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작가 13개월의 기록
브런치 13개월째.
나는 매일매일 기적을 만났다.
지난 시간들은 '브런치성장일지' 매거진에 매달 기록되어 있으니 이 공간에 다시 적는 것이 오히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정신을 방해하는 듯하여 생략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매거진들을 두루 둘러보는 번거로움을 드리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간략하게 언급하면
2022.8.19일부터 나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다.
어떻게 브런치작가가 됐는지 나는 모른다. (아래 글 참고) 어쩌다 됐고 뒤늦게 알았고 안 순간부터 그냥 썼다.
그렇게 시작한 매일 새벽 5시 발행은 3달만, 3달 더 하다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첫달은 내 노트북안에 고이 묵혀둔 글들, 매일 쓰고 싶은대로 하루 몇 개든 마구 썼던 기억이 있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105
기적같은 일이었다.
놀랐지만 다들 이렇게 되는 줄 알았었다.
숫자에 민감하진 않지만 숫자가 주는 기쁨을 모르진 않는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366
브런치 1년.
구독자는 1500여명 가량
글 470여개.
매일 새벽 5시 발행.
1년을 지켜왔다. 브런치라는 공간은 나에게 '글쓰기연마장'이다. 지금껏 그렇다. 처음에 신나게 썼다가 구독자가 늘어나는 '재미'라는 수면 밑의 나의 '글'의 질을 높이는 고통은 사실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알 수 없다고 감히 말할 정도로 괴로웠다. 작가도 아니고 글로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닌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수시로 찾아드는 의문에도 나는 '몰라, 그냥 해'라는 단순함으로 일축하며 매일 썼더 당시, 1년을 보내며 나는 10가지의 깨달은 바를 적은 바 있다.
1. 에세이라는 걸 처음 써보는지라 많이 어려웠지만 습관이 됐다.
2. 매일 쓰는 훈련 덕에 글쓰는 재미가 고통의 수위만큼 올라와서 비등해졌다.
3. 꿈이 생겼다. 평생 이렇게 책읽고 글쓰고 코칭하며 결이 같은 이들과 삶을, 사유를, 나누며 살고 싶은.
4. 다시 책을 쓸 용기가 생겼다.
5. 돈이 무지 절약됐다.
하지만,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 커다랗게 얻은 결과는
6.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수년간 지독한 새벽독서가 날 흔들고 흐트러뜨리고 엉키게 하고 쌓고 녹이고 버리고 비틀고 있는 혼란이 글로 하나씩 실타래 풀리듯 정리되었다.
7.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끝이 없는 길에서 진행형이라는 말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8. '나를 없애버렸다'는 것이다. 독서로 내 인생의 기존 질서가 흐트러지는 쾌락을 뽑아내는 글로서 정리해나가는 작업은 철저하게 기존의 나를 없애주었다.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9. 용기가 난다. 이제 진짜 책을 써도 될까? 에서 써도 되겠지. 쓴다. 로 완전히 결정해버렸다.
10. 내 삶의 키워드가 몇 단어로 정의된다. 새벽 / 독서 / 글 / 코칭. 4년간 새벽독서 / 1년 365일 매일 새벽5시 발행의 글을 써온 결과 나는 나를 규정지을 4개의 단어를 얻었다. 쾌거다.
https://brunch.co.kr/@fd2810bf17474ff/589
- 구독자 1900명
- 글 650여개
- 월~일, 매일 새벽 5시, 4가지 글로 연재발행
사실 이 글을 쓸까말까 망설인 이유는 아주 조잡한 내 심정때문이다. 괜히 자랑하듯 비치면 어쩌지?
그러나 이내 이 마음은 접었다. 50의 나이에 매일 쓰는 것만 하면 누구나 이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작은 힘정도로 내비춰지면 좋겠다. 요즘들어 독자들의 덧글과 카톡, 그리고 제안이 많아 조금 바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즐거운 비명이다.
내 글을 복사해서 벽에 붙여놨다는 분,
프린트해서 책으로 만들어 읽는다는 분,
지하철에서 한참을 읽다가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쳤다는 분,
새벽 5시 내 글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분,
보물같은 글을 주고 있다는 분...
이루 말할 수 없는 칭찬과 응원에 나는 살짝 흥분되기도 한 것이 사실이나 이는 곧 자만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아는지라 자숙하고 그저 묵묵히 매일 새벽 5시 발행에만 집중하고 있다.
어제 누군가가 물었다.
'어떻게 매일 새벽 5시 발행할 수 있느냐? 예약도 안되는데!'
'하루 전날 쓰고 5시 전에 일어나서 발행누르면 됩니다.'
'어디서 그렇게 글감이 늘 생기느냐?'
'입력을 항상 더 크게 하기 때문인가봅니다. 매일 2시간 새벽독서하면 그리 되나봅니다.'
'어떻게 1년을 넘게 매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느냐?'
'안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냥 하는거죠.'
이유가 없다.
그냥 쓰기만 해서...
여하튼 브런치에서 '연재/응원'시스템을 만들었으나 활용하지 못했던 나에게 '브런치작가 모임'에서 얻은 정보대로 나는 곧바로 연재/응원하기 설정을 했고 곧바로 연재를 시작, 4개의 글을 매일 연재, 새벽5시 발행을 지켜나가기로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고 뭘 예고하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지금까지 나는 남들이 흔히 겪는 어디 알고리즘에 걸려서 조회수가 몇만이 되었다는 둥, 뭐,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쁘지만 기뻐하지 않는다.
만족하지만 만족하지도 않는다.
그저 뇌가 없는 것처럼 감정도 배제하고 산다.
기록은 기록일 뿐
이 기록들이 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고
브런치는 글쓰기연마장이고
내 글이 조금 더 알려져 위에서 언급한대로 누군가에게 선한영향을 미친게 된다면
나는 더 글을 정성껏 쓰게 되니 이런 선순환에 나는 황홀할뿐,
게다가 글쓰는 동안 찰나에 만나게 될 에피파니의 전율을 나는 기다릴뿐.
숫자로 된 기록, 드러나는 표상들이 나에게 주는 기쁨은 아주 잠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내 글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들.
응원하기로 힘을 주시는 독자분들.
덧글 한마디로 진심을 전해주시는 독자분들...
이들에게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 지 .... 정말 인사 한 번 제대로 드리고 싶다.
날 키워주고 성장시켜주고 내 글이 숨쉬게 해주는 분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구독자 1900여명이다.
곧 2000명을 모시게 된다.
이를 계기로 뭔가 보답이라도 하고 싶다.
흐름대로 떠오르는대로 가보려 한다...
독자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삶, 사람, 사유가 있는 아름다운 공간, 지담북살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