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또래가 다 그런지 몰라도 10월의 마지막날은 노랫말때문인지 괜한 감성에 젖곤 한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시골에서의 첫 겨울이 코앞이라 눈오는 마당을 그려보며 환각같은 환상에 자주 취해보지만
꿈을 위해 이 곳으로의 정착을 결단한 나의 가슴은 요즘들어 자주 운다.
막연한 현실앞에서,부족한 실력앞에서, 척박한 길위에서, 꿈의 무거움아래에서, 어김없는 시간의 촉박에 끌리며, 그리고 표현못할 어떤 압력에 의해 내 가슴은 운다.
치열했다.
그런데 치열도 습관이 되어 버린 어느 때
여유와 단순이 필요했고
그렇게 생긴 공백에서 내가 추구하는 글이 내게서 창조되길 바랬지만
요근래 내 글은 나를 불러세워
나태와 여유... 이 경계 어디쯤에 내가 서 있다고,
욕구와 욕심...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 줄을 탄다고,
실력과 무지... 그 경계에 계속 머무르면 바보가 될지 모른다고 알려주는 것 같다.
꿈없이 지내온 50여년...
꿈을 키워나가는 지금...
'꿈없이 살아왔던' 지난 시간이 왜 자신을 방치했냐고, 이제와서 뭘 어쩌려냐고 날 원망하며 복수라도 하는 것일까. '꿈'이라는 단어만 만나면 내 명치 언저리, 찌릿거리는 신호에그 단어를 잃을까 놓칠까 새어나갈까 놀란 가슴으로 순식간에 나는 나를 샅샅이 점검, 채근, 닥달한다. 그러면서도 압박, 긴장, 초조의 압력에 짓눌린 날 다시 꺼내어 어떻게든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이려 끙끙대다가 '미래의 나'에게 묻는다.
"지금 내게 오는 이 시간은 이런 모습으로 지나가는 게 맞겠지?"
'미래의 나'도 아니라고 대답하기 곤란할만큼 '지금의 나'에게 안도될 답변을 유도한다.
지금 내 정신의 무엇이 날 이토록 오도가도 못하게 만드는걸까.
분명 난 내 글을 위해 이렇게도 급변의, 심지어 혁명과 같은 시기를 선물했는데
내 글은 나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토록 나올지 말지 날 염탐하고 주시하며 뜸을 들이는걸까.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냥... 가만... 히... 찬찬... 히
내게 온 심정을 내버려두는 게 상책(上策)이겠다.
계속 더 읽어서 내 안의 고인 것들을 자극하는 것이 일수(一數)이겠다.
맘에 들지 않고 표현할 길 없어도 이렇게라도 계속 써대는 것이 상수(上數)이겠다.
그렇게 하다보면
종이에 내 생명을 불어넣어 내 영혼의 거울로 삼을 수(주) 있는 묘수(妙手)가 내게로 오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