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1일차 ~ 3일차 일기
마지막으로 산 담배는 나의 피나는 계산 덕에(?) 1월 31일 11시 55분 마지막 담배로 끝을 맺을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을 테지만 금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마음을 잘 알 것이다. 1분 1초라도 더 흡연인으로 살고 싶은 마음. 아직은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헤어져야 하는 그 애틋한 마음. 담배는 무조건 11시 55분에 끊어야지..! 사실 59분까지 흡연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혹시 담배를 피우다가 12시로 넘어가면 그건 또 계획에 어긋나기 때문에 나름 정한 것이 55분이었다. 아무튼 마지막 1월 31일 11시 55분 나는 마지막 담배를 피우면서 이 담배가 내 인생에 마지막 담배가 되길 빌고 또 빌었다. 진짜 나도 노담이고 싶다.
대망의 2월 1일. 눈이 내리는 설날. 나와 신랑은 시댁에 가기 위해 아침부터 움직였다. 차가 없는 우리는 대중교통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시댁은 버스 2대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있었다.(갈아타야 하는 코스) 눈 때문에 더더욱 가기 귀찮았지만 평소에도 자주 안 가기에 이런 날 마저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우리는 눈보라를 헤치고 버스를 타기 위해 열심히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도 첫 번째 버스는 바로 왔기에 우리는 금방 두 번째 버스 타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버스는 20분 후 도착 예정이었다.
일어 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시댁에 가야 한다는 압박 아닌 압박 때문에 이 전까지는 담배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버스가 20분 후 도착 예정한다는 문구를 보자마자 담배 생각이 났다. 담배 딱 하나 피고 오면 버스 도착시간이 딱 맞을 텐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몇십 년간 담배를 핀 나의 사고방식은 파블로스의 개처럼 버스 도착 시간이 늦는 것을 보자마자 담배를 떠올린 것이다. 신랑한테 말하니 신랑도 크게 웃으며 동조하였다. (신랑도 나와 같이 금연에 돌입하였다)
사실 금연 첫날이기도 하고 설날이라 시댁 친정 이곳저곳 왔다 갔다 거리기도 해서 첫째 날은 저 사건을 제외하면 크게 담배를 피우고 싶거나 담배를 떠올린 적이 없다. 생각보다 쉽게 금연 첫날을 보냈다.
여태까지 내가 금연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연 습관이 큰 이유였다. 첫날처럼 버스가 안 오는 상황에 폈었는데 이런저런 경험의 기억에 다시 담배를 폈던 기억이 젤 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이유 때문에 1월 달 시도했던 금연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바로 쏟아지는 잠 때문이었다. 1월 1일부터 3일까지 고작 3일 동안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 그 3일 동안 나는 미친 듯이 잠만 잤다. 진짜 삶의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잠만 잤다. 사실 나는 그 이유가 금연 때문인지 몰랐는데 2월 1일부터 지금 글을 쓰는 2월 3일까지 또 나는 잠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이 금연 후 이 졸음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금연의 가장 기초적인 증상이라고 한다. 운동 및 다양한 신체 활동으로 잠을 이겨내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어이가 없다. 물론 처음 담배 피운 것은 내 잘못이다. 하지만 내가 몸을 위해서 (물론 나를 위해서지만) 담배를 끊기로 했으면 몸도 나의 편이 돼서 응원은 해주지 못할망정 금단 현상이란 이름으로 다양하게 금연을 방해한다. 이런 양아치 같은 몸. 너는 나와 한편이 되어서 담배라는 적을 무찔러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네가 방해하면 안 되는 거야!!라고 백번 말을 해도 내 몸은 내 편이 돼줄 생각이 없는 거 같다.
금연 3일 차 현재 나의 상태는 하루 종일 멍하고 졸음이 몰려온다. 금연 전에는 100일 동안 일기를 꾸준히 브런치에 연재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너무 졸려서 포기했다. 우선은 브런치에 연재하는 것보다 금연하는 게 더 큰 목표이니 2~3일 묶어서라도 올려야겠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금연하는 모든 분들이여 다들 대단하시고 멋지십니다. 다들 이번에는 꼭 성공합시다. 물론 나도요!!