을 하며 안된다고 하셨다고 했다.

어쩌면 그로 인해 열 살 이후에 피부병이 발병했을 수도 있고, 입 짧은 강아지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와 14년을 산 비누는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강아지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나는 생각된다.


비누의 치유음식인 닭곰탕.

어쩌면 비누는 닭고기를 먹으면 엄마를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살고있을 수도 어쩌면 무지개 너머에 살고있을 수도 있는 비누의 엄마가 예쁜 딸 비누를 잘 살펴주기를 바란다.


비누야,왜 자꾸 아프고 그래..
아이구, 불쌍해라..
닭곰탕에 약을 섞으니 관심!
닭곰탕 먹고 코 골며 잘 잔다.
‘늙은 비누를 보면 자꾸만 엄마가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저와 비누는 다음 주엔 밝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이 이어지고 있으니 모두 건강조심하세요!




비누의 특별한 이야기 <비누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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