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만큼 더 비장해지는
이상한 순환 속에서.
오늘 나는 몹시 안타까운 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비장해지는 나의 이상한 균형을 얘기하려 한다. 나란 사람의 성향은 이미 나의 독자들이 충분히 감지하고도 남았겠지만 내 속 깊이까지를 끄집어내고 누구의 것이건 별로 필터링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라
누군가는 나에게 '참으로 어리석다'고 하고
누군가는 '참으로 맑고 순수하다'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고집세고 말이 안통한다'고도 한다.
모두 나다.
같은 나의 모습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나는 이리 다른 사람이 된다.
같은 나의 모습이지만 하는 일에 따라 나는 이리 다른 사람이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실에선 어리석고 미련스럽게 비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너무 순진해서인지 어떤 혼잡도 그냥 잘 넘기지 못하는 성향도 고백한다.
그래선지 나는 사람에게 상처를 잘 받기도 하고 남이 보지 못하는 그 이면까지 들여다보여 상대 모르게 끙끙대었던 시간들에 대해 어리석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지라 상대의 면면에서 나만이 느끼는 섭섭함과 억울함, 나아가 안타까움, 억울함같은 감정에 늘 시달린다.
한 때 나는 '냉혈인간'이 되고 싶었다.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인간.
감정을 나눌 필요도 없고 주고 싶고 받고 싶은 느낌조차 없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었다.
이렇게 감정이란 녀석이 없길 바랄 정도였으니 얼마나 난 나약한 존재였던가.
하지만, 이렇게 냉혈적으로 변하고 싶기까지 해서인지 난 나를 철저하게 해체시키고 다시 재조립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신과 감정의 연계, 감각과 감정의 연동, 정신속 이성과 비이성의 연합, 그렇게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까지 나름의 지식과 창의성으로 개념을 이어가보니 이제는 내 감정정도는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나아가 상대의 말과 표정 이면에 담긴 정체도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정량화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이를 어찌 확인시킬까마는 나를 오랫동안 충분히 보아온 이들은 나의 이러한 자기견해에 대해 수긍해줄 것이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몹시 안타깝게 여기는 점은 나에게 실수나 잘못을 한 것에 대한 손해때문이 아니라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 초반 얼마만큼 읽다가 어렵다고 징징거리거나 코칭 약속을 했는데 번번히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이핑계 저핑계에 자기를 숨기거나 이제 몇 걸음 뗀 누군가가 충분히 알았다며 오만에 빠지거나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쉽게 타협해 버리며 이러저러한 정당화에 열심인, 근성없는 모습을 보일 때 상대에게 지독하게 정성을 쏟아붓는 내가 한심해지는 것이다.
왜 이리 맹목적이었을까...
나는 나도 나를 이해하기 어렵고 제어가 안될 정도로 상대를 좋아하고 정성을 다해버린다.
아마도 이런 이유때문일 것이다. 보다 나은 미래, 대안없는 미래에 대비하길 원한다며 자신의 속내를 다 보여주고 다짐을 하고 루틴으로 하루하루 가열차게 자신을 바꿔가다가도 조금만 파도가 치면 쉽게 무너진다. 이런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토록 간절했는데 왜 이토록 나약해질까.
인간고무줄이다.
조금만 손길이 닿지 않으면 또는 조그만 파도에도 휘청이며 그대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인간고무줄,
그렇게 자기해석과 자기감정에 빠져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야만 오히려 더 편해지는 인간고무줄.
아니
고무줄형 인간.
분명 자신도 그것이 타협인 줄 알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용기이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최선이 뭔지 알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근성이 없어서, 또는 근성이 차지해야 할 그 자리에는 자기정당화에 바쁜 자신을 채워넣는다.
아는 것은
하는 것과
아주 다르다.
아는데 안하는 것은 오만이요 불손이며
아니까 안할 수 없는 것은 자신이며 겸손이다.
여하튼 나는 이런 경우가 너무나 안타깝다.
이왕 나를 만났으니, 자신의 변화를 원하고 도움을 청했으니 어떻게든 변화를 위해 나는 미친듯이 상대에게 집중한다. 그런데 환경이 조금만 자신에게 빌미를 줘도 그렇게 쉽게 고무줄이 된다. 너무 더워서, 휴가다녀와서, 명절이라서, 누가 아파서, 마음이 힘들어서, 누가 속썩여서.. 참 그럴듯한 이유도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타협을 정당화하려 애쓰는 그 모습이 마치 내 탓인 것 같아서 자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에너지를 더 끌어올리려는 나였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하고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상대가 타협을 위해 자기정당화에 빠질 때 나는 나 스스로에게 자연스레 더 비장해진다.
내 에너지가 다운되면 상대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약간의 강박도 있는 듯하다.
안타까우면 더 비장해지는,
일요일인 오늘도 그런 날이다. 더 비장한 각오로 새벽부터 목표를 다시 쓰고 시간을 더 꽉꽉 채운다. 계속 웃는다. 내가 이상해서. 그리고 비장해지는 이 전율이 날 자극해서. 날 몰아가는 이 짜릿함에 들떠서. 조금만 정열을 쏟으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도 마구 하고 있다.
내가 더 커지면 더 크게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진리다. 또한
내가 더 커지면 더 큰 누군가와 만나게 되더라도 그 의식의 흐름을 내가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진리다.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나라를 구할 인물도 아니지만 적어도 내 인생을 키워서 나를 찾는 누군가의 인생에 보탬 될 수는 있을 듯 하고 실제 이러한 행복이 내겐 지나칠 정도의 보람이기에 난 오늘부터 또 더 높은 기준으로 하루를 살아보려 한다.
이상한 순환이다. 성장을 원해 나를 찾아왔고 나는 상대가 원하는대로 집요하게 성장을 이끌고 그러다 약간의 파도에도 상대는 고무줄이 되고 그 안타까움에 나는 더 커지려 비장해지고 비장해진만큼 커진 에너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더 큰 에너지로 쓰이게 되고 또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당분간은 이 이상한 순환속에서 나를 더 키워야 하나 보다.
내가 어찌 알겠는가?
신이 거대한 인과를 짓기 위해 시작하신 작업을
신이 치밀하게 계획한 이 얽힌 연결을
신이 드러내려는 기가막힌 창조를
그저 신이 날 위해 이리 바쁘게 움직이시니
뜻하시는 바가 있으신가 보다.
따를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