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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Mar 08. 2024

비누의 별빛 1  

빛나는 별을 가진 너

비누는 열네 살..

열 살이 넘으면서 노화로 인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변화가 빠르게 느껴지니 두렵다.


열 살 무렵 시작된 아토피로 무척 고생을 했다.

비누의 아토피는 가려움을 참지 못하는 지경이어서 피가 나도록 긁고 핥아서 남편과 교대로 밤잠을 설치며 비누를 말려야 했다.

처음엔 스테로이드의 약을 먹이다가 싸이토포인트 주사를 4~6주 간격으로 맞았는데 비용도 부담이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의 피부과 약도 그렇지만 강아지도 몽롱해지고, 무기력해지는 것이 안 좋아 보였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털을 짧게 깎아주고, 피부를 수시로 관리해 주는 방법으로 바꾸었는데 다행히 비누에겐 훨씬 효과적이었다.

(주의 : 이 방법이 모든 강아지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니 따라 하시면 안 됩니다)

바로 털을 깍은날에도.....자신있 개, 당당하 개, 씩씩하 개, 예쁘 개!

말티즈는 털빨이라지만 우리 비누는 항상 빡빡이어도 늘씬한 몸과 반짝이고 맑은 눈매가 돋보여 예뻤다.

얼마 전부터 눈의 가운데가 희끗하단 생각이 들었지만 백내장일 거라곤 생각 못했다.

어느 날 이상함이 감지 됐다.


대문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나면 어느새 현관 앞으로 나오던 비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조용했다.

사실 나는 그 이상함에 가슴이 서늘해지며 놀랐었다.

현관문을 등지고 엎드려서 자고 있다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너무 놀라서 크게 짖었다.

갑자기 깨서 그런지 눈을 껌뻑이며 누군가 하는 표정으로 자세히 쳐다보다가 꼬리를 흔들었다.

“깊이 잠들었구나. 귀엽게..” 나이가 드니 잠이 많아졌다고만 생각했다.  

다음 날도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는데 집에서 모르고 있다가 현관등이 밝게 들어오니 깜짝 놀라서 짖었다.  

이상함이 느껴져 며칠을 관찰하니 똑같이 반복되었다.    

‘아무래도 귀가 안 들리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어느 날부터인지 비누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아주 크게 짖기 시작했다.

주변 이웃이 걱정되어 자꾸만 야단을 쳤었다.

청력이 약해지면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사람과 똑같은가 보다. 그걸 또 몰랐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갔다.

“선생님 비누의 귀가 안 들리는 것 같아요”

며칠간의 일을 말했더니   “네.. 그렇게 보호자님이 아시게 되는 거예요..”   

“아....”

나는 내내 귀 이야기만 했다.

이리저리 보시던 선생님이 비누의 눈이 많이 하얘졌다고 하신다.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어요. 하지만 비누의 나이에 수술하라고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

선생님은 비누를 안고 쓰다듬으시며 혹시 들을까 싶으신지 조용히 말씀을 하셨다.

“대신 안약을 하루에 두 번씩 넣는 걸로 지연시키는 게 좋겠어요 “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우리 비누가 귀도 안 들리고, 점점 눈이 안 보이게 된다니...

수술에 대해 잠시 고민을 했지만 선생님의 말에 동의를 했고,

거의 한 달 치의 만 원짜리 조그만 안약을 타서 병원을 나왔다.

나의 귀가 먹고, 나의 눈이 뿌예지는 것 같았다.


언제나 버팀목처럼 든든하게 영원할 것 같던 인생이 노인이 되고, 삶이 끝나는 것을 가까이서 보았다.

어른들을 모시고 병원을 갔을 때 “노화로 그렇습니다” 하면 더 이상의 질문도 약도 의미 없이 느껴져서 말문이 막히고, 마음이 쿵 내려앉았었다.

그때와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속에서 휑하며 찬바람이 불었다.

강아지들의 견생은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의 축소판인 것 같다.




건강했던 비누는 눈도 반짝 촉촉한 코도 반짝거렸다.

반짝이던 눈과 코가 점점 빛을 잃어간다.

비누멍은 비누의 얼굴을 보다가 썼던 글이다.


비누 멍

까만 콩 세알을 들여다보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지
어쩜 그렇게 귀엽니?

너의 콩 세알이 반짝이면 별 같기도 해
너의 닉네임은
콩삼이는 남자 같으니
삼콩이 가 더 어울리겠다

나는 너를
반짝이는 별을 가진 너를
하루종일 멍

2015년 가을. 비누도 고운 털을 휘날리던 화려한 날도 있었다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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