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눈으로 말할 때 심쿵!
비누가 똑바로 쳐다본다.
뭔가 눈으로 말을 하는 것 같다.
뭐라고 말하는 걸까?
비누의 말을 알고 싶어 말을 건넨다.
“배고파? 밥 줄까?”
꼬리를 흔든다.
“산책 가고 싶어? “
격렬하게 꼬리를 흔든다.
“비누야, 비누야, 아이 예뻐!”
뱅글뱅글 돌며 좋아한다.
“비누야~~”
.....
“ 비누야, 밥 줄까? “
.....
“비누야, 산책 갈까?”
.....
비누의 귀가 점점 안 들리는 것 같다.
이름을 불러도 모르고, 그 좋아하는 산책이란 단어를 못 듣는다.
비누가 점점 조용한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설마 산책 가자는 말을 아무도 안 한다고 생각해서 슬픈 건 아니겠지?’
천천히 다가가 살살 쓰다듬어 주며 말한다.
“비누야, 계속 잘 거야? 산책 갈까?”
눈을 껌뻑이며 살살 꼬리를 흔든다.
산책 중 발랄한 두 살짜리 강아지가 왕왕 짖으며 바로 옆까지 왔는데 비누는 모르고 여전히 풀 속을 탐색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강아지의 주인이 함께 놀랬다.
“아이코, 그렇게 놀랬어? 우리 애가 주책이라 미안해요. 하하하”
“나이가 많아 귀가 안 들려서 몰랐나 봐요.”
“어머.. 그래요.. 애기인 줄 알았는데.....”
“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속에선 비누가 얼마나 놀라고 두려울지 걱정이 됐다.
최근 산책을 가자고 하면 좋아하면서도 부들부들 떨기도 한다.
‘혹시 산책이 싫은 건가?‘
비누의 입장에서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닥치는 일들이 무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누가 자고 있을 때 추워 보이면 이불을 덮어준다.
남편은 “비누야~비누야~” 하고 잠을 깨운 뒤 이불을 덮어준다. 왜 깨우냐고 했더니 비누가 너무 놀라는 게 걱정이 되어 그런다고 했다.
자식을 걱정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아직은 비누가 눈으로 말을 하니 참 다행이다.
항상 눈을 마주치던 비누는 점점 쳐다보는 것도 줄어들고 있다.
“괜찮아. 비누 넌 여전히 소중하고 멋져!”
못 듣겠지만 말을 건네자
비누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친다.
“걱정 마. 엄마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엄마”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
“아빠”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아
우리의 막내딸이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우리 막내딸
1년 전쯤에 썼던 초등학생이 쓴 동시 같은 글인데 참 좋다.
비누는 사랑스러운 우리의 막내딸이 되었고, 우리는 비누의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었다.
어느 날 산책 중..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