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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l 29. 2024

힙나고기아

지담단상 37

여기에서 저기,

저기에서 여기는

''를 ''로부터 분리시켜

''를 ''에게 매개한다.     


나는 나의 영혼이 

나를 재우고

시간이 지나면

나를 깨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나의 영혼은 

여기서 나를 재우면서

저기서 나를 깨우고

여기서 나를 깨울 때는

저기서 나를 재우더라.     


나는 동시에 두 공간에서

자면서 깨어 있고

깨면서 자는 것이었다.     


두 공간으로

분리된 나는

영혼에 의지해 연결됨으로써 

저기로부터 보내온 신호에 여기서는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때로는 진땀 흘리며 저기로부터 온 '꿈'을 털어내려고도 했고

때로는 갓난아이처럼 웃으며 저기로부터 온 '꿈'을 붙잡으려고도 했으며

때로는 저기로부터 아무 것도 오지 않아 기다리기도 했는데     


나의 영혼이 요즘 내게 하는 짓은

여기에서도 이 생각

저기에서도 이 생각

계속 같은 생각으로

여긴지 저긴지 분간할 수 없게 벽을 허물고 파편화된 나를 서로 연결시키고 있다.     


여기서 날 깨우며 내게 하는 짓을 저기서는 잠재우며 동시에 하게 하고

여기서 날 재우며 내게 하는 짓을 저기서도 날 깨우며 똑같이 하게 하니     


영혼의 호들갑에 

내 육체는 

여기서도 자다깨다

저기서도 자다깨다     


너저분하게 

열도 나고 속도 더부룩하고 입안도 헐어서 너덜거리고...    


자다깨다

자나깨나

여기서도 

저기서도

같은 생각같은 짓하는

오묘한 신비로움에 

깨서도 놀랍고

자다가도 놀라서 깬다.     


자다깨다가 계속 된다는 것은

시간과는 무관하다.

해넘어간 밤시간에도 자다깨다,

달넘어간 해시간에도 여전히 자다깨다인지라     


늘 깨어있지도

잠들어 있지도 않은...     


힙나고기아...

24시간이 힙나고기아(주) 상태인 채로 난 머물고 있다.

벌써 몇주째다.


나의 영혼이

자. 연결한다! 하며

분리된 두 공간에서 동시에 내 육체에게 명령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해내야 할 무언가를 세상에 드러내려 신호를 주는 것일까?

'제대로 미쳐보라' 날 다그치기 위함일까?     


여기 내가 깨어 하는 짓이 

저기 잠자는 내게로 진짜 전해지는 걸까?

여기 내가 자며 하는 짓은

저기 내가 깨어 하는 짓을 진짜 전해받는 걸까?     


자나깨나.

같은 짓을 한다는 건

같은 짓만 머리 속에 가득차 있다는 건

그것 외엔 아무 것도 재미가 없다는 건    


여기의 나와 저기의 내가

한쪽이 지치면 다른 한쪽으로 바통을 넘기는,

전우주적 일체(一切)에 대한 신비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난 자면서도 글을 쓴다.

지금 이 글도 

저기서 깨어있는 내가

여기서 자는 내게로 정신없이 전해주는 바람에

잠자는 육신과 깨어있는 영혼이

서로 연결된 채

손가락만 움직이며 그냥 받아적는 것뿐. 

    

이 오묘한 신비로움에 

나는 말 그대로, 정신을 못 차리겠다!     


이 '신비'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신비는 공리를 초월하면서 어떤 질서를 수렴한다(주2)'는 김우창교수의 강력한 메시지와 장자가 경험한 '호접몽(주3)'에 대한 만물일체의 기억과 '우리는 잠자며 잠 깨어 있고잠 깨어서 잠자고 있으니 어째서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른 방식의 꿈꾸는 일이며깨어 있는 것이 어떤 종류의 잠이 아닌가?(주4)'라고 의문하지 않는 나를 호되게 꾸짖었던 몽테뉴의 가르침이 나도 모르게 내게 담겨 있었기 때문이겠지.


주1> 힙나고기아(hypnagogia) : 가수면상태

주2>깊은 마음의 생태학, 김우창, 2014, 김영사

주3> 호접몽(胡蝶夢) : 중국의 장자(莊子)가 꾼 '나비에 관한 꿈'으로 꿈에 호랑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깨서는 자기가 꿈에 호랑나비가 되었던 것인자 호랑나미의 꿈에 장자가 되었던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에서 유래. 

주4>몽테뉴 나는 무엇을 아는가, 몽테뉴, 손우성역, 2005, 동서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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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Encore! 엄마의 유산]

금 5:00a.m. [나는 나부터 키웁니다!]

토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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